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포를 느끼는 정도와 대상은 다르지만, 내 촉각은 두 가지 반응으로 축약된다. 암울하거나 긴박한 음악이 들리는듯한 사건전의 극도의 긴장감이거나 칠판을 긁는듯한 날카로움에 머리가 쭈뼛하게 서는 것, 이 두 가지이다. 영화를 통해서는 시각적 반응이 동시에 작용해서 두번째 경우를 경험하고, 책을 통해서는 대개 첫번째에 해당하는 긴장감의 절정을 맛본다. 그러나 <13계단>을 통해서는 이 두가지를 모두 경험하게 된다. 비록 표지엔 무시무시한 빨간 목줄이 그려있지만, 책 어느곳에도 잔혹함은 없다. 고작 작은 손도끼가 무기의 전부이다. 하지만 첫장을 넘기면, 그 다음엔 멈출수 없다. 브레이크는 없다.   


사형을 기다리는 죄인의 하루하루가 숨막힐 듯한 공포로 다가온다. 문앞에서 멈춰지는 발자국 소리에도 미쳐버리고 마는 극도의 신경쇠약이 걸릴 지경이다. 사형수 사카키바라는 이 극도의 순간을 통해 잃었던 기억을 되찾는다. 범행 현장에서 계단을 올랐다는 것, 오로지 그 기억만 의지해 자시의 사면을 구하게 된다. 교도관으로 두 번의 사형집행을 통해 자괴감과 죄의식에 빠진 난고와 살인으로 형을 마치고 가석방을 받게 되는 준이치는, 각각의 다른 목적으로 사카키바라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행보를 시작한다.  



"나는 사람을 죽였다. 튀어나온 두 눈과 낙하의 충격으로 15셑니미터 정도 쭉 늘어난 목. 
그 처참한 현실에 그가 믿었던 정의는 아무런 답변도 해 주지 않았다" 책본문-178


교도관이었던 난고가 첫번째 사형을 집행하고 난 후 느끼는 자괴감의 이유가 충분한 대목이다. 죄값으로 목숨을 가져가도 된다고 허락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들에게는 그럴만한 권한이 있는걸까?..신은 그것을 허락했는가. 물밀듯이 의문이 일어난다. 조사에 의하면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사람이 과반을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은 반대하는 무리이다. 정치적 명분으로, 혹은 인권옹호를 이유로 드는 사람들이다. 이렇듯 사람들이 이 제도에 대하여 찬.반을 결정하기 위해 자신의 확고한 생각도 정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법은 충분히 앞서가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건지 모르겠다. 여러가지 이유와 명분을 들어 사형제도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만에 하나 있을수 있는 ’억울한 죽음’에 대한 책임은 누가 감당하겠는가. 이런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책이 <13계단> 이다. 



준이치는 자신의 여자 친구를 강간하고 파렴치한 짓까지 서슴치 않고도 일말의 가책도 없는 한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그 일로 감옥에서 형을 살게 되고 그 가족은 피해자의 가족에게 보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산을 탕진하게 된다. 그런데도 파렴치한의 아버지는 준이치를 새로운 범죄자로 몰아 준이치를 죽이려 한다. 인간의 물고 물리는 복수는 지독스럽게 끝을 모른다. 죄의 시작은 있는데 응징의 끝은 없는듯 하다.  준이치의 개인적 살인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정신적 육체적 충격과 모멸감으로 자살에 이른 여자 친구를 대신해 법이 공개적 살인을 인정할지는 모르겠다. 법이 정해 놓은 공개적 살인, 사형제도가 모든것의 일단락이 될수 있을지도 말이다.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사카키바라는 누명을 벗게 되지만, 새로운 범인은 바로 준이치로 지목된다. 그리고 놀라운 반전이 이어진다. 한 밤의 적막을 가르는 나무 계단의 삐꺽임이 들리는듯한, 긴박함과 함께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공포와 추리가 어우러진 짜릿한 소설..<13계단>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