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거짓말쟁이들 - 살아남기 위해 속고 속이는 생물 이야기
모리 유민 지음, 이진원 옮김, 무라타 고이치 감수 / 키라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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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생명들은

자연이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자연스럽게 라는 말처럼

무언갈 꾸며내는 일에 어울리지 않아보인다.

하지만, 인간처럼까지는 아니더라도

동물도 식물도 상대를 속이기 위한 행동이나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한 속임수를 사용하기도 한다.

디만 목숨을 걸고, 먹고 살려고 하는 게 다르다면 다르달까...

(인간도 그렇다고 하면, 할많하않 이다.)

보다 큰 차이점이라면

속이는 대상이 누구냐는 점.

동물은 대부분 다른 종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인간은 같은 인간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동물들 중에는 비교적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에게도 나타난다고 한다.

사회를 이루는 집단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그만큼 사회에서 살아가는 일은

다른 종에게서 나를 지키는 일만큼이나 힘겨운 일이라는 걸까?

죽은 척 함으로서 적으로부터 나를 지키고

경계색으로 위협 (일종의 공갈협박으로 느껴진다. ㅎ)하고

꽃인 척하면서 사냥하는 녀석들.

다양한 방법으로 적을 먹이를 혼돈에 빠뜨리는 녀석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사는 게 참, 뭐하나 쉬운 게 없다 싶다.

그 중에서도 탁란하는 뻐꾸기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무조건 숙주(탁란한 둥지의 본 주인)들은 뻐꾸기의 알을 키우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20% 정도는 숙주에 의해 버려진다고 한다.

그리고 뻐꾸기들은 죄 탁란하는 줄 알았는데

미국 뻐꾸기는 탁란을 하지 않는단다.

그래서 탁란을 하는 뻐꾸기의 알은 미국 뻐꾸기 알과 비교해 작다고 한다.

그래야 숙주의 알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탁란하는 이유가, 이동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복잡다단한 이유들이 서로 얽힌 것이

다시 한 번, 참 사는 게 이유도 많고, 사연도 많고, 쉽지가 않다.

지구 위에 생명을 꾸려가는 그 어떤 존재도 대충살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네이버 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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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비
청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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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했다.

인류의 무분별한 핵 실험의 후유증으로 내리게 된 사탕비.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돌비 아래에서 인류를 피 흘리며 죽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 사탕비를 피하기 위해 세워진 청백성.

청백성 속에서 인류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탕비를 정제해서 먹어야 했다.

그 사탕비를 수거하기 위해 만들어진 휴먼노이드.

인간을 쫒아내리는 사탕비를 수거하기 위해

휴먼노이드는 보다 인간과 비슷해져야 했고

사탕비 수거가 죽음과 연결되었음을 깨달은

휴먼노이드는 청백성 속에 사람인 척 숨어들었다.

그 휴먼노이드를 찾아내기 위해

투표로 한 사람을 주목하고 그 사람을 사탕비 내리는 청백성 밖으로 내몰아

휴먼노이드인지 아닌지를 증명해보이는 일을 반복한다.

주인공 시안은 긴 시간 잠에 들었다가 깨어난지 얼마되지 않았다.

시안이의

휴먼노이드로 몰려 죽지 않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정보를 찾아다니는 적극성과

인간들 사이에 숨어있는 휴먼노이드에 관한 분노가

불편하게 다가왔다.

뭔가 합리적인 방법을 생각해서 인간과 휴먼노이드의 차이점을 밝혀내지 않고

무작위적인 방법으로 사람을 계속 죽음으로 내모는 상황도 불편했다.

인간과 비슷하게 개발되어 공포와 외로움을 알게된

휴먼노이드를 죽음으로 내모는 일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것도 불편했다.

성스러운 물 속에 담궈서

죽어야 마녀가 아니라는 증거가 되고

살아나면 마녀라고 몰려 죽어야 했던 과거의 마녀사냥이 떠오르기도 했다.

설정 자체가 불편함을 내재하고 있다보니

편안하게 읽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예민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네이버 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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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기쁨 - 흐릿한 어둠 속에서 인생의 빛을 발견하는 태도에 관하여
프랭크 브루니 지음, 홍정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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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30년 이상 저널리스트로서 성공적인 삶을 꾸려가고 있었다.

쉰 두살이 되던 어느 날, 뇌졸증으로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어가게 되었다.

그 계기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알츠하이머병, 친구의 파킨슨병, 오랜 연인과의 이별을 통해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한 성찰을 얻어간다.

[상실의 기쁨]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잃음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얻음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대략적인 개요를 읽었을 때는

완전히 시력을 잃은 것도 아닌데

보다 괴로운 누군가의 불행에 비하면

여전히 가진 것이 많은 사람 아닌가. 라고 삐딱하게 받아들였다.

부자집이 망해서 가정부를 못쓰고

직접 설겆이를 해야하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슬퍼하는 자식들의

고백같달까....

하지만 구체적인 경험담과 감정들을 읽어내려가며

불행은 언제나 상대적이기보다는 절대적인 것이라는 다시 깨달았다.

혹은 그만큼 저자의 글솜씨가 좋았거나.

혹은 늙음을 쇠락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요즈음의 내 마음과 닮은 결을 찾아냈거나.

인류의 역사 이래 의학이 발달해왔지만

여전히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뇌졸증으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고

다른 쪽 눈의 시력을 잃을 가능성이 40%의 확율이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40%의 확율이 나를 비껴가기를 기원하며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보는 수 밖에는.

그 과정에서 저자는 삶이 내미는 신 레몬으로

레몬에이드를 만드는 마음가짐을 깨닫는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쓰는 사람이였기 때문이였던 것 같다.

외면하지 않고 실체를 들여다보는 용기.

그 용기가 상실의 그림자 친구인 얻음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과정을

기록해준 덕에

내 삶에 예정된

상실에 담겨올 기쁨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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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고 존경하는 파란 이야기 11
박성희 지음, 김소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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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고 존경하는]

달빛초등학교 5학년 조민우는 장학금을 준 어른들에게 편지를 쓴다.

아무래도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체육 대회도 아닌데 자꾸 힘내라고 하고

바른 자세로 칭찬받는데 자꾸 어깨를 피라고 하는 걸 보니.

3명의 학생에게 각각 100만원이라는 장학금을 전달하기 위한 행사에서

50명이 육만오천원짜리 코스를 먹었다. 총 삼백이십오만 원.

추가로 3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도 이십오만 원이 남는 식대.

스스로가 힘들거나 어렵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

다정하고 성실한 민우의 가족은

100만원의 장학금으로 어머니의 고민은 조금 덜었지만

행복을 부정당해야 했다.

민우의 말투가 시종일관 예의바르고, 상대에 대해 이해해보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왠지 더 화가 나는 이야기.

[끝까지 소리 내 읽었다]

엄마와 선생님의 검사? 때문에 비밀리에 만들어진 루아의 공간.

그런 공간에서 현실의 나를 아는 사람이 나타나는 건,공포같기도 한데.

다행히 루아에게 힘이 되는 방향으로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비밀공간이 발각된 순간의 공포가 왠지 좀 더 오래 남는다.

[공을 주웠다]

층간소음이 sos 일수도 있다면, 그 목소리가 꼭, 누군가에게 가 닿기를.

[바세린 효과]

대화체로 이어진 오프닝이 신선했다.

그게 바세린의 답변을 위한 빌드업이였다니.

가영이와 세은이가 이젠 바세린 바른 듯 상처를 잘 돌보고 있기를.

힘겨운 한순간을 폭팔시키는 장면이 연극적이면서

요즘 표현으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이였다.

[옥탑정형외과]

사기꾼이였을 테지만,

함께할 친구를 얻었으니

오히려 이익일지도.

전체적으로 사건이 입체적으로 구성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되어서 읽는 재미가 풍성한 단편집이였다.

박성희 작가님 앞으로 찾아봐야할 작가님으로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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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칼 포퍼 지음, 허형은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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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던 순간이 있었나?

언제나 어떠한 방식으로든 문제가 존재했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나는 변화했고

외면하면, 추가 되어 무거워졌다.

변화가 언제나 긍정적이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이런 자기개발서에 나올 것 같은 이야기가

자연 과학과 역사, 정치에 적용된다.

1부 자연과학에 관한 문제들에서 생각의 방법론?을 과학에서 찾고

적용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학 이전의 지식은 진리라고 믿고 따르는 것이였지만

과학은 맹목적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과학적 삶에서 안다는 건 객관적인 명제, 가설, 문제들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전문가는 있을 수 있어도 절대적인 권위자는 있을 수 없다. 는 말은

영원한 진리는 없다는 말과 통한다.

마르크스주의 비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부에서는

낙관주의는 의무이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 연대책임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모든 이야기 끝에 칼 포퍼는 자신의 이야기도

비판적으로 골라 들으라고 이야기한다.

그가 이야기한 맥락에 벗어나지 않는 자기 완결성을 보여주는 멋진 마무리다.

강연이나 수필 글을 모아놓아서 딱딱하지 않게 읽기 좋다.

다만 쉽지는 않다. 글을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뜻은 아니다.

핵심적인 내용들을 편하게 풀어놓았다.

다만 그 내용 자체를 받아들이고 소화시키는 일이

확실히 오락물을 읽을 때와는 에너지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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