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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 올리브 빛 작은 마을을 걷다
백상현 글 사진 / 시공사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 또 이 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이년 전 여름, 2주일간의 이탈리아 여행을 끝내고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계속 머리 속을 맨 돈 생각이다. 유럽의 다른 나라를 가보기 전에 먼저 이탈리아부터 가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친구들의 충고가 공허한 말이 아니라 실체가 되어 가슴 속에 박히는 것 같았다.
이탈리아, 그 곳은 참으로 매력적인 곳이었다.
대도시에서는 항상 소매치기를 조심해야하고 허름한 뒷 골목을 지날 때면 긴장감도 들었지만, 사방 어디로 눈을 돌리더라도 눈길에 닿는 모든 것들이 여기는 이방의 영토임을 깨닫게 해주는 풍광 투성이였다. 게다가 자연의 풍경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관광객들로 번잡한 대도시의 번잡한 곳 보다는 '오르비에토'나 '포지타노','코모' 같은 작은 도시들을 여행할 때는 마음이 한결 푸근해져서 이 곳 저 곳을 기분 내키는 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 이탈리아 여행 중에 가장 감탄했던 것은 유명한 곳이든 아니든 간에 작은 도시들도 한결같이 어떤 '기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고대 로마시대 이후 오랜 기간동안 유럽 역사의 중심에 있어서인지 작은 마을에 있는 이름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성당 건물 하나도 그 규모나 양식이 예사롭지 않았다.
사실 대도시는 세계 어느 곳이나 저마다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는 볼 거리가 어느 정도는 다 있을 것이다. 임기 중에 중도 사퇴한 시장이 '세계 디자인 수도'로 거창하게 격상시킨 우리 서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다른 도시를 생각하면 잘 모르겠다. 먹고, 자고하는 기본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외에 외국인들로 하여금 이 곳은 모국이 아니라 이국임을 실감케 하는 그런 풍광들이 얼마나 있을 지는 잘 짐작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이탈리아 남부에서 시작해 '시칠리아'를 잠시 거쳐 다시 본토의 중부와 북부까지 구석구석 보물처럼 숨어 있는 작은 도시 서른 두 곳을 소개하고 있다. 보는 순간 바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멋진 풍광을 담은 사진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고 지은이가 여행하며 느낀 생각과 느낌이 잘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그 도시들이 품고있는 유서 깊은 역사와 문화 이야기도 짧지만 진중하게 그려져 있다. 또한, 그 곳으로 가는 방법, 머물 만한 숙소, 맛있는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과 꼭 들러 봐야 할 곳도 소개하고 있다.
지은이가 소개한 곳 중에서 '포지타노', '아말피', '피렌체', '베로나', '코모', '베네치아', '부라노', '피사' 등 여덟 곳은 내가 여행한 곳이다. 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 책은 전문적인 여행 가이드북에 비해 실용적인 정보가 풍부한 편은 아니다. 아마도 지은이는 이 책을 실용적인 여행정보를 전달할 목적으로 써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의 효용은 실용적인 정보 전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탈리아의 올리브 빛 작은 마을을 거닐고 싶은 꿈, 여행의 로망을 준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