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입구에 고양이가 고개를 쳐들고 있다면 난 뒤도 안 돌아보고 줄행랑을 칠 것이다. 입장 바꿔, 내가 고양이라면 도서관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눈길 외엔 별로 줄게 없을것 같다. 듀이를 알기 전이라면 말이다. 고양이라면 당연히 시크하고, 시니컬해야 되는거 아닌가? 친절한 고양이라.... 도서관 반납기에 놓여진 새끼 고양이라면 버림받은게 분명하다. 유기된 반려동물은 좀처럼 인간에게 다시 정들지 않으려 한다. 또 다시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선가? 그런데 듀이는 특별한 고양이가 분명하다. 아무리 길냥이라도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가 컸을텐데 곧 사람들에게 마음을 내어주니 말이다. 물론 사람들에게서 무릎을 내어달라는 급부도 요구하지만. 조그만 마을에서 그것도, 불황기 얼어붙은 사람들 틈에서 듀이가 보여준 건 단순히 아기 고양이의 재롱만은 아니다. 그저 그런 재롱 한 번 부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뺏아갈 수 있는 건 ’장화신은 고양이’랑 슈렉의 그 고양이, 뭐..그 정도 있을까. 사람들은 마음을 닫으면 주위의 따스한 배려조차 거추장스러워하곤 한다. 외로움에 갇혀서도 고집스럽게 문을 열지 못한다. 꽤 단단한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고 자신하지만, 작은 고양이의 가녀린 온기에도 스르르 열리고 만다는 걸 믿지 않는다. 하지만 듀이가 가르렁 거리며 다가가 닫힌 마음의 문을 슬쩍 밀면 힘없이 자물쇠가 열리고 만다. 그렇다고 무조건 들이대는 것도 아니다. 영리한 녀석은 ’밀당’에도 아주 탁월한 듯하다. 적당히 간격을 두고 바라보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시키고 상대방이 먼저 손을 내밀어 줄때까지 기다릴 줄도 안단 말이지. 듀이가 사랑받을 수 밖에 없었던 건 물론 그 녀석의 천재성?도 작용했겠지만 마음이 얼어붙은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알아주고 반겨주는 (그래서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이 들지라도) 존재가 필요했고 그것을 듀이가 해냈다. 겉표지를 열면 듀이는 도서관 생활이 한눈에 들어온다. 갈색 줄무늬 고양이가 도서관 구석구석에 남겨놓은 흔적들. 마치 내가 그곳에서 카메라를 들고 듀이를 찍은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듀이의 장난스런, 사랑스런 잔상이 책을 읽는 내내 아른거린다. 듀이가 도서관에서 벌이는 헤프닝들은 앙증맞고 익살스럽다. 그런데 자꾸 눈물을 찍어내며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본다. 이런걸 ’감동’이라고 하는가보다. 커다란 일렁임이 아닐지라도 잔잔하면서도 깊이 박히는 울림. 도서관 고양이 듀이가 전해준 감동에 너무나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