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말의 힘 - 어떤 사람도 마음을 열게 하는
할 어반 지음, 박정길 옮김 / 엘도라도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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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랍비가 제자들을 위해 만찬을 베풀었다.
갖가지 음식들이 상에 올라왔고 그 중에는 소의 혀와 양의 혀로 만든 요리도 있었다. 혀 요리 중에는 질긴 것과 부드러운 것이 있었는데, 제자들은 서로 다투어 부드러운 것만을 골라서 먹으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본 랍비가 말했다.
“자네들도 혀를 언제나 부드럽게 간직하게나. 질긴 혀를 가진 사람은 남을 화나게 하거나 불화를 일으키기 쉬운 법이라네.” - 탈무드 -

이처럼 부드러운 혀, 즉 따뜻하고 긍정적인 말은 옛날부터 권장되고 강조된 사항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점차적으로 인터넷과 익명화가 심화되면서 더 쇼킹하고 더 충격적이며 더 비방하는 말들이 많이 쓰이고 있다. 저자는 말이 미치는 영향의 중대함에 대해 설명하면서, 긍정적인 말을 더욱 많이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주 짧은 말, 그 말들이 모든 것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내 마음 속에 들어있는 것이 현재의 나를 만들고, 내 주위 사람들까지 변화시킨다. 그 매개체가 되는 것이 바로 말이다. 말은 하고 나면 주워담을 수 없지만, 그냥 사라져버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사실 어렸을 때 들었던 말은 의미도 모르는 채 잠재의식 속에 들어가서 그 사람을 바꾸고는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에서부터 부드러운 말과 긍정적인 내용의 말을 자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1부를 할애하여 가장 부정적인 말의 리스트와 가장 긍정적인 말의 리스트를 비교하며 말의 영향력에 대해 설명하였고, 2, 3부를 통해서는 긍정과 기적의 말이라는 제목으로 각각의 상황에 맞는 말을 알려주었다. 기쁨과 칭찬, 사랑, 친절, 재미, 애정, 다정, 지지, 응원의 말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긍정과 기적의 말이 이렇게 많았구나 새삼 느끼면서, 그동안 해 왔던 부정적인 말들에 대해 반성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좋은 말을 남에게 하기는 사실 쑥스럽다. 그렇지만 저자가 가르친 제자들처럼, 연습하면 할 수 있는 것이고, 하면 할수록 다같이 행복해진다. 건전한 의사소통을 위한 다섯 가지 A, appreciation (감사), ask (질문), affection (애정), attention (주의), affirm (긍정)을 마음에 새기며 앞으로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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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시내버스
안건모 지음 / 보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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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까지는 집에서 가까운 터라 걸어다녔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고등학교로 배정받고부터 버스를 타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나와도 타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정말 앞에서 표를 내고 뒤에서 문 양쪽을 잡고 매달리는 짓도 많이 했다. 버스가 커브를 돌 때는 사람들의 체중이 실려서 정말 위험하기도 했지만, 그렇게라도 타고 가는 것이 다행스러웠던 것이 그 버스를 놓치면 지각하기 때문이다. 차를 한대 놓치고 나면 다음 차는 왜 그리 늦게 오는지고등학교 3년동안 버스에 시달린 이후에는 대학교 앞에서 하숙하고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는 차를 사는 바람에 버스를 멀리 하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항상 나는 버스의 승객이었을 뿐이다.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는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20년간 일해온 지은이가 버스 기사의 일상과 노동 환경, 사용자와의 갈등에 대해 풀어쓴 글들의 모음이다. 현장에서 일하지 않으면 얻지 못하는, 신문 기사에서는 다루지 않는 귀한 경험들이 속속들이 녹아 있다.


표지 그림에는 꼬불꼬불 좁은 길을 지나가는 버스 안에서 맞은편 기사와 서로 웃으며 손인사를 건네는 지은이의 모습이 있고, 룸미러로는 자고 있는 사람, 서 있는 사람이 보이고, 여지없이 돈통을 감시하는 카메라가 구석에 있다.


책 내용에서는 시내버스에 대해, 시내버스를 타는 사람들에 대해, 권리를 찾기 위해 벌이는 사업주와의 투쟁에 대해, 지은이 자신의 생애에 대해 할 말이 참으로 많아 보인다.


어떤 직업이든 힘들고 어렵지 않은 것이 있으랴마는 사람을 대하는 일이 제일 힘들다고 생각한다. 버스를 운행하면서 만나는 또라이 승객 때문일 수도 있고, 새로 들어와서도 인사 하나 건네지 않고 기사들을 무시하는 총무팀 과장 때문일 수도 있고, 법과 무관하게 기사에게 사고에 대한 부담을 지우는 사업주 때문일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버스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이 책으로 인해 시내버스 사업주들이 확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회사가 영세할수록 사업주의 권한이 커지고 고용인들의 힘은 작아지며 서로 분열되는 것을 보며 참으로 안타까웠다. 왜 그렇게 자기 밥그릇을 못 챙길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사회에서도 폐지된 연좌제처럼 이 회사에서 짤리면 다른 회사에도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옳은 행동이라도 할 수 없게 되는 동료들의 비겁함과 힘듦에 대해서도 지은이가 시종일관 동료들에 대한 안쓰러움과 이해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은이의 말처럼 버스 현장보다 더 넓은 곳에서 올바른 언론 운동, 문화 운동을 하면서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더 떳떳한 세상을 만드는 데에 많은 성과를 거두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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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7-02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쓴 안건모입니다. 리뷰를 쓴 분들에게 뒤늦게 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제 책을 좋게 평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버스 기사들의 실태가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저는 지금은 월간 <작은책>이라는 진보 월간지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노동운동에서 언론 운동, 문화운동으로 바꾼 셈이지요. 평범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부터 시사 문제까지 우리말로 쉽게 풀어 쓴 책입니다. 저희 작은책 사이트에도 들어 오셔서 어떤 책인지 구경하시고 작은책도 널리 퍼뜨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한달에 한번 글쓰기 모임도 하고 강연도 있고 <역사와산> 이라는 모임에서 다달이 산도 갑니다. 혹시 가까우면 참석하셔서 같이 활동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www.sbook.co.kr
02-323-5391
 
이우일 선현경의 신혼여행기 1
선현경, 이우일 지음 / 황금나침반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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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에 303일간 신혼여행을 다녀온 커플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얼핏 보았다. 그외에도 온 가족이 몇 개월간 외국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였고, 그 일지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여 많은 인기를 끌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여행과는 담을 쌓고 살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의 기사만 읽고 참 부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억에서 잊었다.

 

그러다가 새로 재출간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태국으로 달랑 4 6일의 신혼 여행을 다녀오고도 피곤에 지쳤고, 남편과 만나기만 하면 투닥투닥 싸우는 나로서는, 서로에게만 의지할 수밖에 없고 서로의 적나라한 모습을 다 알 수 있게 되는 여행을 어떻게 303일이나 지속했을까 눈이 둥그래질 일이었다. 이 우일씨는 도날드 닭의 작가로 알고 있었지만, 선 현경씨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이들은 주로 유럽에서 많은 시간을 지냈고, 마지막으로 캐나다에 들러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책의 소개처럼 정말 얄밉도록 재미있게 사는그들의 모습이 어찌나 부러운지 모르겠다. 사실 일주일도 아니고 일년 가까이 생업을 놓고 떠날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용기이다. 용기있는 자만이 미인을 차지할 수 있다고 했나. 그들은 절대 집에서 대 주는 경비로 풍족하게 지내지 않았다. 가장 싼 숙소를 찾아다니고 중고옷 가게에서 옷을 사 입기도 하지만, 현지에서 배울 수 있는 것과 현지에서 즐길 수 있는 것 (극장, 박물관, 축제)은 최대한 즐기는 여유로움, 어쩌다 한번은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주는 풍요함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각 나라에서 만난 사람들과 여행객들은 얼마나 특색있고 재미있던지.

 

자신들은 설렁설렁 그린 카툰과 주변 사물과 풍경에 대한 정성들인 이 우일씨의 그림과, 아기자기하고 작은 것에도 활력을 찾으며 사람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가득한 선 현경씨의 글 내용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서문에 나온 것처럼 여행은 후각의 마비 상태와 비슷하다. 여행을 하는 동안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여행이 끝나고 나면 그 기억은 우리를 평생 행복하게 해준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던 그들의, 그리고 나의 여행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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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털터리의 생존 법칙
김건 지음 / 청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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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의 목차를 보았을 때는 손에 쥔 것이 없어도 험한 세상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법칙들을 알려주는 그런 처세술 책인 줄 알았다. 그렇지만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무모한 주식 투자로 깡통을 차고 그가 어떻게 주변 사람들을 가난의 구렁텅이로 끌어들였으며,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결국 이 사람의 어려움은 타개되지 않았고, 지금도 사기를 치며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주변에 주식 투자 실패로 많은 피해를 겪은 사람이 둘이나 있으나, 다행히 가족의 도움으로 빚을 갚고 정신을 차렸다. 그렇지만 주인공 강 석우는 끝내 일하지 않고 남의 돈을 쉽게 벌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았다. 그의 이런 성향은 주식투자에서 손해를 입자 즉석복권에서도 2억 가까운 돈을 허비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전국적으로 부는 로또 열풍도, 개미 군단의 분위기에 휩쓸린 주식 투자도 솔직히 돈 놓고 돈 먹기, 큰 돈 쉽게 벌기에 기반을 둔 것으로 생각하여 그다지 마뜩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정직하게 땀 흘려 번 돈이 가장 값진 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고 주인공이 한심했으며, 이 인생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건강하고 밝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 가족의 삶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서 이런 길로 빠지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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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들에게 주는 지침 평사리 클래식 2
조나단 스위프트 지음, 류경희 옮김 / 평사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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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이나 행동 따위의 지도적 방법이나 방향을 인도하여 주는 준칙이다. 과거 영광스럽게도 정복 착용 하인으로 7년 동안 근무했었고, 품위를 손상시켜가면서까지 세관 일자리를 수락하느라고 바보같이 그 자리를 그만두고 만 늙은 하인의 입을 빌어, 영국 가정을 구성하고 있던 수많은 하인, 하녀들 각각에게 그동안 쌓아 둔 지침을 알려 주면서 격려하고 있다.

18세기의 영국 가정에서는 재산 정도에 따라 규모의 차이가 있는 종복을 부리고 있었다. 지침을 하달받은 하인의 종류는 집사, 요리사, 정복 착용 하인, 마차꾼, 말구종, 재산관리 집사, 문지기, 침실 담당 하녀, 몸종 하녀, 청소 담당 하녀, 버터 제조 담당 하녀, 보모, 유모, 세탁부, 하녀장, 여자 가정교사로 16종이나 된다. 주인 가족의 생활을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매인 생활을 했다. 옛날 우리 나라의 양반과 노비처럼 뚜렷한 상하 관계가 아니라, 고용 계약으로 맺어진 지금의 회사원과 비슷한 처지라고 보아도 되겠다. 하인들 내부에서도 상당한 계층이 있었고, 각각 하는 일에 따라 권한과 의무가 달랐으나, 최대한 주인의 재산을 우려내려는 관점과 노력은 일치했다. 조나단 스위프트 생전에 이 책이 출판되었다면 하인들에게 테러를 당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지침은 구체적이다.

여러 가지 기발한 상황 설정들에서 일어난 끝없는 기만과 복지부동, 횡령과 남용 등은, 웃고 난 뒤의 씁쓸함과 반성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상사의 발소리가 들리면, 들키지 않기 위해 모든 창을 닫는 단축키 사용법, 상사의 눈에 띄지 않게 조는 법, 개인적인 일로 몇 시간씩 외출하고도 천연덕스럽게 돌아오는 법 등 현대판 하인들에게도 떠다니는 지침들이 생각나서일 것이다. 그래서 줄곧 주인하인을 각각 상사부하 직원으로, 하인의 종류를 각 부서로 대치하여 읽어도, 쓰여진지 300년 가까이 지났지만 전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은 내용이 되었고, 내 안에 있는 하인 의식도 간만에 확인할 수 있었다. 설마 이 책을 읽고 따라해야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작품 해설의 작가 소개 코너는 아주 유용했다. 조나단 스위프트는 워낙 오래전의 작가이고, 그의 작품은 어렸을 때 세계명작으로 읽고 더 이상 읽지 않았으므로, 작가에 대해서는 처음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작품을 이해하려면 작품 자체와 작품이 쓰여진 시대 상황, 작가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과 시대, 작가를 모두 알게 해 준 작가 소개 코너 덕분에, 이후 풍자의 대가인 그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좀더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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