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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나의 야고보 길 여행
하페 케르켈링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은 길로 연결되어 있고 사람들은 길을 떠난다.
사람들이 길을 떠도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종교적 체험과 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이슬람교도는 누구나 일생에 한 번은 메카 순례를 소망하고,
힌두교도들은 갠지즈강에 몸을 담그기 위해 먼 길을 떠난다.
티베트의 험난한 산 길을 '오체투지'로 순례하는 사람들을 모습은 뭇 사람들이 보기에는
처절하기까지 한 고행의 순례길이지만, 티베트인에게는 일생에 한 번은 해 보고픈 간절한 소원이다.
종교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젊은 시절,
미지의 세상으로 향하는 길을 떠나고픈 순수한 열정에 한 번쯤 사로잡히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람에게는 누구나 바람과 같이 한없이 자유로워져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리 저리 떠돌고픈
내밀한 욕망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지은이도 어느 날 길을 떠나고픈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는 독일 태생으로 스무살 때부터 방송에 입문하여 코미디언, MC, 카바레트(풍자 시사극) 예술가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며 유수의 상을 수상한 바 있는 독일 최고의 엔터테이너이다.
쉴 새 없이 앞으로만 내 달려온 사십대 초반의 그는 심근 경색까지 의심되는 상황에서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담낭 제거 수술을 받은 후, 이제는 멈춰 서서 자신을 되 돌아봐야 한다고 느낀다.
그리고,'야고보 길'로 순례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야고보 길'은 프랑스의 생장피드포르에서 예수의 제자인 사도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600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이다.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은 험난한 여정이다.
수많은 순례자들이 길을 떠나지만 그 중 약 15퍼센트만이 끝까지 순례에 성공할 뿐이고,
이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많다.
육체적 한계에 다다르는 것은 물론 이고, 이 길의 끝에 서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 지는
아무도, 아무 것도 모르는 그런 순례의 길이다.
그럼에도 야고보 길 위에는 세계에서 몰려든 수많은 순례자들이 가득하고,
파울로 코엘료나 베르나르 올리비에, 셜리 맥클레인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이 길을 찬미해왔다.
지은이에게 이 길은 하나의 학교다.
길 위에서 그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스쳐 지나가고, 교류하고, 가르침을 얻는다.
개중에는 끔찍하고 괴로운 것들도 있지만, 그 나름의 방식으로 그에게 교훈을 남긴다.
그리고, 길을 걸으며 그는 생각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신의 존재에 대하여, 삶과 죽음에 대하여, 인생에 대해서...
이 길의 끝에서 그는 무엇을 얻었을까?
사람들은 왜 길을 떠날까?
"야고보 길은 힘들지만 놀라운 길이다. 그것은 하나의 도전이며 초대이다.
이 길은 당신을 무너뜨리고 비워 버린다.그리고 다시 당신을 세운다. 기초부터 단단하게.
이 길은 당신에게서 모든 힘을 가져가고 그 힘을 세 배로 돌려준다.
당신은 이 길을 홀로 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길은 그 비밀을 보여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