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나의 힘 - 에너지를 업up시키는 분노관리법
아니타 팀페 지음, 문은숙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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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시집살이가 아주 심했던 때, 며느리들이 모여서 바가지를 뒤집어놓고 톡톡 쳐가며 시어머니를 흉보는 모임이 있었다고 한다. 서로의 처지를 공감하며 바가지가 깨져라 두드리다 보면 고된 시집살이의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또다시 힘든 나날을 버틸 힘을 얻었다고 한다. 만화영화 <짱구는 못 말려>에서는 짱구가 얄미운 짓을 할 때마다 대신 토끼 인형을 때리는 유리 엄마를 볼 수 있다.
<분노는 나의 힘> (2008, 아니타 팀페 지음, 북폴리오 펴냄)의 표지에 나온, 입에서 불을 뿜는 사람, 권투 글러브를 끼고 인형을 때리는 사람을 보면서 나는 그 며느리들과 유리 엄마를 떠올렸다. 저자인 아니타 팀페는 정신요법 치료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분노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오래 전부터 열어 왔다고 한다. '에너지를 업시키는 분노 관리법'이라는 설명을 단 아담한 책을 통해, 분노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책은 '분노는 나의 일상', '분노는 나의 편', '분노는 나의 힘'이라는 세 카테고리로 나뉘어진다.
'분노는 나의 일상'에서는 분노의 원인과 현상, 해결법처럼 분노의 전반적인 면에 대해 설명한다. 분노를 분출해도 상대적으로 제재를 받지 않는 남자에 비해 여자들은 공격성을 감추도록 교육받는 것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공격성을 감추고 분노를 내면에 쌓게 되면 엉뚱한 곳에서 폭발하거나 자기가치를 낮춤으로써 의사를 표현할 수 없게 된다. 저자는 분노를 부정하거나 무시하지 않음으로써 분노를 의식하고 분노와 행동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둘 것을 권하면서, 분노의 원인을 파악하는 훈련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그 뒤에 숨겨진 두려움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분노는 나의 편'에서는 분노에 내재되어 있는 긍정적인 힘에 대해 다루었다고 한다. '불의에 대해 분노를 억누르지 않지만, 동시에 항상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고 동정심이 가득한 사람', 분노를 긍정적으로 사용한 이의 예로 예수님을 든다. 지금껏 부정적인 감정으로만 생각했던 분노를 통해 우리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고 다른 이와 더 가까워질 수 있으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저자는 이처럼 분노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는 방법으로 자신을 용서하기, 분노일기 쓰기, 자신의 분노에 전문가가 되기, 건강한 자기가치 의식을 세우기를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분노는 나의 힘'에서는 분노를 긍정적이고 건설적으로 표현하고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쿠션을 때리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는 식으로 혼자서 해결할 수도 있고, 분노를 일으키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과 바라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함으로써 문제 자체를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런 뒤에 진정한 용서가 가능해진다. 

각 이야기들은 책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설명되고 있기 때문에 각 장의 구분은 명확하지 않다. 분노라는 강력한 감정을 다루고 있지만 유머러스한 삽화와 분홍색 글씨들 덕분에 조금은 가볍게 읽힌다.
지금까지 자신도 모르게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 걸려 항상 다른 이에게 순종하고 있었다면, 안에 쌓여가는 분노에 함락되지 않도록 더 늦기 전에 자신의 분노와 이야기를 나누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솔직한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고 더 건강하고 당당한 자신감을 채울 수 있겠다.
이제 분노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어 더 신나게 살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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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작 - 신뢰를 얻는 25가지 심리 기술
존 맥스웰.레슬리 패럿 지음, 한근태 옮김 / 다산라이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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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여름, 존 맥스웰 목사님의 책인 <신뢰의 법칙 Winning with People>을 읽은 기억이 난다. 자기계발과 종교 분야의 전문가인 저자는, <신뢰의 법칙>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성공하는 방법을 준비, 교감, 신뢰, 투자, 승리의 다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었다. 제목에 신뢰가 들어 있다고 해서, 단순히 상대방을 믿는 방법을 설명한 것이 아니다. 자신을 먼저 앎으로써 자신을 알고 이해하는 준비 과정을 거쳐야 상대방과의 교감이 가능하다. 상대를 자연스럽게 믿게 된 다음 임파워먼트를 통해 함께 함으로써 승리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신뢰의 법칙>에서 설명되고 있다.
<작은 신뢰 25 ways to win with people> (2008, 존 맥스웰, 레스 패로트 지음, 다산라이프 펴냄)은, 저자 서문에서도 이야기하듯 <신뢰의 법칙>의 속편으로 쓰여진 책이다. 이런 책의 성격은 원제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작에서 관계 형성의 필요성과 단계를 이야기했다면, 이 책에서는 그의 실천을 위한 기술을 25가지 실음으로써 실제로 행동하게 만든다.  

책은 존 맥스웰 목사와 레스 패로트 교수가 번갈아 등장하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존 맥스웰 목사는 레스 패로트 교수의 멘토이며 상호 관계의 결정적인 모습들을 보여 준다. 각자의 글에는 작은 사진 옆에 이름을 적은 제목을 붙임으로써 구분이 된다. 레스 패로트 교수는 각 기술들을 구현하는 존 맥스웰 목사의 사례를 소개한다. 존 맥스웰 목사는 '맥스웰과 함께 하는 멘토링 시간'이라는 공통적인 제목 하에, 그 기술들에 담긴 뜻과 구성 요소들을 이야기한다. 그가 보여주는 여러 관계 형성의 기술들을 학문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레스 패로트 교수의 몫이다. 마지막에는 '신뢰를 얻기 위한 생활 속 실천'이라는 제목의 박스 안에 이저야 할 것, 질문할 것, 행동할 것, 기억할 것을 제안한다.
신뢰를 얻는 심리 기술은, 전작의 5단계인 준비, 교감, 신뢰, 투자, 승리의 과정에 맞추어 기술된다. 여기에 많은 자기계발서의 구절이나 다른 이들의 사례들이 적절하게 인용되면서 각 기술의 필요성과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설명한다.  

존 맥스웰 목사의 사례들이 중점적으로 제시됨으로써 이론과 실제가 어떻게 일치하는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이해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포용하고 마침내 함께 승리한다는 것은 모든 이들이 다함께 나아갈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
이 책에 소개된 25가지의 기술들은 그렇게 새롭거나 어렵지 않았으나, 실제로 적용하려면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겠다. 여러 가지 미션이 있는 게임을 즐기듯, 상대와 내가 함께 행복해지는 적극적인 성공 인생을 위해 여기 25가지의 작은 기술들을 익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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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서울 브라보 대한민국 - 20세기 한국을 읽는 25가지 풍속 키워드
손성진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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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서울 브라보 대한민국> (2008, 손성진 지음, 추수밭 펴냄)은 20년간 사회부와 경제부 기자로 일해온 저자가 '1960, 70년대의 생활상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20세기 풍속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해서 나온' 책이라고 한다. 삼성언론재단의 연구저술 지원으로 출판된 이 책은, 저자 서문에서 이야기하듯 역사책이라고 보기에는 다채롭고, 수필집이라고 하기에는 사실의 비중이 높은 퓨전 형태의 내용이다. 그만큼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재미있다.

'20세기 한국을 읽는 25가지 풍속 키워드'라는 부제에 걸맞게, 저자는 크게 네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정말 오랜만에 듣는 키워드들을 펼쳐 놓는다. 추억의 군것질거리와 가을 운동회로 대표되는 키드의 세계, 모던 걸과 기생, 장발과 선데이 서울이 펼쳐놓는 트렌드세터 이야기, 삶의 애환을 달래주던 다방과 대폿집,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하면서 파란을 불러 일으켰던 라면과 조미료, 박가분과 동동구리무, 텔레비전과 영화 등의 사건 들이 그것이다.
다른 세 부분은 너무 오래 전의 일이라서 이야기로만 들었으나, 동심의 세계는 내가 직접적으로 겪은 거의 마지막 세대에 속하기 때문에 향수를 느끼면서 읽을 수 있었다. 두어번 만났던 아이스케키 장수, 야구장 앞의 냉차와 쥐포 장수, 고등학교까지도 계속되었던 채변 봉투의 기억, 학년별로 운동장을 교대로 차지하고 여름 한철을 준비했던 가을 운동회 발표 연습, 형제들 모두 운동 신경이 둔한 탓에 운동회 달리기에서 항상 꼴찌를 해서 창피했다던 엄마의 말씀, 소풍날마다 비가 오던 징크스, 학교 앞 구멍가게에 널린 불량식품들, 3학년때까지 실시했던 2부제 수업. 주택에 살던 우리 집 근처에는 또래 아이들이 많아서 골목길이 언제나 왁자하게 시끄러웠는데 이제는 다들 어디에서 중년의 나이가 되어 잘 살고 있겠지.
저자는 당시의 여러 신문 기사와 사진, 잡지, 문헌 등을 풍부하게 실어서, 그때 그 시절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20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기사들을 통해 변화의 양상이 성큼 다가온다. 각 꼭지마다 딸린 'TIP' 코너는 꼭지를 마무리하기에 충분하게 재미있다.

이제 살 만해진 사람들은 과거의 어려웠던 시절을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다. 지금은 경제가 많이 어렵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엿한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한지 오래인 21세기의 오늘, 20세기의 대한민국을 되돌아보며 상기할 추억이 있다면 참 좋겠다. 더이상 기억하는 사람이 없어서 기억마저 사라지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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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세계 - 사회적 기업가들과 새로운 사상의 힘
데이비드 본스타인 지음, 나경수 외 옮김 / 지식공작소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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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면 세상의 발전 방향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이익이 된다고 하면 아이들이 먹는 것에까지 유독물을 넣는 말종들이 있는가 하면, 온갖 범죄와 사건, 도발과 위기 등으로 점철된 뉴스는 그 파급 효과만큼이나 찜찜한 뒷맛을 남길 뿐이다. 많은 범죄는 돈이 가장 큰 힘으로 존재하는 자본주의 사회로부터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경향은 앞으로도 더한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희망이 남아 있다. 바로 <달라지는 세계> (2008, 데이비드 본스타인 지음, 지식공작소 펴냄)에서 소개하는 사회적 기업가들이 바로 그 희망이다. 저자인 데이비드 본스타인은 1996년, 무하마드 유누스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그라민 은행을 처음으로 다룬 <꿈의 대가 : 그라민은행 이야기>를 쓴 이후로 사회적 기업가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이번 책에서는 빌 드레이튼의 아쇼카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달라지는 세계 사회적 기업가들과 새로운 사상의 힘'을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정부가 제1섹터, 민간 기업이 제2섹터, 비정부기구와 비영리기구를 제3섹터로 부르던 것에 비해 제4섹터, 시민 섹터로 불리는 사회적 기업가들의 세계를 알아보고 그들의 활동에 대한 희망을 듣는 참 좋은 기회가 이 책에서 펼쳐진다.
일반적인 기업가企業家가 아닌 사회적 기업가起業家는 '낮은 영역에서 나온 경제 자원을 보다 높은 영역의 자원으로 전환시키는 사업을 일으키는 사람'으로 정의되며, '중요한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해 이 세상에 꼭 있어야 하는 창조적 파괴자'로 규명된다. 책의 앞머리에 실린 '진정한 자선이란 거지에게 동전 한 푼 던져주는 일이 아니다. 거지를 만들어내는 우리 사회의 체제 자체를 개혁하는 것이다'라는 마틴 루터 킹 2세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이런 사회적 기업가들의 활동이 눈에 띈 것은 30년도 채 되지 않지만, 그들의 영향력과 활동 분야, 활동 성과는 많은 후원자들과 더불어 괄목상대하고 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이들의 열정과 실용성을 알아보는 눈, 그것이야말로 정부 또는 민간 기업의 일시적인 자금 지원보다도 더 큰 힘이 됨을 아쇼카의 글로벌 펠로십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책 초반에 나오는 세계지도에는 저명한 사회적 기업가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책에서 설명하는 사회적 기업가의 예를 들어 보자. 브라질의 농촌에 전기를 공급함으로써 물을 끌어들이고 농가의 소득을 몇 배로 늘린 파비오 호사의 성취에는 남다른 열정과 끈기가 필요했다. 비싼 정부식 서비스를 감당할 수 없는 농민들의 관점에서 싸고 효율적인 전기를 보급하고자 했던 그의 관심과 열정은 저렴한 지방전력체제계를 개발한 아마라우 교수, BNDES의 아루이시 아스치, 리오그란데두술 주지사인 페드로 시몬 등 그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사람들과 인연이 닿게 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그의 노력들은 허사로 돌아갔으나 그는 여전히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한 전기울타리 보급, 대출을 통한 태양열 전지판 판매 등 저소득층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열정과 노력을 쏟고 있었다.
사회적 기업가의 이론과 사례를 번갈아 실은 이 책은, 사회적 기업가에 대해 아주 많은 것들을 알려 준다.

열정적인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힘, 그 희망의 에너지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공부방이나 야학도 사회적 기업의 일종으로 등재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좀더 세상을 바꾸는 긍정적 에너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작은 도토리 한 알이 자라서 큰 상수리 나무가 되듯, 사회적 기업가들의 활동을 씨앗으로 삼아 아주 커다란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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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랜덤 - 마법에 걸린 떠돌이 개 이야기
J.R.R 톨킨 지음, 크리스티나 스컬 & 웨인 G. 해몬드 엮음, 박주영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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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노란색 표지 위에 복잡한 무늬가 그려진 뾰족한 산과 날아다니는 용과 그 앞의 강아지들, 반짝이는 별들이 은색으로 그려져 있다. 그 아래 고풍스러운 문자로, 화이트 드래곤이 달강아지와 로버랜덤을 쫓아간다고 그림 설명이 되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J.R.R. Tolkien이 1927년 9월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 그림은, 또다른 삽화 3점과 더불어 대 문장가로만 각인되어 있는 톨킨을 다시 보게 만든다.
<로버랜덤>(2008, J.R.R. 톨킨 지음, 씨앗을뿌리는사람 펴냄)은 1925년 톨킨 가족이 요크셔 해안의 필리로 여름 휴가를 떠났을 때 구상되었다고 한다. 언제 어디나 가지고 다니던 장난감 강아지를 잃어버리고 상심한, 당시 5살 무렵의 아들 마이클을 달래기 위해 톨킨은 이 장난감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진짜 살아 있는 강아지였던 로버가 마법사의 바지를 물어뜯은 바람에 마법에 걸려 장난감이 되었고, 달나라와 바다나라를 모험한 후 다시 살아 있는 강아지로 돌아와 원래의 주인과 만난다는 것, 정말 아이를 달래기에 충분한 이야기 아닐까?

<로버랜덤>은 강아지의 시선에서 쓰여진 모험 이야기이다. 로버(rover)라는 이름은 방랑자를 의미하고, 뒤에 덧붙은 랜덤(random)은 로버라는 이름마저도 뺏기고 마는, 그래서 더욱 정처없이 떠도는 떠돌이라는 이미지를 더해 준다. 로버가 갔던 달나라와 바다 속에 우연히 로버라는 이름의 강아지들이 이미 있었던 것.
마법사의 마법에 걸려 장난감이 된 로버는, 톨킨의 아들 마이클이 그랬던 것처럼 해변에서 주인 아이와 헤어진다. 갈매기 뮤의 등에 실려 달의 길을 따라 달나라로 가고, 거기에서 달강아지 로버와 함께 신나게 날아다니며 자유로운 생활을 누린다. 표지에 나오는 화이트 드래곤을 만난 것도 달나라였으니, 친구는 달강아지 뿐이었지만 심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달 사나이를 따라 아이들의 꿈나라에 갔다가 자신의 주인인 작은 소년을 만난 로버는, 다시 현실 세계에 가기를 원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마법을 걸었던 마법사 아르타제르젝스를 찾아 이번에는 고래를 타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많은 모험을 거친 끝에 마법이 풀려 원래의 주인인 작은 소년을 다시 만난다. 아무에게나 반말을 하고 버릇 없던 로버가 커다랗고 점잖은 어른 개가 된 마지막 장면은 그만큼 성장했음을 이야기한다.

책의 초반에는 톨킨 연구자인 엮은이 크리스티나 스컬 & 웨인 G. 해몬드가, <로버랜덤>이 만들어지기까지, 그리고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기까지의 히스토리를 이야기한다. 이들은 톨킨의 일기와 미완성 원고, 이와 비슷한 에피소드들이 들어 있는 다른 작품들, 삽화들이 그려진 시점 들을 통해 로버랜덤를 종합한다. 삽화 설명과 본문 설명, 톨킨의 습관 들에서는 톨킨 연구자로서의 관록이 드러나고, <반지의 제왕>에서의 엄격한 이미지를 벗고 아이를 위하는 자상한 아버지로서의 톨킨을 상상하도록 만든다.
이야기 뒤의 주석에는 이야기 곳곳에 나왔던 단어나 구절들을, 톨킨의 생애와 다른 작품들, 필사본에서 수정된 부분, 톨킨에게 영향을 미쳤던 작가의 작품들로 설명하고 있어서, 좀더 자세하고 깊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로버랜덤> 이야기만 보면 아이들이 읽기에 좋은 동화이다. 어마어마하게 사용된 수식어들 덕분에 풍경과 분위기는 눈에 보일 듯 뚜렷하다. 화이트 드래곤이나 바다뱀은 위협적인 존재이기는 하지만 세계의 붕괴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 스쳐 지나갈 뿐이다. 커다란 위험 없이도 아기자기한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서문으로 실린 <로버랜덤>의 역사, 뒤에 실린 주석 덕분에 <로버랜덤>은 글이 쓰여지던 당시의 필리의 풍경과 사회상을 담은 앨범이 될 수 있었다. 간간이 눈에 띄는 오탈자가 없었다면 좀더 완성도가 높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며, 색다른 구성의 동화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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