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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속도
스티븐 M. R. 코비 지음, 김경섭.정병창 옮김 / 김영사 / 2009년 8월
평점 :
신뢰란 믿음과 통하는 말이다.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에겐 믿음이 간다. 그런가하면 믿음을 깨는 가장 쉬운 방법도 있다. 어릴 적 <늑대와 양치기 소년>이란 우화를 포함한 많은 책들이 준 간접 경험으로, 부모님께 거짓말 하고 죽지 않을 만큼 맞았을 때의 직접 경험으로 비추어 단언컨데, 거짓말이 믿음을 깨뜨리는 가장 신속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신뢰라는 단어를 faith라고 사용하지 않고 trust라고 사용한 저자의 의도에서 신념을 바탕으로 한 ’믿음’이 아닌 사회적 관계속에 상대적으로 드러나는 ’믿음’임을 알게된다. 이 책은 신뢰를 바탕으로 경영되는 기업의 득得과 신뢰가 깨어졌을 때 발생하는 비용, 일의 진행 속도로 인한 실失을 사례로 들어가며 저자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어쩐지 낯설지 않은 이름이라 생각했는데, 그 유명한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저술한 스티븐 R.코비의 아들이다. "아들이 쓴 책을 추천한다면 사람들이 그 말을 흔쾌히 믿어줄까? 그것도 신뢰에 관한 책에서 말이다." 라는 서문으로 아들의 책을 말하는 아버지의 조심스러움, 한편으로는 아들에 대한 강한 믿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그것도 아주 유명한 아버지가 서문을 여는 것은 역시나 좋은 모양새는 아닌듯 싶다.
" 신뢰가 높아지면 속도는 빨라지고 비용은 내려간다."
월마트로부터 맥레인 유통을 인수한 워런 버핏의 경우를 실례로 들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실사를 위한 큰 비용을 없애고 한 달도 되지 않아 인수합병 계약서에 싸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영이란 큰 단위의 집합체에서 이뤄내기 쉽지 않은 비근한 예이다. 신뢰를 통해 얻어지는 것들은 더 평범하면서도 다양하게 많은 득을 가져온다. 반대로 신뢰를 잃었을 때는 평판이라는 처벌(?)을 받게된다. 한 번으로도 충분히 믿음은 깨질 수 있고, 평판은 생각보다 훨씬 질기다. "신뢰를 잃었을 때 대부분의 경우 어렵기는 해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으며 오히려 신뢰관계가 이전보다 강화되는 경우도 많다."는 저자의 말에 앞은 동의하지만 뒤는 아니다.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어느 정도의 신뢰를 회복할 수는 있겠지만 이전보다 강화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아들의 실례를 들어 일반적인 것처럼 경영 이념에 대입하려는 의도는 유감스럽다. 가족간에만 가능한 아주 특별한 예외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원자재를 납품받는 우리 회사의 경우, 오랜 거래에도 불구하고 매번 물품을 일일히 확인해야 하는 곳이 있다. 원자재의 수량을 속여서 납품한 전력이 있다는 전임자의 말 한마디로 지금까지 그렇게 하고있다. 내가 맡은 뒤로 어김없이 수량을 맞춰와도 이 지겨운 수고를 그만두지 못한다. 회복된 신뢰, 아니 이미 깨진 믿음은 어떤 변명으로도 ’오류’라는 앙금을 남긴다는 것으로, 신뢰는 지켜질 때 더욱 효력이 크다는게 나의 결론이다. 경영 이념을 바탕으로 저술한 ’신뢰’는 비단 경영 리더들을 위한 것뿐은 아닐 것이다. 경영도 사람이 하는 것. 사람과의 관계에서 ’믿음’이 가지는 상대적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믿음’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