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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반양장) ㅣ 창비청소년문학 106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버스 사고로 영혼이 빠져나온 열여덟 살 한수리와 열일곱 살 은류.
영혼이 빠져나왔는데도 멀쩡하게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자신의 육체를 보며
어이없어하는 한수리.
영혼이 빠져나온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무덤덤한 은류.
영혼 사냥꾼 선령은 수리와 은류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가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태도로 일주일 안에 각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지 않으면 저승으로 가야한다고
통보한다.
영혼이 빠져나온 일로 소동이 벌어지거나 난리가 나지는 않는다.
육체가 버젓이 원래대로 살아가니까.
애초에 영혼없는 삶을 살아가던 은류는 더욱 육체를 되찾아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읽으면서 여기에서 영혼이 뭘까? 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기억? 감정? 그런 건 그냥 육체에도 남아있는 것 같다.
자신을 기준으로 하는 판단과 선택. 나만의 기준. 같은 것이 영혼이 아닐까?
타인의 기대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예스맨으로 살던 류와
타인의 기준에 맞춘 삶을 위해 애쓰던 수리에게 부족했던 건
자신의 감정과 윤리의식 등을 기반으로 한 자신의 선택.
이였던 게 아닐까?
사실 이거 수리와 류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가지는 건 아니지 않나?
내 선택인 것처럼 살아왔지만 (수리와 류처럼)
어느 순간 공허해지고 뭐하고 있는 걸까 싶은 순간들 많이들 거치지 않나?
그래서 영혼이 빠져나온다는 설정이 낯설거나 황당하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걸까?
그래도, 영혼이 빠져나온다는 건 어마어마한 사건인데,
전개과정에서 막 사건 사고가 터지거나 하며 드라마틱하지는 않다.
영혼이 없다는 게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 세상살이라는 게 씁쓸하다.
지금 우리의 현실 세계에서 나름 정해진 엘리트 코스를 따라 살아왔지만
너무 어이없는 바닥이 보이는 윤리관을 드러내는 분들이
수리처럼 어느 순간 잃어버린 영혼을 되찾지 못한 분들이 아닐까 싶으면서
어쩌면 이 이야기는 가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작가님이 우연히 연이 닿은 신령에게 이런 일이 있다는 걸 전해들으신 게지
그리고 혼자 품기 답답해서 소설인양 슬쩍 알려주는 건 아닐까?
(근데 제목은 좀, 나에게 나로 돌아간다고 나나인 건...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