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2 - 군주의 자리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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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SF 작가인 이영도님의 '드래곤 라자'를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용은 인간보다 지능과 지위가 우월한 존재이며, 스스로 영혼의 동반자인 라자를 찾아서 서로 교류하는 그런 내용이었다. 드래곤 라자의 용은 마법을 사용하면서 여섯 부족의 전쟁에 관여하는 역할로, 테메레르에 나오는 전투용 용들보다는 좀더 고등하고 우아한 존재들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서양이었는데 저자가 한국인이다 보니 동양적인 서양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테메레르'에서는 이와는 약간 다른 관점, 즉 서양인들의 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동양인들의 용 숭배 사상을 혼합하여 여러 계급의 용을 만들어내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전투용 용에 대비되는 중국의 셀레스티얼, 임페리얼이 그들이다.

1부 '왕의 용'에서는 중국 황제급의 셀레스티얼인 테메레르가 깨어나고 그 짝인 로렌스를 만나 서로에게 적응하는 과정인 소년기를 보냈다면, 2부 '군주의 자리'에서는 테메레르가 마치 인간의 사춘기처럼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복잡한 국제 정세 때문에 가족을 만나게 되면서 서양과 동양의 문화를 자신의 몸에 모두 갖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때는 바야흐로 나폴레옹이 유럽을 정복하는 전쟁을 한창 벌이는 중인 1800년대 초반. '신의 바람'이라는 가공할 파괴력을 발견한 테메레르가 바야흐로 강력한 전쟁 무기로 자리매김하는가 싶었는데, 원래 테메레르의 출신지인 중국에서 신성한 혈통의 용을 돌려달라는 사절단을 보낸다. 영국에서 중국까지 7개월간의 바다 생활과 더불어, 중국에 도착해서 겪는 많은 위험과 갈등과 성장은 책을 읽는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테메레르가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이번 이야기에서는 그의 정신적인 면에 많이 집중해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용의 종주국이라는 중국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나와서, 괜히 반갑고 친숙해하며 읽기도 했다. 좀더 문화적이고 인간적인 듯한 분위기에 으쓱하기도 했고.

다양한 사건들은 정치적인 배경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지리적이고 정치적인 중국의 위치 때문에 줄다리기 외교를 펼치는 해먼드의 모습을 이해한다면, 세습 왕조 안에서 사람들의 경쟁과 암투를 이해한다면 2편의 이해는 쉬울 것이다. 그처럼 머리 아프고 비인간적인 사람들의 이야기 대신, 고향으로 돌아간 테메레르의 모습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것도 책을 재미있게 읽는 좋은 방법일 듯하다.  

책 맨 끝에 나오는, 에드워드 하우 경이 1801년 6월 영국왕립협회에 제출한 <용 육종 기술에 관한 소견을 포함한, 동양 용에 관한 고찰>은, 해리 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마법 동물들을 진지하게 설명하며 출판된 <신비한 동물 사전>처럼, 마치 실제 있었던 일인 양 분위기를 바꿔주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온통 검은색에다 흥분하면 얼굴 주변의 막이 펴지는 테메레르, 순백색의 룽티엔리엔, 빨간색 몸통에 점박이 무늬가 있고 그라데이션이 있는 날개들, 녹색에 하얀 줄무늬가 있는 등 용들의 총천연색 모습을 화려한 화보로 보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피터 잭슨 감독이 영화화할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다.

바다에서, 하늘에서, 땅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방대한 스케일을 따라 배를 타고 걷고 하늘을 날다가 땅에 내려왔더니 약간은 어지럽다. 또 땅에 든든히 발을 딛고 서서 3편, 4편을 기대하며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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