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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시간 - 내촌목공소 김민식의 나무 인문학
김민식 지음 / 브.레드(b.read)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나무의 시간.
제목부터 참 좋다.
무거운 노랑으로 듬직하게 아래를 채운 위에
안개를 머금은 빽빽한 푸른 나무 사진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표지의 질감이 다른 책들과 좀 다르다.
부드러운 고무 느낌. 좀 비싼 느낌? ㅎ
종이 위에 가공을 한 걸까?
아직 쌀쌀한 바람이 부는 시기에 만난 덕에 기분좋게 쓸어볼 수 있는 감촉이다.
그러고보니 책도 나무의 자식이다.
잘 닮은 자식의 얼굴이다.
꽤나 마음에 쏙 드는 첫인상이다.
중간중간 장을 나누는 페이지의 색깔도 마음에 든다.
그.런.데!
내용까지 나무를 닮았다.
내부를 꽉꽉 채워 옆으로 위로 자라는 나무 마냥
정보와 이야기가 너무 많아 숨이 차다.
느긋한 나무 그늘을 상상했는데
나무 속 물관, 체관 처럼 가득 실린 정보가 정신없이 쏟아진다.
추천의 글과 프롤로그를 지나쳐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서
뭔가 바짝 긴장해서 글을 쫓게 된다.
우어~
장마다 해당 장의 핵심 이미지가 말미에 배치되어 있는데,
장이 시작하는 페이지에 들어가 있었다면 무언갈 떠올려 가며 읽을 수 있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나무와 관련해 넘치는 지식과 이야기들을 알고 계신 건 알지만....
낯선 도시의 이름과 나무 이름 (심지어는 영어와 우리 이름이 달라 헷갈려),
브랜드 이름, 사람 이름이 마구 마구 쏟아지는 통에
핵심적인 이야기를 건져내는 게 좀 힘들었다.
p.41
"문명 앞에는 숲이 있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따른다."
18세기 프랑스 작가 샤토 브리앙
정확한 정책명은 모르겠지만, 새로운 정책 때문에 크고 작게 조성된 공원들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기사를 얼마전에 봤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숲을 없애고 공항으로 가기 위한 도로를 만든다는 이야기도 읽었다.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오늘과 내일이 아닌, 조금 먼 시간에 대한 배려도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p.50
자연 상태로 보호하는 것보다 간벌을 통해 40년, 50년 수령의 나무가 무성할수록 건강한 숲이다.
언젠가 나무는 무조건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이 되면 잘라주는 게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이유는 그 때도 뚜렷히 몰랐다. 건강한 상태의 나무를 위해서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잘라줘야 하는 거 였구나. @@;
일본 영화 우드잡이 생각났다.
나무꾼? 마을의 이야기인데, 보고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보셔도 좋을 듯.
나무는 심리적인 부분만이 아닌 실용성면에서도 빠질 수 없는 존재인데,
대표적으로 더운 도시였던 대구가 1970년대부터 꾸준히 가로수를 심어 도시의 온도를 낮췄다고 한다.
이런 거 널리 널리 알려야 하는데, 특히 몰려사는 서울 사람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몰랐다.
우리나라 문화재를 다루는, 공인된 목수라는 분들의 스캔들 이야기는, 거칠게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얼마나 안타깝고 어이없는 일이였을까 싶다.
숨가쁘게 이어지는 이야기들 끝에 프롤로그와 연결되어 38년만에 영국의 모빌 하우스보다 훨씬 나은 내촌 셀을 만든다는 마무리는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모두 별도의 이야기인듯했지만 결국, 38년 후 내촌 셀을 향하는 여정이였다는 깨달음은 대서사시를 만난 감격을 선사한다.
그 감격의 연장으로
저자분이 아름답다고 칭찬한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찾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