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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가다 보면 후회가 따르는 일이 다반사다. "아까 그렇게 말하는게 아니었는데.." 부터 시작해서 연말이면 으레, 지난 일 년동안 못 다한 일들만 기억을 새록새록 달군다. 그리고는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 이제는 좀 더 잘 할 수 있을거야." 라는 불굴의 의지를 품는 것으로 후회의 장막을 거둬들인다는 말씀이지.
바뜨, 죽을 때가 되어서는 어디 그럴수가 있냐 말이지.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인데, 죽을 때가 언제인지를 알고 대비하면 어디 사람인가? 성인이지. 그래서 죽음이 코 앞에 바싹 붙으면 후회의 냄새가 더 지독하게 올라오나 보다. 말기 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호스피스의 완화 의료 전문의, 오츠 슈이치는 ’후회’를 말하는 그들의 얘기를 통해 우리에게 무언가를 들려주려 애쓴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하는 것들 말이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더니, 결혼 한 것을 후회하는 사람은 없는데 결혼 못 한걸 후회하는 사람이 꽤 있다. 열여섯 번째인 이 후회와 나란히 자식에 관한 후회가 이어진다. 지지고 볶아대도 결혼한 건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이 벌써부터 들었는데, 역시나 다행이다. 최소한 죽을 때 할 후회 몇 가지는 덜고 갈 수는 있으니 말이다. 내가 굳이 이 무거운 책의 느낌을 가볍게 옮기며 시작하지만 죽음이란 그렇게 호락호락 대면대면 할 수 있는 건 아니며, 애써 태연하게 적어가는 몇 글자 사이로 책에서 만났던 그들의 마지막에 다시금 먹먹해 오는 가슴을 누르려는 허튼 짓 인걸 안다.
지금도 그러하거니와 그 때가 되면 후회할 짓을 하고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이 그것이다.
누가 토종 한국인 아니랄까봐 사랑한다, 고맙다, 말을 제대로 못 하고 사는지. 생각만 하고 품고 있으면 이자가 붙는 말도 아닌데 왜 간직만 하는지 모르겠다. 죽음도 삶과 맞닿아 있는 건데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에 최선을 다해야지. 그러면 진짜 하고 싶은 일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나면서. 무엇보다 여행 못 가본 한은 품고 살지 말아야겠다. 방바닥에 본드칠 해 둔 것도 아니고 밥 굶을 정도로 궁핍하게 사는 것도 아니건만, 이건희 회장처럼 바쁘기를 하나....나의 나중이, 핑계로 뒤덮힌 무덤이 되게 하지는 말아야 할텐데, 라는 생각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