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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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는다 한들  박완서님의 글짓는 병이 나을까.?
님의 [도시의 흉년] 을 읽고 
님에게 매인 뒤로 도무지 헤어나오지 못하더니 또 끌려가고 말았다. 그래도 마냥.. 좋다고 해죽거린다.

두 아이를 업고 안고 지하철에 올라도, 눈 하나 꿈쩍 않고 앉아 있던 그녀,
버스에서 밀려 내리며 발을 질끈 밟고도 전혀 미안해 하지 않던 그녀,
느즈막 겨우 잠이 든 아랫집 처자 상관없이, 아침운동 간다고 서 너시만 되면 부산나게 번잡하신 윗집 그녀,
백화점 세일때, 맘에 든 옷 하나 주섬거리는데 자기가 먼저 봐뒀다며 냅다 뺏아가는 그녀들...
내 주위는, 도무지 친절하지 않은 그녀들로 완전 평정된 줄 알았다. 
나 또한 그녀들에게 악다구니 받쳐 똑같이 해댄적도 있다.


못된 성질머리 말고도, 쥐꼬리 만큼의 내세울것 없는 내가 왜 나가면 인정받으려 하고, 그녀들이 먼저 내게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나..이건 어디서 배워먹은 상전의식인지.. 이제 그만 정신차리라며 나 들으라고 하신다. 사실 말이지 사사건건 스치는 모든 사람을 이해하며 살 수는 없다. 그렇게 할 수 도 없고.. 그렇지만 그녀가, 무릎이 너무 아파서 병원을 다녀오던 중이었을 수도, 발을 밟으며 저도 밟히느라 몰랐을 수도, 실은 아침마다 저소득층을 위한 아침도시락 봉사에땜에 ..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선물했다.  이 책이.. 나의 "완서"님이..


그 남자에게는 청첩장을 건네면서 그 사실을 처음으로 알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별안간 격력하게 흐느껴 울었다.  나도 따라 울었다. 이별은 슬픈 것이니까. 나의 눈물에 거짓은 없었다. 그러나 졸업식 날 아무리 서럽게 우는 아이도 학교에 그냥 남아 있고 싶어 우는 건 아니다.  (P.74 - 그 남자네 집)
갑자기 금자씨가 떠오르더군. 이 부분에서..그리고는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이 띵했다. 
같은 여자라도 약간의 배신감이 작용하는 건 사실이지만 순간 스친 알 수 없는 짜릿함은 무엇이었을까..? 
<50헌장>에서 변심한 옛 애인을 처단하겠다고 먼 타국에서 총값을 흥정하던 아저씨..이 글 좀 보셔야 할 듯 하다. 
아저씨 그 여자분이 글쎄 졸업(?) 하느라고 그랬다우..라고 

전실자식까지 차별하지 않고 대한던 건 며느리가 생기기 전까지고, 편애의 쾌감은 독하고 날카롭다. 첫째,둘째 일요일마다 순번을 정해서 오기로 합의했다고, 마치 노인복지사처럼 나무랄 데 없이 공손하고 친절한 태도로 알려줬을 때 내가 뭐랬더라...?공일이 닷새 든 날은.? "어머님도 참, 우리도 스트레스 안 받는 날도 좀 있어야조. 그게 그렇게 억울하시면 미국 있는 시누님을 다달이 부르시든지요." 요렇게 싸가지없는 며늘년을 내가 아무리 부처님가운데 토막 같은 시어미라 해도 어떻게 안 싫어하겠는가.. (P.244 - 친절한 금자씨 )
진짜 싫어지겠다. 그런데 그 말을 내 지른 며느리 심정도 이해가 가니 이 일을 워쩌란 말인가.. 
우린 너무 내 생각대로 판단한다. 내가 너에게 이리 다 해 줬는데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는 식이지.. 
모든 남자들 어머니앞에서 이 말 한마디면 바로 꼬꾸라진다. 허걱 ~

그런데 이 책은 그런걸 얘기하려는게 아니다. 
종국에는 왜 그녀들이 그렇게 했는가를 이해시켜준다. 살벌한 금자씨가 달콤한 복희씨로 변신한다. 
그 사람은 변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시선을 바로 잡아 그녀들의 친절함을, 눈물을, 진실을 읽게한다.
내일은 오늘과는 다른 색깔의 세상이 보일 듯 하다면 너무 과장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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