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서울 브라보 대한민국 - 20세기 한국을 읽는 25가지 풍속 키워드
손성진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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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럭키 서울 브라보 대한민국> (2008, 손성진 지음, 추수밭 펴냄)은 20년간 사회부와 경제부 기자로 일해온 저자가 '1960, 70년대의 생활상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20세기 풍속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해서 나온' 책이라고 한다. 삼성언론재단의 연구저술 지원으로 출판된 이 책은, 저자 서문에서 이야기하듯 역사책이라고 보기에는 다채롭고, 수필집이라고 하기에는 사실의 비중이 높은 퓨전 형태의 내용이다. 그만큼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재미있다.

'20세기 한국을 읽는 25가지 풍속 키워드'라는 부제에 걸맞게, 저자는 크게 네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정말 오랜만에 듣는 키워드들을 펼쳐 놓는다. 추억의 군것질거리와 가을 운동회로 대표되는 키드의 세계, 모던 걸과 기생, 장발과 선데이 서울이 펼쳐놓는 트렌드세터 이야기, 삶의 애환을 달래주던 다방과 대폿집,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하면서 파란을 불러 일으켰던 라면과 조미료, 박가분과 동동구리무, 텔레비전과 영화 등의 사건 들이 그것이다.
다른 세 부분은 너무 오래 전의 일이라서 이야기로만 들었으나, 동심의 세계는 내가 직접적으로 겪은 거의 마지막 세대에 속하기 때문에 향수를 느끼면서 읽을 수 있었다. 두어번 만났던 아이스케키 장수, 야구장 앞의 냉차와 쥐포 장수, 고등학교까지도 계속되었던 채변 봉투의 기억, 학년별로 운동장을 교대로 차지하고 여름 한철을 준비했던 가을 운동회 발표 연습, 형제들 모두 운동 신경이 둔한 탓에 운동회 달리기에서 항상 꼴찌를 해서 창피했다던 엄마의 말씀, 소풍날마다 비가 오던 징크스, 학교 앞 구멍가게에 널린 불량식품들, 3학년때까지 실시했던 2부제 수업. 주택에 살던 우리 집 근처에는 또래 아이들이 많아서 골목길이 언제나 왁자하게 시끄러웠는데 이제는 다들 어디에서 중년의 나이가 되어 잘 살고 있겠지.
저자는 당시의 여러 신문 기사와 사진, 잡지, 문헌 등을 풍부하게 실어서, 그때 그 시절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20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기사들을 통해 변화의 양상이 성큼 다가온다. 각 꼭지마다 딸린 'TIP' 코너는 꼭지를 마무리하기에 충분하게 재미있다.

이제 살 만해진 사람들은 과거의 어려웠던 시절을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다. 지금은 경제가 많이 어렵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엿한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한지 오래인 21세기의 오늘, 20세기의 대한민국을 되돌아보며 상기할 추억이 있다면 참 좋겠다. 더이상 기억하는 사람이 없어서 기억마저 사라지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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