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정원일기, 소통의 정치를 논하다
박홍갑 외 지음 / 산처럼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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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역사 드라마나 영화가 많다. 그중 왕의 일대기를 그린 대하사극을 보면서 어느 정도의 픽션이 가미되었으리란 생각을 하면서도 시시콜콜한 에피소드는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밌다. 그런가하면 다큐로 만들어진 왕조의 이모저모 또한 낯설지 않은 듯하면서도 새로운 ’기록의 앎’이란 재미를 준다. 그중에서도 조선 왕조는 긴 역사만큼이나 갖가지 숨은 얘기들이 흥미진진하다. 태.정.태.세.문.단.세...를 외우며 국사 시간에 배웠던 짤막한 역사는 사극과 다큐로 그 지평이 넓혀졌다. 그래서 역사적 사료들은 재구성한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나는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물론 심하게 가미된 픽션으로 말미암아 역사에 대한 왜곡이 있을수 있다는 우려도 불식할 수는 없다. 그래서 <승정원 일기>같은 기록 사료들을 통한 역사 통찰이 필요한 것이리라. 들어가기에 앞서 나는 이런 사료들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일반일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연구와 노고를 아끼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싶다.

승정원 일기를 간단히 정리하면,
오늘날 대통령 비서실에 해당하는 승정원이 조선 초기부터 1910년 일제 병합까지 매일을 기록한, 즉 500년 동안의 일기다.
특히 이 책의 ’소통’이라는 주제로 편집되어 있다. 왕이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일방적으로 의사를 전달하거나 강요했을거란 추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신하들의 반발에 못 이겨 자신의 명령을 거두는 왕으로서가 아니라, 신하들과 백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늘 소통하고자 했던 왕으로서의 모습 때문이다. 

아들까지 죽인 왕이었기에 그의 성정을 늘 왜곡했던 탓에 "본래 검소한 생활을 표방하며 술을 마시지 않던" 영조가 노론과 소론의 화학을 위해 술을 권하며 중재仲裁하려고 애쓰는 모습, 아들에게 약을 먹이는 게 어렵다며 처방을 논하는 부분이나 젖을 물리는 유모가 술을 마시는 것을 우려하는 영조의 모습이 사뭇 놀랍다.  그 옛날에도 호된 신고식이 문제가 되었다는 사실, 개똥을 약에 쓰기위해 궁궐에서 개를 길렀다는 얘기며 그런 소소한 것들까지 기록하고 있다는 것도 놀랍고 신기하다.  

    
그러나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건 ’소통’을 다루는 왕의 모습과 행동이었다. 시장을 시찰하며 백성들의 고충을 듣고 그 자리에서 곧바로 시정을 지시하는가 하면, 한 사람의 억울함도 지나치지 않으려고 신문고와 같은 장치를 마련하고 때때로 하급 관리들을 불러 건의사항을 말하게 하고 귀 기울이는,  진정한 ’소통’을 알았던 왕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언론이 자유롭다고 하고, 대통령이 일반인들과의 대화도 시도하고,  재래시장이나 지방 소도시를 순회하며 점잖은 미소로 악수를 나누는 대통령의 모습도 보이는데, 왜 나는 500년 전 그 왕들이 그리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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