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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창의력을 깨우는 일곱가지 법칙
켄 로빈슨 지음, 유소영 옮김, 백령 감수 / 한길아트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내게 창의력은 멀고도 먼 이상이며 노력해도 도달하지 못하는 고지로 존재한다. 주입식 교육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려면 창의력보다는 암기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했고, 다르게 생각하기보다는 알려준 하나를 충실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 쪽으로 머리를 개발했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미술 시간 외에는 창의성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대학교에 들어가자 바로 바뀌었다. 아무도 내게 무엇을 하라고 이야기하지 않았고, 넘쳐나는 시간은 그대로 무엇을 하기는 해야 하지만 무엇을 할 것인지 알 수 없는 그런 시간으로 바뀌었다. 나는 이것을 창의성이 없는 내 성격 탓으로 생각했고, 회사에서 브레인스토밍이나 색깔 모자 등 창의력을 이용한 기법을 사용할 때에도 조용히 뒤에 물러나 있기 일쑤였다. 창의성은 내게 일종의 컴플렉스였다. 다행스럽게도 창의성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과학 계열로 진학하고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에 큰 지장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창의성은 그렇게 천부적이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저자의 정의에 따르면 창의성은 '독창적이고 가치를 지닌 결과물을 낳는 상상력의 과정'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예술과 과학이 분리되지 않았을 때는 창의성이 모든 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데 계몽주의의 엄격한 이성 우위와, 그에 대한 반동으로 일어난 낭만주의의 시대를 거치면서 지성과 감성은 각각 과학과 예술로 분리되었고, 이들은 여전히 별개의 존재처럼 다루어진다.
이는 저자의 나라인 영국 학교의 변천사를 통해서 설명되었는데, 외국의 학제는 일본을 통해 우리 나라에까지 전파되었기 때문에 그리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다. 예능 수업은 주요 과목에 끼지 못하고, 실기를 병행하고 있으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요즘은 그나마 특기생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분야에서 특출한 성과를 보이는 학생들이 대학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 트였으나, 지금도 여전히 학생들은 밤 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하며 지식을 중시하는 수업 내용을 따라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바람직한 교육 방법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 제목에서 수많은 자기계발서처럼 창의성을 즉각 키우는 기법들에 대한 소개를 예상했던 나는, 문체가 건조하고 얼핏 보면 커다란 흐름이 없고 이야기가 중복되어 보이기도 하는 이 책의 내용을 따라가기가 버거웠다. 많은 시기와 장소를 다루면서 창의성은 내게 무리라는 컴플렉스를 깔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보다는,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요긴할 것'이라는 옮긴이의 말이 정말 공감된다.
지금은 생산직에 종사하는 육체 노동자인 블루 칼라의 시대가 가고, 사무실에 종사하는 화이트 칼라의 지식이 주요 계층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인적 자원 개발 시대에 화이트 칼라가 아닌 자발성과 창의성을 가지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골드 칼라라는 새로운 유형의 인간상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골드 칼라로 키우기 위해 창의성은 선택된 사람들만 가질 수 있다는 선입견을 깨고 모두 가지고 있는 창의력을 깨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