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쇼콜라 쇼에 파리를 담다
한정선 지음 / 우듬지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한정선, 그녀의 사진 하나에서 이방인의, 이방인을 향한 시선을 느낀다. 한 잔의 쇼콜라 쇼에서도 동질의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그것은 낯선 외로움, 그리움이다. 핫 쵸코와 다르지 않으면서도 미묘한 차이를 가져다 주는 쇼콜라 쇼. 일본인이 우기는 기무치가 넘볼 수 없는 ’김치’의 진정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힘든 하루하루에 안녕을 고하고 외로움을 핑계 삼아 쉬어 갈 수 있는 파리는, 내게 영원한 꿈의 도시이자 일탈의 도시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소박하지 않은 꿈을 뒤쫓기에는, 나의 파리는 너무나 멀리 있다. 내 힘든 하루의 안녕은 언제나 ’즐거운 나의 집’에서 이뤄지고 있으니까. 비단 부러움의 자조만은 아니다. 부럽지 않다구? 정말?...물론 어디에든 언제든 100%의 확신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나 또한 장담은 하지 않겠지만, 외로움을 떨치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 또 다른 외로움을 품어낼 자신이 없다는 건 확실하다. 

그녀가 쇼콜라 쇼에 담아낸 파리는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 맛처럼 진하게 때론 부드럽게 전해진다. 어려운 거리 이름을 외울 필요도, 살짝 손발 오그라드는 불어의 이해도 필요치 않기때문이다. 지하철역 식당앞에서 넘어졌을 때의 민망함, 무릎살이 쳐지는 고민, 살이 찌는 것에 대한 민감함이 그곳에서도 여전히 그녀와 함께 있었고, 외로움 역시 그녀를 두고 어디론가 가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안하게 책장을 넘기다 낯선 풍경에도 어색하지 않게 그녀의 느낌과 생각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내 뱉은 한마디로 인해 나는 서울을 더욱 짜릿하게 사랑할 수도 있게됐다. ’아, 제기랄! 서울 가면 먼저 목욕탕부터 가서 1시간 동안 탕에서 몸 불리고 때 밀고 말 테야.’ 

  
퇴폐적인 핫 초콜릿 Decadent Hot Chocolate, 레시피를 보면서 잠깐이나마 멋쩍게 웃었다. ’우아하거나 귀여운 찻잔’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는데 그녀가 본책에 수록한 앙큼하기 이를데없는, ’너를 위한 레시피’가 떠올라서였다. 질투 5g과 취향에 따라 필요한 약간의 자비,믿음,관능 등..뭐 이런 거였다. 외로움 말고도 인생에서 필요한 뭔가를 찾아내는 그녀의 발랄함이 좋았다. 서른 다섯살의 진통을 겪고 있는 그녀가 많은 문제들을 안으로만 껴안고 있어야했듯, 무명의 나이인 나도 비스무레한 문제들로 고민한다. 그녀처럼, 그것을 파리로 가서 풀어 놓을 수 없다는 것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 이유는, 그래..."서울에는 목욕탕이 참 많기"때문일것이다. 물에 불린 때를 벗겨내듯 내 외로움의 각질들을 벗겨내고, 나는 한 잔의 쇼콜라 쇼를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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