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옥을 살아가는 거야
고바야시 에리코 지음, 한진아 옮김 / 페이퍼타이거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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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가 만화가라고 해서

만화 에세이라고 생각했는데, 글로 된 에세이였음.

자살을 기도하고 자립을 위한 과정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고, 그 상태에서 또다시 굴레가 되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주된 이야기인데

읽다보니 일본 드라마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이 생각났다.

이 책에서는 꽤나 짜증나는 상대로 나오는 파마씨의 포지션인

구청 사회복지과 직원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만큼

이 제도를 좀 긍정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담당직원들도 판타지하다.

저런 직원들이면 뭔 문제임 싶다.

작가도 저 드라마의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면, 좀 더 빠르게 원하는 궤도로 돌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의 저자도 제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는다.

힘들고 지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제도이고

언제 나에게 필요한 도움이 될지 모르는데

제도의 수혜를 받는 사람들을 비난하지 말라고 말한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받는 혜택은 드라마의 제목처럼 최저한도의 생활 일 뿐이다.

비난받을 제도와 수혜자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되는 건, 제도의 헛점을 파고들어 불공정하게 혜택을 받는 자들 때문이다.

정말, 화가 난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수급신청방법이 점점 강화되서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도움을 받질 못하잖아!

저자가 강도높은 업무와 생활비로도 부족한 급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마트에서 콩소메를 훔친다.

- 나는 매우 가난하고 허기졌다. 가난은 사람의 마음을 더럽힌다. -

어딘가에서 읽은 글인데

사람은 가난하면 지능이 15? 정도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멀리 보지 못하고 시야를 좁게 해서 불합리한 결정을 하게 한다는 말이다.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제도인데 ...

제도가 사람을 옮아매는 상황을 보고 있자면

인간에게 환멸이 생긴다.

저자가 병에 걸린 것도,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이번 호가 발간되면 죽자."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죽고싶은데, 죽을 건데 ... 이번 호 발간이 무슨 대수람.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저자는 사는 게 힘들었고,

벗어날 수도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보여지는

수급자들은 당연히 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하는 관계자는

남에게 폐를 끼치며 사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그런 사람도 이런 제도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걸 몰라주는 것이 안타깝다.

사실, 본문 내용 중 나왔던 제멋대로인 자원봉사자 사토씨에 비하면

저자는 너무나도 정상적인 존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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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나의 빈센트 -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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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이 예쁘다.

그림과 사진이 풍성하게 들어가 있어 보기에 참 좋다.

설명하는 그림이 모두는 아니여도 상당수 함께 수록되어 있어

글을 읽고 이해하는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

그리고 저자의 빈센트에 대한 애정이 물씬물씬 느껴지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다.

철저하게 빈센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저자의 글을 읽고 있자니

빈센트 생전 저자를 친구로 만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질 정도다.

빈센트의 애정에의 갈증을 채워줄 존재가 되었을텐데. ㅎㅎㅎㅎ

(하지만, 곁에 있지 않기 때문에 애정을 가질 수도 있는 거지 싶기도 하다.

빈센트 주변인들이 특별히 악인들이라

그에게 곁을 내주지 않은 것은 아니지 않았나?

그 누구도 없었다는 건, 그만큼 쉬운 상대는 아니였던 거 아닐까?

이런 생각도... 폭력인가????)

나에게 빈센트는

일방통행 양자리 고흐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버린 소통의 별자리 고갱으로 기억되고 있는데,

이 책에서 설명하는 빈센트는 양자리같지가 않다.

오히려 고갱이 기회주의자로 설명되는 느낌까지. ㅎㅎㅎ

넘치는 빈센트에 대한 사랑이라니.

그리고, 읽다보니 안녕 소르시에라는 일본 만화가 생각났다.

빈센트의 동생 테오가 메인 캐릭터로 나오는 만화인데

작가님이 이 만화를 보셨을지, 보셨다면 어떠셨을지 궁금하다. ㅎㅎㅎ

테오에게 참 힘든 형이였을 것 같다.

나는 애정을 갈구하기는 했지만, 애정을 받기 위해 상대에게 자신을 맞출 생각은 없었던 고흐는

저자분과는 다르게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았다는 생각이다.

선택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같은 면이 있는 게 아니였을까.

많이 알려진 그림 외에도

많이 보지 못했던 그림도 알게 되어 좋았다.

그리고 설명을 더불어 보게 되니 더 마음에 와닿는 게 좋았다.

특히 씨뿌는 사람, 수확하는 사람이라는 그림이 좋았다.

사람들은 절망에 매혹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희망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세상의 이야기들은 절망에서 시작해서 희망으로 가나보다.

내가 아는 것보다 고흐의 그림들이 희망을 향해 있는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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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토마토
캐롯 지음 / 문학테라피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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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는 문체가 있듯이

만화에는 그림체가 다른 작품들과의 구분점 노릇하는 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답은 없고, 다만 선호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의 그림체는 내 타입은 아니였다.

음식만화라고 생각했는데

음식이 맛깔나게 그려지지 않았다.

가게 앞에 놓인 먼지 앉은 모형 음식같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보니

나른나른한 이야기들에 어울리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여타의 음식 만화들처럼 반짝반짝이는 선명한 이미지들에 이 이야기들이

담겼다면... 이질적일 것 같다. 취향을 떠나 이야기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의 이야기인지, 아니면 상상의 이야기인지 느낌이 애매한 이야기들.

어떤 이야기이든 작가가 들어가지 않는 이야기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이렇게 불투명 비닐마냥 다가오는 느낌도 흔치는 않겠다.

딱 선을 그어 떨어지지 않는 감정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한번쯤은 느껴보았을 그 감정들이지만

설명하기 어려웠던 순간들이 담겨있다.

그러고보면 삶은 계란이 떠오르는 제목 삶은 토마토가 정말 맞춤한 제목이구나 싶다.

야채도 아니고, 과일도 아닌 애매한 삶의 순간들.

작가분이 감정을 다루는데 강점이 있으신 분인가보다.

찾아보니 다음 연재작이 연애 감정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것도 분위기가 괜찮은 듯.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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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생존기 특서 청소년문학 7
손현주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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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떠나면 조금 더 공간적으로 편안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유혹이 있지만

번번히 그 생각을 꺾어버리고 마는 건 너무나 서울 친화적인 내 성향이다.

가까운 곳에 온갖 편의시설이 있고

이웃간에 가깝지 않아도 되는 서울이 나는 편하다.

아버지의 사정 때문에 양평으로 내려가는 게 죽기보다 싫었던 주인공의 마음이 너무 이해된다.

한 때 지인이 양평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마당으로 멋돼지가 들어오고 전등이니, 지붕이니 직접 고치며 살고, 지병이던 피부병이 낫고 ...

무용담처럼 양평 생활의 신선함을 어필하다, 결국 서울로 컴백했다.

젊어서가 아니다.

한참 나이가 많으신 아는 분도 파주 쪽에서 살다가 서울로 컴백하셨다.

서울로 오니 오히려 정신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고향하면 따뜻한 시골 마을을 떠올리던 사람들이 아니라

서울이 고향인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거다.

고향을 떠나 낯선 지역에서 그것도 편의라는 측면에서는 전혀 편하지 않은 곳에서 적응하기란

나이 먹은 어른도 아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주인공 입장은 정말, 읽어가며 두 배의 감정이입을 불러

일으켰다.

이것저것 알려고 하고, 개인 공간 침입에 날을 세우면 안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공동체 가입이 무언 중 강요되는 생활들.

양평에서의 삶이 꽤나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전원찬양적으로 흐르지 않는 것이 현실적이라 좋았다.

심지어는 지나치게 현실적이지 않은가 싶은 사고까지 벌어지니까.

시골생활이라는 것도

시골학교라는 것도

결국은 돈 많은 사람들이 살기 좋고

성적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은

서울이나 양평이나 다를 것 없다는 점이 곳곳에서 들어나는 것도 좋았다.

결국 공간이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누구인가

그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가 정리해준다는 방향도 좋았다.

근데, 그래도, 뭔가 엔딩이 급 훈훈한 느낌인데????

흐흐흐흐.

아! 요즘 애들은 유튜브로 검색한다더라 하는 말은 계속 들었지만

진짜 유튜브로 검색하는 요즘 아이를 만난 작품은 이게 처음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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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달리는 간호사
김보준 지음 / 포널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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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의 만듬새도 좀 촌스럽달까, 이쁘진 않다.

글도 화려한 문장력을 갖춘 것도 아니고, 깊은 깨달음을 전달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런데도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건

성실한 지은이의 에너지 때문인 것 같다.

극적 꾸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벼락처럼 찾아오는 깨달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짧다면 짧은 대학 입시 준비부터 대학 입학, 취업 준비, 그리고 사막 달리기까지의

여정이 그저 성실하게 나열되어 있을 뿐인데

그 꿋꿋한 성실함이 묘하게 마음에 다가오더라.

어릴 적부터 쫓아왔던 꿈도 아니고

뭔가 드라마틱한 사건이 있어서 간호사가 되어야겠어! 라고 결심한 것도 아니다.

그냥 이과에 갔고, 이과에서 갈 수 있는 과 중에 뭐가 있나 고르다보니

간호학과가 남았을 뿐이라는 설명이 너무 착실해서 웃음이 난다.

그래도, 남자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였을텐데

이후의 행보를 봐도 그렇지만

본인이 결정한 일에 대해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힘이 있는 사람인 것 같다.

문닫고 들어간 (대기자로 들어갔다고) 과를 톱으로 졸업하고

그 와중에 봉사활동도 다녀오고

성실성실 열매를 먹은 친구다.

스스로에게 집중해서 살아가느라 연애는 과연 했을까 싶다.

그리곤, 선망하는 직장에 들어가고

조금 적응하는가 싶더니 봉사활동, 그리곤 사막 마라톤을 준비한다.

나는 극적으로 마라톤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기라도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ㅋㅋㅋ

제안서를 준비해서 2주의 휴가를 받아낸다.

재미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되게하는 힘에 대해 생각했다.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려고, 별걸 다 끌어다붙인다.

있어보이려고 한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되게 하는 방법이라면 안 할 이유가 뭔가.

삶을 내몰지 않는다.

성실한 노력으로 안정적인 생활의 바탕은 다져놓는다.

하지만, 그 속에서 끊임없는 도전도 포기하지 않는다.

꿈을 위해 극단적이 될 필요는 없는거다.

집시만이 꿈을 꾸는 건 아닌거다.

직장인도, 월급쟁이도, 꿈을 꾸고 도전할 수 있다.

저 사막에.

저자는

스스로를 지루한 삶에 던져놓지 않을 거다.

일상에 튼튼하게 발을 딛고서

가슴뛰는 도전을 이어가겠지.

이 안정적이며 성실한 도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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