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 - 천 가지 성공에 이르는 단 하나의 길
조지 레너드 지음, 강유원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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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의 사전적인 뜻은,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 널리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사람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달인은 주로 전자의 뜻이 강하다. 책을 번역한 철학박사 강유원 님은 옮긴이 서문에서 ‘자신이 걷는 길에서 지속 가능한 성취를 얻는 사람’을 달인이라고 이야기했다.

저자인 조지 레오나르드는 인간의 잠재력과 사회 변화에 관한 여러 책을 썼으며, 게슈탈트 심리학과 인간 잠재력에 있어서 동서양의 철학을 융합한 연구로 유명한 에설런 연구소의 대표이자, 레오나르드 에너지 트레이닝 센터의 설립자라고 했다. 그는 달인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대신, 새로운 기술 중에서 운동을 배우는 것을 예로 들어 달인의 길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달인의 길은 비교적 짧은 전력투구와 전진 단계, 다소 실력이 상승하면 거의 곧바로 쇠퇴하는 정체 상태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이 정체 상태를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호사가, 강박증, 현실안주 타입으로 나누고 각각의 현상을 설명한다.
2부 ‘달인이 되는 다섯 가지 열쇠’에서는 스승을 만나라, 연습하고 또 연습하라, 기꺼이 복종하라, 마음에 달렸다, 한계를 넘어서라는 내용으로, 1부에서처럼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와 스포츠에 대한 예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3부 ‘예비 달인을 위한 몇 가지 팁’에서는 달인으로 가기 위한 방법, 달인의 모습, 달인의 길에 놓인 함정, 달인의 길을 떠나기 전에 알아야 할 점을 이야기함으로써 달인이라는 높은 목표까지 가는 길을 좀더 안전하게 만들어준다.

요즘 TV 프로그램 중에 ‘생활의 달인’이라는 것이 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정말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사람들을 골라 방송하고 있다. 이들의 분야는 은 같은 일을 하는 다른 사람들보다 최소한 2배 이상 빠르게 하고 있었다. TV에 나온 이들은 달인이 되고자 해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생각하고 개선하고 몸에 익힘으로써 어느 순간 달인이 되었다. 사실 남들보다 빠르게 봉투에다 속지를 끼우는 것, 멀리에서도 정확하게 수영 튜브를 던지는 것, 무를 수확하는 것, 수박을 고르는 것은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중요한 것에서 성취를 얻는다는 것 자체가 달인이었다.
테니스를 배우다 포기하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다가, 날이 더워지면 수영으로 바꾸는 경박한 내게는 달인이 되는 길이 참으로 멀고도 요원해 보이지만, 비교적 정확한 나침반을 손에 쥐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달인의 길이 어디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짧지만 생각할 것이 많은 책이었다. 사소한 일상이 이제 달인의 과정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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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았더라면
티에리 코엔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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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안락사의 역사>라는 책을 읽었다.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시작하여 종교와 철학, 과학과 의학, 정치와 시대 상황의 모든 분야가 얽혀서 안락사에 대한 허용과 거부, 정의와 발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거의 모든 종교에서 생명은 신이 허락하신 선물이고, 고통을 통해 자신을 정화하는 것이 의무라고 믿었다. 심지어 육체적인 고통은 속죄의 힘이 있다는 기독교적 믿음이 강했고, 이번 생에서 끝나더라도 그 업은 계속되어 윤회한다는 불교적 관점에서도 자살은 금지되었다. 13세기의 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는 자살을 ‘인간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수행해야 할 역할을 거부하는 행위이고, 생존 본능과 자신을 사랑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며, 모든 생명의 주인이신 신을 모독하는 일이므로 자살을 하는 사람은 곧 신께 죄를 짓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맥락에서 종교적인 순교를 제외한 자살은 죽어서도 처벌을 받을 정도로 엄격하게 금지되었다. <살았더라면>은 바로 이런 자살의 순간에서 충격적으로 시작된다.

20살, 사랑에 피가 끓는 나이이다. 우리나라 청년들에게는 아직 좀 이른 나이지만, 사랑에 좀더 자유로운 프랑스에서는 맹목적인 사랑에 목숨을 걸 수도 있는가 보다. 10년간 짝사랑하다가 드디어 고백을 하던 날 바로 채여버린 제레미는 결국 순간의 선택으로 음독 자살을 하게 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1년이 후딱 가 버린 것. 이런 현상은 조금씩 더 간격을 두어 극적이고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된다. 몇 년에 하루씩만 정신을 차리다 보니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중에도 가정을 지키고자 제레미는 최선을 다한다. 자신과 가족을 포기하며 자살을 시도했던 제레미가 반대로 가족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참 아이러니하지만, 그의 절박함과 그의 진실은 충분하게 전달되어서 그의 숨가쁘고 절망적인 하루를 함께 하다 보면 기진해지고 다음날이 어떻게 펼쳐질지 정말 궁금해진다.
<크리스마스 캐롤>에서 스크루지는 유령을 따라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그냥 지켜 보았지만, <살았더라면>의 제레미에게는 오로지 현재 뿐이므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아껴 써야 하는 고단함이 있었다.

우리나라 자살율은 전체 사망자의 5%에 육박하여 전체 사망 원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OECD 29개국 중에서 자살 증가율 1위, 자살 사망률 4위라고 하니, 예상보다 높은 수치가 많이 놀랍다. 중세에서 현대로 올수록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으나,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우리 속담처럼 살아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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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2 - 군주의 자리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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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SF 작가인 이영도님의 '드래곤 라자'를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용은 인간보다 지능과 지위가 우월한 존재이며, 스스로 영혼의 동반자인 라자를 찾아서 서로 교류하는 그런 내용이었다. 드래곤 라자의 용은 마법을 사용하면서 여섯 부족의 전쟁에 관여하는 역할로, 테메레르에 나오는 전투용 용들보다는 좀더 고등하고 우아한 존재들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서양이었는데 저자가 한국인이다 보니 동양적인 서양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테메레르'에서는 이와는 약간 다른 관점, 즉 서양인들의 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동양인들의 용 숭배 사상을 혼합하여 여러 계급의 용을 만들어내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전투용 용에 대비되는 중국의 셀레스티얼, 임페리얼이 그들이다.

1부 '왕의 용'에서는 중국 황제급의 셀레스티얼인 테메레르가 깨어나고 그 짝인 로렌스를 만나 서로에게 적응하는 과정인 소년기를 보냈다면, 2부 '군주의 자리'에서는 테메레르가 마치 인간의 사춘기처럼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복잡한 국제 정세 때문에 가족을 만나게 되면서 서양과 동양의 문화를 자신의 몸에 모두 갖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때는 바야흐로 나폴레옹이 유럽을 정복하는 전쟁을 한창 벌이는 중인 1800년대 초반. '신의 바람'이라는 가공할 파괴력을 발견한 테메레르가 바야흐로 강력한 전쟁 무기로 자리매김하는가 싶었는데, 원래 테메레르의 출신지인 중국에서 신성한 혈통의 용을 돌려달라는 사절단을 보낸다. 영국에서 중국까지 7개월간의 바다 생활과 더불어, 중국에 도착해서 겪는 많은 위험과 갈등과 성장은 책을 읽는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테메레르가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이번 이야기에서는 그의 정신적인 면에 많이 집중해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용의 종주국이라는 중국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나와서, 괜히 반갑고 친숙해하며 읽기도 했다. 좀더 문화적이고 인간적인 듯한 분위기에 으쓱하기도 했고.

다양한 사건들은 정치적인 배경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지리적이고 정치적인 중국의 위치 때문에 줄다리기 외교를 펼치는 해먼드의 모습을 이해한다면, 세습 왕조 안에서 사람들의 경쟁과 암투를 이해한다면 2편의 이해는 쉬울 것이다. 그처럼 머리 아프고 비인간적인 사람들의 이야기 대신, 고향으로 돌아간 테메레르의 모습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것도 책을 재미있게 읽는 좋은 방법일 듯하다.  

책 맨 끝에 나오는, 에드워드 하우 경이 1801년 6월 영국왕립협회에 제출한 <용 육종 기술에 관한 소견을 포함한, 동양 용에 관한 고찰>은, 해리 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마법 동물들을 진지하게 설명하며 출판된 <신비한 동물 사전>처럼, 마치 실제 있었던 일인 양 분위기를 바꿔주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온통 검은색에다 흥분하면 얼굴 주변의 막이 펴지는 테메레르, 순백색의 룽티엔리엔, 빨간색 몸통에 점박이 무늬가 있고 그라데이션이 있는 날개들, 녹색에 하얀 줄무늬가 있는 등 용들의 총천연색 모습을 화려한 화보로 보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피터 잭슨 감독이 영화화할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다.

바다에서, 하늘에서, 땅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방대한 스케일을 따라 배를 타고 걷고 하늘을 날다가 땅에 내려왔더니 약간은 어지럽다. 또 땅에 든든히 발을 딛고 서서 3편, 4편을 기대하며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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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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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을 놓고 마음이 슬퍼할 때, 영혼은 새로 얻을 것을 놓고 기뻐한다.

가정과 직업과 명예와 돈을 가졌을 때 그 모든 것을 잃게 된다면, 처음부터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을 때보다 충격과 절망이 클 것이다. 1층에서 떨어지는 것과 10층에서 떨어지는 것의 충격 강도가 다른 것처럼 말이다. 더구나 더 아래까지 떨어질 곳이 남아있다면 그야말로 살아갈 희망마저 잃게 되지 않을까.

<샘에게 보내는 편지>의 저자인 대니얼 고틀립이 바로 그런 좌절을 겪었다. 결혼 10년차, 정신과 의사로 자리를 잡고 있던 그는, 반대편 차선의 트럭에서 튕겨나온 타이어 때문에 목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다. 어깨 아래로는 감각이 없고 움직이지 못하게 된 전신마비가 되어,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생활이란 재앙이다. 삐걱거리던 결혼 생활은 끝이 나고, 절망이 자리잡는다.

마음을 추스려 다시 정신과 의사로 재직하면서, 저자는 둘째 딸 데비의 아이에게 자신의 생애와 깨달은 점들을 들려주고자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샘이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고, 그 어려움을 겪게 된 샘과 그의 엄마 데비를 위하여, 그리고 그 모든 약한 사람들을 위하여 편지의 내용을 더 넓힌다. 아이가 자라는 것에 맞추어 적은 편지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까지 구체적이면서 자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거기에다 정신과 상담과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면서 얻는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들은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까지 제공한다.

마음은 정상이나 몸의 장애가 있는 할아버지가, 몸은 정상이지만 마음의 장애가 있는 손자에게 주는 삶의 지침들은, 몸과 마음에 모두 장애가 없는 일반인들에게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누구나 정도와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 장애인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립 체스터필드의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강헌구의 '아들아,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등 아이에게 주는 편지의 형식으로 나온 책들이 꽤 있다. 아버지와 아들은 거의 같은 시대를 살아가기 때문에 삶의 치열함이 강하게 드러나는 대신 삶의 연륜은 얕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손자, 손녀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관용, 긴 인생의 경험 때문에 더 부드럽고 폭넓은 용서와 사랑을 이야기한다.
우리 모두 샘이 되어 대니얼 고틀립 할아버지의 영혼으로 쓴 편지를 감사히 받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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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감동시킨 위대한 글벌레들 - 명문장가들의 놀라운 글쓰기 비법을 공개한다 세상을 바꾼 벌레들 1
김문태 지음, 이상미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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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나 행동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TPO (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 또는 경우))가 맞아야 한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TPO에 맞는 글쓰기는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뿐만 아니라 감동까지도 전해줄 수 있다.

<세상을 감동시킨 위대한 글벌레들>은 시로 농민의 아픔을 그려서 약한 자의 아픔을 헤아린 정약용, 소설로 양반 세계를 꼬집음으로써 그릇된 세상을 비판한 박지원, 일기를 써서 지나간 자신을 되돌아본 이순신, 서사시로 낙원을 그리면서 죄를 뉘우쳐 악에서 벗어나게 한 밀턴, 편지로 마음을 그리면서 가슴속 깊은 곳까지 그린 고흐, 관찰기록문으로 진화론을 밝혀서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푼 다윈, 호소문으로 환경을 지키는 동시에 죽어가는 생명을 살린 레이첼 카슨 등, 글의 분야별로 일곱 분을 선정하여 그들의 생애, 저서를 소개하는 동시에 각 분야의 글을 제대로 쓰는 방법을 설명한다.

초등학생들이 이 책의 독자이기 때문에 초등학생 또래의 아이들을 일곱 분의 상대자로 설정하고, 이들의 대화를 통해 독자들이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였다. 정약용과 손자, 박지원과 학동들, 이순신과 동네 꼬마들처럼 호기심으로 무장하고 동시에 예리하고 날카롭고 순수한 아이들은 어른들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열도록 한다. 이들의 대화에는 서로를 향한 존경과 사랑이 스며들어 있어 발그레하게 얼굴 붉히는 훈훈한 분위기가 잘 전해진다.

한 사람의 글은 그 사람의 일생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한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다양한 시대와 직업의 작가들의 삶은 전형적인 위인전보다 더 가까이 다가오고, 능히 그렇게 생각하고 말했음직한 팩션의 세계로 인도한다. 주류 사회에 편입하여 편안한 삶을 살아간 사람들 대신 소외되어 있는 계층에 대한 관심과 사랑, 어려운 현실을 딛고 일어나서 진실을 추구하고 세상을 바로잡는 것에 일생을 바친 사람들의 삶은 찬란하게 빛난다. 글쓰기의 방법들을 배움과 동시에 이들의 삶을 알아보는 것도 참 의미있는 시간일 거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맨 뒤에 실린 참고 문헌 목록을 훑어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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