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 상 - 스티븐 킹 단편집 밀리언셀러 클럽 100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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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저리>가 너무 오래, 그리고 강력하게 발목을 붙잡고 있어서 스티븐 킹의 다른 책들은 별로 내키지 않았다. 추리소설을 좋아하지만 공포소설은 어쩐지 뒤끝이 개운하지 않아 안그래도 멀리 하고있던터다.  그런데 우연히 리뷰를 통해, 스티븐 킹의 단편이 그다지 혐오스런 공포물이 아니란걸 알고 결국 손에 들었다. 단편의 제목,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처럼, 읽어야 할 책은 결국 읽게되는가 보다.

<L.T.의 애완동물 이론>은, 정확하게는 동물을 통한 인간 이론이 맞겠다. 남편을 위해 선물한 개와 아내를 위해 선물한 고양이가 서로의 상대방을 자극하며 결국은 헤어진다는 얘긴데, 할퀴고 성질내는 고양이에서, 슬리퍼나 옷가지에 오물을 쏟아내는 개에게서 드러난 서로의 오점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개의 사체가 상징하는 것?...아내가  남편 L.T.를 죽이고 싶도록 미워했다는 뉘앙스. 어차피 서로에게 애완동물을 선물하지 않았어도 결국 그들은 헤어졌겠지.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지니까, 말이다. 공포지수 0,  <로드 바이러스, 북쪽으로 가다>는, 가장 스티븐 킹다운 단편이다. 공포지수 98에 긴장감 빵빵하게 들어간다. 그림이다. 그것도 살아 움직이는 그림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가 그림을 소재로 한 고전적 스릴러라면 이건 완전 현대판 해석이다. 그림을 소유하는 순간, 죽음의 그림자가 붙는다.  마리 앙뜨와네트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나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의 저주처럼.  단지 그 그림은 자체가 저주라는 것이다. 

<고담 카페에서의 점심식사>는 약간 코믹스런 스릴러다. 그러나 웃지 못하겠다. 이웃집에서 밤늦게까지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눈만 뜨면 시작되는 도시의 공사 소음,  윗집에서 쿵쾅거리는 소리에 혹은 하루 수십통씩 스팸메일의 띵똥을 알리는 휴대폰 소리에 머리털이 곤두서는 스트레스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카페 지배인의 히스테리컬한 만행을 이해할 수도 있겠다, 싶으니까 말이다. 자신이 뭣때문에 이혼 당했는지도 제대로 모르고 금연으로 아내를 돌아오게 하겠다는 자신감에 들뜬 남편을 이해하는 것보다 지배인을 이해하는 쪽이 빠르기도 하고. <데자뷰>는 반복되는 일상 자체를 공포화시켰다. 그렇다. 반복되는 시간과 또는 그런 기억. <1408>은 저주받은 호텔방에 관한 얘기. 장소에 얽힌 저주는 공포소설의 단골 소재다. 그래서인지 스티븐 킹의 이 단편도 어디서 많이 본듯한 내용이다. 그래도 또 쬐금은 무섭다. 반복하면 익숙해지는 여타의 조건들에 비하면 공포는 반복효과가 그다지 좋지 않다. 


진정한 공포소설을 찾는다면 이건 아니다. 그러나 나는 공포소설을 원한게 아니었으므로,
스티븐 킹의 단편에 만족스럽다. 공포감은 상상력에 비례한다. 나의 미천한 상상력을 탓하지 않고 읽을 수 있어서 좋고, 이런 류의 소설에서 인간에 대한 편협하나마, 이해를 보탤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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