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쟁이 로봇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0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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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가 벌써 10권째가 나왔다.
최근에 각광받는 인기 작가의 작품도 아니고, 이미 오래 전에 발표된 작품 모음집이
이렇게 계속 나오리라 생각 못했는데, 조금은 예상 밖이다.
물론, 독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호시 신이치는 일본 SF 장르의 선구자격인 인물로 1926년生 이고,
1957년 SF동인지 '우주진'에 발표한 '세키스토라'가 '보석'지에 연재되면서 작가로 데뷔하였다.
1961년 발표한 단편집 '인조미인'으로 나오키상을,
1968년 '망상은행'으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하였고,
'Short-short Story'(초단편 소설)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여 1,000편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그의 Short-short Story는 '無섹스' '無폭력' '無시사'의 3無를 내세우고,
통속성을 일체 배제하여 세계 3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고,
3,000만부 이상이라는 경이적인 판매부수가 말해주듯 꾸준하게 독자들의 사랑받고 있다.

이 작품집 '변덕쟁이 로봇'은 1972년에 처음 출간되었다고 한다.
총 42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대부분은 '아사이 신문' 일요판에 발표되었고,
그 중 31편은 삽화와 함께 '변덕쟁이 로봇'이란 제목으로 어린이용으로 발간되었는데,
책의 후기에서 지은이는 '익숙하지 않은 동화를 쓰다'라는 말로 작품의 배경을 설명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집은 유난히 로봇, 신발명품, 외계인 등 어린이들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소재들이 많이 등장하고 Short-short Story다운 짤막한 이야기들이 많은 편이다.

사실 그의 작품은 성인용, 어린이용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그의 이야기는 독자를 계몽한다든지, 교훈을 주려고 한다든지 하는 것에서 자유롭다.
그에게 글은 재미있는 일체의 꾸밈이 없이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한 듯,
담담하고도 명료하다. 그래서 국적에 관계없이 남녀노소 구별없이 쉽게 읽힌다.
그리고, 유연한 발상과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시각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을 뛰어넘는 세계로 인도한다.

그의 작품은 은근한 중독성이 있다.
호흡이 긴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의 작품을 처음 대하면 대개, '뭐~ 이래'하고 느끼지만,
한편 한편 읽다 보면 별다른 이야기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읽게 된다.
나 역시 '흰 옷의 남자'라는 시리즈 8권에서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나,
한 권쯤은 자기 전에 2~3편씩 읽기 좋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이 작품집까지 벌써 4권째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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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의 수수께끼 - 흥미진진한 15가지 쟁점으로 현대에 되살아난 중국 역사
김영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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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에 쉽게 손이 가는 독서취향상 서점에서 시간을 보낼 때면 인문서 코너를 빼 먹지 않는다.
이 책은 표지 디자인이 깔끔하고 책 만듦새가 맘에 들어 처음 집어 들었고,
방대한 중국의 역사를 년대기적 서술이 아니라,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중국사의 맥락을 짚어 본다는
책의 컨셉이 맘에 들어 읽기 시작했다.

지은이는 EBS TV 특별 기획물 '김영수의 사기와 21세기' 강의를 통해 일반에 알려진 역사학자라는데
나는 이 책에서 처음 접했다.

중국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던 지은이는 10년이 넘게 무려 100차례 정도 중국을 다녀 왔다고 한다.
학문적 성취와는 무관하게 이러한 지은이의 열정이 놀라왔다.

그에게 따르면 향후 중국은 우리에게 富國富民을 실현하게 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인 동시에
우리의 생사여탈권을 행사할 수도 있는 위협적인 존재일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이웃 나라인 중국, 일본에 대하여 무지한 경향이 있다.
특히 중국은 우리 역사상 지대한 영향을 미쳐 왔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인이 어떤 민족인지?
그 들의 역사가 어떠했는지?에 대한 교양적인 지식 보다는 얄팍하고 천박한 선입관과 무지가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듯하다. 

이는 인문학 교양서를 일반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알기 쉽게 생산하지 못하는
부실한 우리 역량의 현 주소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들만의 언어로만 소통하는 학계의
논문 권위주의의 결과물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훌륭하다.
역사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잘 읽히는 문체로(한글을 읽으면서도 자꾸 첨으로 돌아가
다시 읽기를 반복해야하는 대목들이 즐비한 여타 책들과 달리)
컬러판 사진, 지도, 도표 등을 적절히 첨부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미 중국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독자라면 이 책에서 더 이상의 심화된 지식이나
새로운 통찰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중국에 대한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들이 흥미롭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좋은 교양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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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뒤흔든 최대 역모사건 - 조선 천재 1000명이 죽음으로 내몰린 사건의 재구성
신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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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국사 교과서에서 '정여립 역모사건'으로 짧게 기술되었던 '기축옥사'를 재구성한 책이다.
'정여립'이 주장한 '천하공물설(天下公物說)'과 '하사비군론(何事非君論)'등 혁신적 정치사상에 대한
좀 더 심화된 지식과 '기축옥사'의 상세 내용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읽었다.

지은이는 16세기 조선을 역사상 가장 불확실한 시대였고 나라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시대인 동시에 맑은 밤 하늘에 빛나는 별들처럼 수 많은 천재들이 태어났던 시대라고 평가한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걸출한 각기 개성이 다른 인물들이 운명을 걸고 대결하였기에
천재들의 삶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고난의 연속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동인과 서인으로부터 시작한 붕당정치는 이들 천재들의 공존을 힘들게 하였고,
이러한 시대상황이 필연적으로 '피'를 불러오게 하였다는 것이다. 

역사는 대개 승리자의 기록이라 패배자, 특히 실패한 혁명가에 대한 기록은 인색하기만 하다.
이에 대해 단재 신채호는 아래와 같은 말을 한다.
  
"혁명성을 가진 인물은 매양 실패로 마칠 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그를 원망하고 미워해
 그가 한 말이나 한 일의 종적까지 없애 버림으로 후세에 끼치는 영향이 거의 0도가 되고
 오직 수백년이 지난 후 한 두사람 마음이 통하는 이가 있어 그가 남긴 말을 감상할 뿐이다"

'기축옥사'와 '정여립'에 대한 기록도 그러하다.
과연, '기축옥사'가 '천하는 공물이므로 임금의 아들이 아니라, 누구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왕위를 계승해야 한다는 정여립의 정치사상을 실현하기 위한 실패한 혁명이었는지?
아니면, 동인을 밀어내기 위해 송익필과 정철의 각본, 연출에 따른 서인세력의 날조된 조작극인지?

이를테면 신채호는 '정여립은 이미 16세기에 군신강상론(君臣綱常論)을 타파하고자 한 혁명사상가로
서양의 '루소'에 비견되는 동양의 위인이라고 평가한 반면에,
역사학자 이병도는 '정여립은 대모략가이자 야심가 였다. 그는 대동계를 조직하여 무예를 단련하고
비기참설을 유포하여 민심을 현혹한 후 장차 대란을 일으키려 했다'고 평했다.

이렇게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과 사건에 대하여 지은이는 성실하게 사건을 재구성하고 있다.
먼저 1부에서는 '기축옥사'와 관련한 인물들에 대한, 역사적 자료 및 지은이의 생각을 토대로
내용을 이끌어 가고, 2부는 비망록 형식으로 이 사건에 대한 학자들의 주요 논문의 내용과
지은이의 감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주제는 상당히 흥미롭지만, 쉽게 읽혀지는 책은 아니다.
지나치게 많은 인물을 다루고 너무 많은 자료를 인용한 때문인지, 전체적인 윤곽을 잡는 것과
집중력있는 책 읽기가 다소 힘들었다.
하지만 지은이의 진정성과 성실성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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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에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6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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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기하라 히로시는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이라는 소설에서 처음 만났다.
순박하고 우직한 시골 사람들과 도시의 때가 적당히 묻어 있는 광고쟁이들이 뭉쳐서
깡촌 마을을 살리기 위해 '공룡'을 출현시킨다는 대단한 프로젝트를 런칭한 후 벌어지는 소동을
시종 유머스러운 필치로 깔끔하게 마무리한 재미있는 작품이었지만, 이 작가의 다른 소설을
꼭 읽어야 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의 큰 반향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출간되자 마자 손에 잡은 이유는 '하드보일드'라는 제목 때문이다.
오랫동안 추리소설 애호가로써 이 소설의 제목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하드 보일드'는 '계란을 완숙하다'라는 뜻의 형용사이지만,
'비정 혹은 냉혹'이란 뜻의 문학 용어로 전의(轉義)되었다.
장르로서 '하드보일드'는 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 또는
도덕적 판단을 전면적으로 거부한 비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하는 것이다.
소설작법상 불필요한 수식은 일체 배제하고, 신속하고 거친 묘사로 사실만을 쌓아 올리는
이러한 기법은 추리소설에서 '추리(퍼즐 풀기)'보다는 행동에 중점을 두는 유형으로서
'하드보일드파'를 탄생시켰다.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은 '대쉴 해밋'의 1929년작 '플라이 페이퍼(Fly Paper)'에서 출발하였으나,
래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가 이 장르를 대표한다.

"필립 말로 시리즈는 정직한 한 인간이 부패한 사회에서 고귀하게 살아가려는 분투를 담고 있습니다.
 그 분투에서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는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그는 빈털터리가 되거나 시니컬해지거나 삶에 관한 경구를 내뱉거나 간혹 정사를 즐기게 될 지도
 모릅니다. 혹은 그는 할리우드의 영화제작자처럼 사악해지고 남의 비위나 맞추며 무례해질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말로' 또래의 젊은 남자가 고상하게 부를 누릴 수 있을까요.
 부정하지 않고서야 성공할 수 없는 냉혹하고도 분명한 현실을 받아들여 스스로를 타락시키지 않고
 말입니다" (챈들러가 존 하우스만(영화제작자)에게 보낸 편지中)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모두 필립 말로에게 배웠다'다 생각하는
하드보일드적인 삶을 꿈꾸는 서른세 살의 탐정이다.
하지만, 현실의 그는 '말로'처럼 멋있게 술을 먹지도 못하고, 애송이 젊은 양아치에게 조차 얻어맞을
정도로 싸움도 지지리 못하며, 다어너마이트 바디(body)를 가진 여자들이 곁에 붙지도 않는다.
그에게 떨어지는 탐정일이란 집 나간 애완동물 찾기 80%에 나머지는 불륜남녀 뒷조사가 전부다.

말끝마다 입에 올리는 필립 말로의 '어록'은 모조리 현실의 그와는 동떨어져 있다.
그런 그가 '다이너마이트 바디'에 대한 흑심으로 뽑은 여비서는 분위기 있는 목소리가 무색하게도
여든도 한참 넘은 할머니이다.

자칭 하드보일드 탐정과 다양한 경험과 내공이 있는 듯 없는 듯 아리송한 할머니 여비서 콤비는
길 잃은 개 '꼬맹이' 찾기에서 시작하여 우연히 살인사건의 한 가운데에 서게 되고,
야쿠자까지 등장하는 본격 하드보일드적인 사건에 직면한다.

이 소설의 제목은 '하드보일드'이지만 가볍고 유쾌한 '코지 미스터리'의 전형적인 작품이다.
지은이는 등장인물 사이에서 오고 가는 대화와 행동들의 묘사를 통하여
독자들의 입가에서 시종 미소를 떠나지 않도록 하게 하는 글 쓰기를 구사한다.
유쾌함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미덕은 한 때 우수에 찬 한 사립탐정을 순수하게 좋아하였던
지은이의 독서편력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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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나의 야고보 길 여행
하페 케르켈링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은 길로 연결되어 있고 사람들은 길을 떠난다.

사람들이 길을 떠도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종교적 체험과 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이슬람교도는 누구나 일생에 한 번은 메카 순례를 소망하고,
힌두교도들은 갠지즈강에 몸을 담그기 위해 먼 길을 떠난다.
티베트의 험난한 산 길을 '오체투지'로 순례하는 사람들을 모습은 뭇 사람들이 보기에는
처절하기까지 한 고행의 순례길이지만, 티베트인에게는 일생에 한 번은 해 보고픈 간절한 소원이다.

종교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젊은 시절,
미지의 세상으로 향하는 길을 떠나고픈 순수한 열정에 한 번쯤 사로잡히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람에게는 누구나 바람과 같이 한없이 자유로워져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리 저리 떠돌고픈
내밀한 욕망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지은이도 어느 날 길을 떠나고픈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는 독일 태생으로 스무살 때부터 방송에 입문하여 코미디언, MC, 카바레트(풍자 시사극) 예술가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며 유수의 상을 수상한 바 있는 독일 최고의 엔터테이너이다.


쉴 새 없이 앞으로만 내 달려온 사십대 초반의 그는 심근 경색까지 의심되는 상황에서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담낭 제거 수술을 받은 후, 이제는 멈춰 서서 자신을 되 돌아봐야 한다고 느낀다.
그리고,'야고보 길'로 순례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야고보 길'은 프랑스의 생장피드포르에서 예수의 제자인 사도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600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이다.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은 험난한 여정이다.
수많은 순례자들이 길을 떠나지만 그 중 약 15퍼센트만이 끝까지 순례에 성공할 뿐이고,
이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많다.

육체적 한계에 다다르는 것은 물론 이고, 이 길의 끝에 서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 지는
아무도, 아무 것도 모르는 그런 순례의 길이다.

그럼에도 야고보 길 위에는 세계에서 몰려든 수많은 순례자들이 가득하고,
파울로 코엘료나 베르나르 올리비에, 셜리 맥클레인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이 길을 찬미해왔다. 

지은이에게 이 길은 하나의 학교다.
길 위에서 그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스쳐 지나가고, 교류하고, 가르침을 얻는다.
개중에는 끔찍하고 괴로운 것들도 있지만, 그 나름의 방식으로 그에게 교훈을 남긴다.

그리고, 길을 걸으며 그는 생각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신의 존재에 대하여, 삶과 죽음에 대하여, 인생에 대해서...

이 길의 끝에서 그는 무엇을 얻었을까?
사람들은 왜 길을 떠날까?

"야고보 길은 힘들지만 놀라운 길이다. 그것은 하나의 도전이며 초대이다.
 이 길은 당신을 무너뜨리고 비워 버린다.그리고 다시 당신을 세운다. 기초부터 단단하게.
 이 길은 당신에게서 모든 힘을 가져가고 그 힘을 세 배로 돌려준다.
 당신은 이 길을 홀로 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길은 그 비밀을 보여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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