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릇한 친절 - 캐나다 총독 문학상, 의회 예술상 수상작
미리암 토우스 지음, 황소연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이 마을은 정말 혹독하다. 그리고 고요하다. 이 침묵이 나를 미치게 만든다. 
 침묵 때문에 죽을 수도 있을까? "



어느 작가의 글이 생각난다. 천국이 비도 내리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는 그런 곳이라면 단 사흘도 살 수 없을것 같다는..인간에게는 적당한 고난적 자극이 필요하다는 말인듯 하다. 무료함과 침묵이 주는 고통은 인간의 생기를 흡입한다. 노미 니켈은 "웃기는 나라의, 웃기는 지방의, 웃기는 마을에" 사는 열 여섯 소녀이다. 노미의 마을은 메노파 종교집단의 폐쇄적이며 은둔적 형태를 지니고 있다. <야릇한 친절>은 사춘기 소녀 노미의 사춘기적 방황과 가족 회복에 대한 갈망을 그리고 있다.  
 
 

노미의 친절하고 달콤한 상상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자유로움을 쫓아 가볍게 떠날수만은 없는 작은 소녀의 불안과 두려움이 갈등을 증폭시킨다. 노미는, 학교를 졸업하고 마을의 다른 아이들이 그런것처럼 닭머리를 치는 일을 해야만 한다.  마을에서 집단 운영하는 닭도살장에서 결코 일하고 싶지 않다. 그런 이유와 함께 강요된 일련의 삶에서 인형처럼 묶여있지 않기 위해 노미는 떠나야만 한다.  그러나 열 여섯 소녀에게 그것은 두려운 결정이다. 노미는 판타지에 나오는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평범한 열 여섯 소녀인 것이다. 매노파 종교의 집단적 간섭은, 노미가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개척해 나가는 것에 대한 극대적 효과를 던진다. 그것은 단지 이 사회 어느곳에나 존재하는 고정관념과 암묵적 강요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래서 매노파 종교를 소재로 그려낸 소설이지만, 종교적 갈등이 아닌 사춘기 소녀의 방황과 고민, 자아의 발견이라고 여겨진다.  

 

엄마의 부재를 안부처럼 각인시키는 이웃들의 불필요한 친절은 노미의 아픔을 콕콕 찌른다. 제목 <야릇한 친절>, 겉으로는 관심을 기울이는듯 보이지만 인간내면의 갈등을 무관심하게..무덤덤하게 건너뛰는 군중속 고립감을 드러내고 있다. 끝까지 아니었으면 했던 분명한 결말때문에  지독한 종교적 굴레가 거슬렸다. 한 가족 모두가 벗어나고 싶어하던 그 굴레를 함께 하지 못하고 끝내는 뿔뿔히 흩어져야만 하는... 가족의 해체까지 이르게 한 변명으로는 부족하다. 대화가 없는 가족, 함께 있어도 외롭게 만드는 서로에 대한 방관이 가득한 현대 사회에 대한 일침이 숨겨있다. 아주 조금의 불편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노미의 사춘기적 갈등과 방황이 거침없고 유쾌한 도발을 품고 있는 것과 추억과 이별에 대한 정돈된 작가의 필치에서..작위적이지 않은 독백과 깊은 슬픔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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