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라지고 있을까 - 타인과 함께 하는 가장 이기적인 생존 전략, 포용
정현천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으로만 비추어 자기 정체성에 관한 글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 란 존재의 필요성과 이유를 말해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포용에 관한 일반적이고도 구체적인, 생산적인 저작물이다. 우선 포용에 관한 다변적 시각을 담고 있는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품성으로서의 관용’이 아닌 ’행위로서의 포용’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용(包容)을  가장 유연하면서도 적극적인 관계 맺음으로 설명하며 시작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반대적 개념, 고립과 단독은 ’나’를 사라지게 하는 요소다. 생태학적, 문화적으로 고립을 자초하고 폐쇄적인 집단이 어떻게 사라져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직접적인 포용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2장부터는 포용의 구체적 이유와 방법으로 포용의 절대성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소수와 마이너리티를 포용해야하는 이유와 그 사례들을 통해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광의의 포용이 담겨있다. ’패자조차도 자기들에게 동화시키는’ 로마인,  편견과 사회적 고정관념을 깨고 실리적 인재등용에 탁월했던 세종대왕, 반대론자들에게 타협의 시간의 여건을 내어주는 링컨등이 진정한 ’행위의 포용’ ’광의의 포용’을 보여준 사람들이다.     

이런 직접적이고도 일반화된 포용의 사례들은 익히 알고 있다. 포용이 가지고 있는 힘이 거의 무한대인것처럼 해석해 놓은 초반부의 설명은 공감은 되면서도 정작 나와의 개연성에서 힘을 잃었다. 왜냐면? 나는 그저 평범한 샐러리맨이며 나의 포용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목을 빼고 기다리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품성으로서의 관용’이 내게 더 필요한 상황이 아닌가도 생각했다. 

3장에서 경영자의 생존 덕목이 감수성과 포용이란 키워드로 시작할 때, 나는 진짜 삐딱해질 뻔했다.   하지만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변화의 중요성’과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였으며, 뜬금없긴해도 김광석의 노래 <변해가네> 나타남으로써 변화와 포용에 대한 수용이 훨씬 수월하게 다가왔다.  생활속에서의 불편을 덜어내고자 노력했던 발명가들 중에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봉틀이나 접히는 빨대를 발명하게 된 이유와 과정이 가장 비근한 예이다. 이 책에서는 캘로그의 콘프레이크를, 사람을 향한 관심과 배려가 가져온 시각의 변화와 성공을 예로 들고 있다.  


"모든 사람이 세상을 바꾸겠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도 자기 자신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다." -톨스토이
 


틀린 것을 고쳐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다름’을 끌어안는 게 포용의 참된 의미란 저자의 말과 톨스토이의 강력한 한마디는, 변화해야하는 것이 세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어야함을 깨닫게한다. 변화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고 발전의 계기로 삼는 것이야말로 이 저작물이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는 모든 포용들의 귀결이다. 기존의 고정관념과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변화를 향해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들이 좋은 경우도 물론 있다. "그 사람, 참 변함이 없어."라는 말에는 칭찬의 의미가 담겨있음도 안다. 하지만 칭찬받은 고래들이 춤만 추고 있기에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변화를 포용하는 자세로, 이제 고래도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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