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팅컬처 -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
데이비드 캘러헌 지음, 강미경 옮김 / 서돌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인류가 진화하면서 파생시킨 다양한 문화속에 속임수는, 부인할 수 없는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정작은 그것을 인식하느냐, 하지 못 하느냐에 달렸을 뿐이다. 익숙해진, 혹은 미처 도덕적 기준에 접목시킬 여지도 없이 저질러지는,  속고 속이는 현상이 사고와 감정까지 좀먹고 있다. 이면에는 ’나 만 그러는게 아니야’ 라는, 자기변명이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도덕적 안도감을 유발시키는 ’나’ 와 ’우리’ 가 별개의 기준으로, 괴리감을 더함으로써 <치팅컬처>는 자생과 번이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서문에 소개된, 좀 도둑질과 탈세에 관한 대중의 판단으로 비추어볼 때, ’속이는 것’에 대한 도덕적 개념과 현실적 이해는 전혀 다르게 진행됨을 알 수 있다. 도둑질은 나쁘다. 정의다.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해도 괜찮다.  도덕적으로는 꺼림직하지만 할 수 있다면 해야지, 가 현실의 이해다. 탈세, 음원의 불법 다운로드, 지적 소유권의 무분별한 복제와 사용등은 이미 일반화된 치팅컬처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고 확산을 방지하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동조만큼의 가시적 결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법으로도 규제되지 않는 문화는 있다. 하지만 법이, 방치를 거듭할 때 이러한 변이적 문화는 더욱 강력하고 뚜렷하게 드러난다. 원론적으로는 방치가 아닌, 묵인에 의한 것인데, 데이비드 사이먼이 ’엘리트의 일탈’이라고 명명한 일련의 행동은, 속임수에 능하지 못한 다수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한다. 더 큰 속임수를 저지르고도 별 탈 없는 그들과 비교했을 때, 음원을 내려받는 행위 정도는 수 백, 수 천평의 수박밭에서 수박 하나 서리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게 인식되는 것이다.    


팽배해진 속임수 문화에 대한 진단으로 저자가 내놓은, 2장의 ’속임수를 조장하는 자유시장’ 은,  근본적인 원인을 짚고 있다. 가게에 들어가 직접 물건을 훔치는 행위와, 훨씬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속임수는 모두 압력에 기인한다. 당장 먹을 게 없어서 먹을 것을 훔쳐서라도 입에 넣어야 한다는 배고픔 해결의 일차원적 압력이 전자에 있다면, 더 많은 보상과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살아남거나 우위를 점하도록, 자유시장에 만연한 압력은 후자의 범주다. 원래부터 공존했던, 대두되는 이 두 가지 현상의 다른점이 있다면 전자는 줄어드는, 후자는 날로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다. 근로자들은 직장에서의 안녕을 위해,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속임수와 편법을 넘나든다. 겨울이다. 보일러 한 대 놔 드렸으면, 해서 놔 드린 부모님의 보일러는 연료보다 돈을 더 많이 먹어댄다. 최근 시사프로에서도 드러난 실체에서 알 수 있듯, 전문적 지식이 없는 제품의 수리와 보수, 교체에 관한 거짓과 편법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저자가 제시한 ’속임수 문화에서 빠져 나오기’ 는 가시적이며 구체적이며 모법적인 대안이다. 그러나 실효성에는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인식의 전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소지가 다분하다. ’남이 하니까’ 에서 ’나 부터 하지 말자’ 는 자발적인 의지와 세상은 공평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신념이 선행되어질 때, 우리는 <치팅컬처>로부터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게 나의 소견이다. 물건값을 지불하고 거스름돈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는 확인을 못했는데 집에 돌아와서 보니 거스름돈을 더 받아온게 확실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제시한 답이 <치팅컬처>의 귀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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