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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1.5평 청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서점 신간코너에서 처음 열어 지은이의 이력을 본 순간 읽기로 결심했다.
지은이 '다카노 히데유키'는 나와 동년배였다. 학창시절이 거의 겹칠 것이다.
이웃나라 친구들은 그 청춘의 빛나는 시절을 어떻게 보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7년만에 대학을 졸업했고 졸업 후에도 대학가 언저리에서 수년을 더 보낸 그의 이력은
일본에서는 특이할 수도 있겠지만, 중간에 군복무 때문에 그와 비슷한 시간을 대학에서 보냈고
졸업후에도 몇 년 백수생활을 경험한 터라, 이 책 속의 그 때 그 시간에 나는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일상을 보냈는지를 기억해 내면서 점점 아득해져 가는 옛 기억들을 떠 올리며 읽었다.
소설이거니 하며 읽었는데 읽다 보니 '이거 소설 맞어?'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자신의 경험에서 기반한 모험기류의 책을 써 온 작가의 이력으로 볼 때,
이 작품도 정통 소설류의 성격 보다는 '노노무라 자취집'를 배경으로
지은이와 주변 인물들의 젊은 날의 기록 내지는 회상록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지은이의 모토가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가고, 아무도 하지 않는 것을 하고,
아무도 모르는 것을 찾는다. 그리고 그것을 재미있고 특이하게 쓴다'라는 것이라고 한다.
이 작품도 그에 걸맞게 상당히 흥미롭고 유쾌한 이야기이다.
와세다 대학 근처 낡은 자취집 '노노무라'에 거주하는 여러 자취생들의 다채로운 일상과
특이하고도 유별난 개성들이 펼치는 포복절도할 에피소드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이들은 '탐험부'라는 한국에서는 정말 생소한 동아리 활동에 열중하여 학점이수는 포기하고
몇 달씩 세계의 오지로 탐험을 다녀오고, 신종마약의 효능을 알고자 자신들을 대상으로 무모한
인체실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루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은 하지 않고 지내는가 하면, 동네 수영장에서 자기네끼리 수영팀을
조직하여 대회에 나가고, 프로레슬링에 열광하기도 한다.
비슷한 나이, 비슷한 환경의 젊은 남자들이 어울려 사는 자취집이라면
재미있고도 황당한 사건들이 줄을 이어 벌어지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책을 읽는 우리들도 책 속의 그들 못지않는 재미있는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비록 치기 어리기는 했어도 삶에 대한 진정성과 열정이 충만했던 그 시절의 소동들...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은 작품이다.
다만, 나의 청춘시절은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닌 다른 부분의 영향으로
이들의 청춘과는 다르게 지나치게 무거웠고 필요 이상으로 진지한 경향이 있어서
지금 생각하면 다소 아쉽기도 하다는 것이
한 없이 가볍고도 유쾌한 이 책을 덮으며 든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