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리는 것으로 대개는 일과를 마무리합니다. 책은 죽어도 내 돈 주고 사서 봐야 한다는 일편단심에 흠집을 낸 것은, 경제 사정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꼭 사봐야 직성이 풀리는 책들이 아직은 부지기수입니다. 때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몇 페이지 읽다말고는 기어이 책을 주문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정신 덜 차렸구만" 이란 말로 나를 몰아세우며 허리띠를 조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차차 적정한 선에 적응하리라 믿으며 나를 기다려 주기로 했습니다.   

부모란...그런가 봅니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면 그것으로 배부른...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 하면 내 책은 빌려볼망정 아이책은 꼬박꼬박 다 사준다는겁니다. 하나도 아깝지가 않다는게 참 희안하죠. 덕분에 아이는 어린이도서관보다 우리집에 읽을 책이 더 많다는 것에 좋아라합니다. 아니, 좋아라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몸이 자라니 마음도 자라더군요. 기특하다고 해야할지, 미안하다고 해야할지는 구체적으로 답을 내리지 못하겠습니다. 도서관에 책 빌리겠다고 따라 나서는 작은 녀석을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애는 애인가봅니다. 이런 기막힌 책을 다 찾아내다니...이 책이 우습고 가볍다는 얘기가 결코 아닙니다. 왠만해선 눈독들이기 어려운 독특한 책이란거죠. 그런데 정말 기막힌게 뭔지 아십니까? 책 속에 있었습니다. 무수한 낙서들 말이죠. 이게 왠말입니까. 간혹 밑줄을 그어놓은, 페이지가 접힌 책은 봤어도 낙서가 되어 있는 책이 요즘은 없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데....나쁘지 않은거랑 낙서랑은 아무 관련이 없나봅니다. 이 책은 애들이 더 좋아해서 그런건가보다, 한박자 쉬고.. 

 

 

 

 

 

 

 

  

 

요즘 관심이 가는  박민규작가의 신작을 본격적으로 읽기전에 간을 보려고 <마지막 팬클럽>을 빌렸습니다. 아...나는 몰랐습니다. 이딴 책에 왜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고 하는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 전 사람이 연필로 그어놓은 밑줄이 맘에 안 드는지 형광펜으로 덧대어진 밑줄까지... 

아이가 묻습니다. 

"누가 이런 걸까요? 이러면 안 되는건데..." 

"그건 말이다. 부끄럽지만 다 우리가 그런거다."  

이 말밖에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읽고싶은 책을 마음껏 사주지 못한 거, 미안해 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껴서 깨끗하게 나눠보아야 할 우리 공동의 책을 함부로 다룬 그 모습이 부끄럽고 미안해졌습니다. 문득 <한국인은 광을 좋아한다>라는 책이 생각납니다. 외국인의, 외부인의 시선을  담은 이 책에서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급한 성격과 공중시설물을 대하는 것에 대한 언급이 있었더랬죠. 비단 우리나라만 그런건 물론 아닙니다만.... 내 것만큼 우리의 것도 소중하지 않을까요? 나는 아닐지라도 우리는 한번쯤 그것을 잊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선진의식으로 빛나는 ...

그런 광을 좋아하는 대한국민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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