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일 선현경의 신혼여행기 1
선현경, 이우일 지음 / 황금나침반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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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몇 해 전에 303일간 신혼여행을 다녀온 커플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얼핏 보았다. 그외에도 온 가족이 몇 개월간 외국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였고, 그 일지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여 많은 인기를 끌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여행과는 담을 쌓고 살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의 기사만 읽고 참 부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억에서 잊었다.

 

그러다가 새로 재출간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태국으로 달랑 4 6일의 신혼 여행을 다녀오고도 피곤에 지쳤고, 남편과 만나기만 하면 투닥투닥 싸우는 나로서는, 서로에게만 의지할 수밖에 없고 서로의 적나라한 모습을 다 알 수 있게 되는 여행을 어떻게 303일이나 지속했을까 눈이 둥그래질 일이었다. 이 우일씨는 도날드 닭의 작가로 알고 있었지만, 선 현경씨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이들은 주로 유럽에서 많은 시간을 지냈고, 마지막으로 캐나다에 들러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책의 소개처럼 정말 얄밉도록 재미있게 사는그들의 모습이 어찌나 부러운지 모르겠다. 사실 일주일도 아니고 일년 가까이 생업을 놓고 떠날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용기이다. 용기있는 자만이 미인을 차지할 수 있다고 했나. 그들은 절대 집에서 대 주는 경비로 풍족하게 지내지 않았다. 가장 싼 숙소를 찾아다니고 중고옷 가게에서 옷을 사 입기도 하지만, 현지에서 배울 수 있는 것과 현지에서 즐길 수 있는 것 (극장, 박물관, 축제)은 최대한 즐기는 여유로움, 어쩌다 한번은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주는 풍요함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각 나라에서 만난 사람들과 여행객들은 얼마나 특색있고 재미있던지.

 

자신들은 설렁설렁 그린 카툰과 주변 사물과 풍경에 대한 정성들인 이 우일씨의 그림과, 아기자기하고 작은 것에도 활력을 찾으며 사람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가득한 선 현경씨의 글 내용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서문에 나온 것처럼 여행은 후각의 마비 상태와 비슷하다. 여행을 하는 동안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여행이 끝나고 나면 그 기억은 우리를 평생 행복하게 해준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던 그들의, 그리고 나의 여행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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