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작은 형 푸른숲 작은 나무 5
임정진 지음, 이웅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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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하나도 없다고한다. 자기만 미워하고 다른 형제만 편애한다고 투덜거리는 자식들에게 골백번도 더 써먹는 말이다. 정말이지 큰놈은 큰놈답게 의젓하고, 작은놈은 작은놈답게 애교넘치고 해서 예쁘다. 그런데 가끔은 한 녀석에게 더 애뜻하고 손이 더 가고, 더 해 주고 싶은 때가 쬐끔은 있다. 어미도 사람인지라 ^^ 
 
한 뱃속에서 나온 우리집의 두 형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큰녀석은 별로 말수도 없지만, 가끔씩 내게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에는 무심히 넘길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다. 아들曰 "사내녀석이 무슨 옷이 이렇게 많이 필요해요. 담부턴 엄마 목도리나 하나 더 사세요. " 라는 말로 나를 먹먹하게 만든다. 그런데 작은놈은 " 나, 오늘 지각한 거 순전히 엄마때문인거 알지. 선생님께 사실대로 다 말했어" 란다. 에구구 못살아. 이런 둘째도 난 이뻐 죽는다. 

문제는 내가 빠진 둘의 관계에서 비롯된다.영어에는 sibling rivalry  [형제간의 경쟁심리] 말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형제간 경쟁 심리는 유전자 속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른바 형제간다툼 (sibling conflict) 으로 불리는 이현상은, 유아기에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더 많이 받기 위해 형제들끼리 다투고 경쟁하는걸 의미한다고 한다. 항상 이 유전자적 형제애에 반하는 경쟁심리가 문제다. 내 사랑은 공평하다고 아무리 부르짖어도 얘네들은 도통 귀도 안 연다.

이 책은 병으로 크지 않는 형을 바라보는 동생의 시각을 그린다. 동생 민기는 친구가 집에 오는 걸 몹시 싫어하지만 어쩌다 친구가 집에 오면 기어이 친구와 한바탕 하고 만다. 형의 키가 왜 너보다 작냐며 놀려대는 걸 못참는다. 그렇지만 형을 부끄러워하는건 아니다. 아니 누구보다도 종이백합을 예쁘게 접는 형을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형에게 쏟아지는 엄마의 사랑이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향해주기를 조금씩 욕심내어본다. 형은 밥을 잘 못 먹어서 죽을 먹었다. 나도 죽 좋아하는데..라며
수학 수행평가에서 처음 백점을 맞아  병원 중환자실에서 형을 간호하는 엄마에게 달려가 시험지를 보인다. 엄마는 울었다. "엄마, 나 효도한 거지? "
"그럼, 우리 민기는 언제나 효자야..."
"엄마, 그럼 형은?"
"형도 효자지, 지금 얼마나 잘 버티고 있는데... 엄마는 행복해, 아들 둘이 다 효자라서.."  엄마는 대답 대신 나를 꼭 껴안고 오래오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무 세게 껴안아 아팠지만, 아프다고 소리도 못 지르고 그냥 집으로 왔다.


우리 두 아이에게 이 책을 꼬옥 읽히고 싶었다.
방안의 두녀석을 슬쩍 들여다 보니 일기장 앞에 놓고 독후일기를 쓰고있다. 한놈이 쓰윽 눈물을 훔친다고 느껴졌다.

 


"나는 점점 커 가는데 나보다 작은 형은. 내 마음 속에서 커 간다"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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