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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마을 전쟁
미사키 아키 지음, 임희선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은 '미사키 아키'의 데뷰작으로 작가에게 2004년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의 영예를 안겨 주고,
출간 후에는 많은 작가와 평론가의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또한 이 작품은 133회 '나오키상' 후보에도 올랐는데 당시의 주요 심사평을 보면
이 소설이 간단치 않는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고, 그 깊이도 깊다'
'나는 이 작품을 강력 추천했지만,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싶다는 의견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걸작이란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시점의 신선함에 감탄했다. 이 시점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작가의 공훈이 크다'
작가는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소설의 집필과 관련한 몇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 했는데,
첫째, 그의 대학시절 발생하였던 걸프전 당시, 전쟁에 관한 설문조사가 있었는데 학생 대부분은
전쟁을 반대했지만, 다국적군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사실과
둘째, 졸업 후 후쿠오카현의 시청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하수도 공사에 대한 주민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문득 '하수'란 말을 '전쟁'으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고 한다.
이 소설의 도입은 기발하다.
평범한 회사원인 주인공은 어느 날 관청 소식지를 통해 이웃 마을과 전쟁을 시작하였음을 알게 된다.
관청 소식지에 공고된 '전쟁 안내'에는 전쟁기간은 특정되어 있지만 전쟁의 이유는 없다.
전쟁이 시작된다는 날,
이웃 마을에 직장이 있는 주인공은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집을 나서지만,
거리에서도 직장에서도 전혀 전쟁의 기운을 느낄 수 없다.
며칠 후 정말 전쟁이 일어난 것인지 조차 의심스러워진 주인공에게
전쟁에서 모종의 임무를 수행하라는 공문서가 날아든다.
이 부분까지 읽고, 이후 작가가 이 소설을 어떻게 끌고 갈지가 궁금해졌다.
리얼리티 있는 작품은 전혀 아니고 블랙 유머를 바탕으로 한 풍자소설 형식이 아닐까 했는데,
나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후의 사건전개와 묘사는 지리할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다.
도대체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전쟁의 모습이 책 속에서는 전혀 묘사되지 않는다.
등장인물도 한정되어 있고, 주인공의 전쟁관련 임무라는 것도 일상의 연장에 다름 아니다.
주인공이 계속 이 전쟁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을 품 듯이 독자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관청의 소식지에는 전쟁의 사상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음을 알린다.
과연 작가는 전쟁의 어떤 모습을 그릴려고 하는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모호한 상태가
끝까지 이어지고 전쟁의 시작이 그러했던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전쟁이 끝이 난다.
아마도 이 소설에 대한 독자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릴 것이다.
이야기의 풍성함 또는 기발함을 기대한 독자들은 '이게 뭐야!'하는 반응일 것이고
행간 속에서 작가의 의도를 찾는 독자들에게는 진지한 책읽기의 경험일 것이다.
이 소설은 요즘 많이 소개되는 일본 소설들과는 다른 독특함이 있는 작품이다.
단지 이 소설이 신인작가의 재기 어린 데뷰작인지 아니면 독특한 '울림'이 있는 작품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시 한 번 읽어 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