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가슴으로- 조태일
어쩐 일로
헐벗은 우리의 사랑은 이리 더디 올꼬?
어쩐 일로 검은 먹구름은
한 세대를 저리 어둡게 할꼬?
타는 가슴으로
눈을 뜨면
밤하늘은 온통 불바다.
타는 가슴으로
눈을 감으면
몸은 들끓는 불항아리.
타는 가슴으로
길을 가면
아스팔트 위에서도
새 움이 돋듯
잊혀졌던 모든 것들
애처러이 돋아나고,
구석으로 구석으로
밀리고 밀렸던 모든 것들
날개 퍼덕이며 솟아오르고,
겨우내 떨며 불안해하며
그래도 꼿꼿이 이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는 것들을.
타는 가슴으로 문지르면
어느덧 그들도 봄을 피워대누나.
사랑아, 모든 이의 사랑아,
타는 그리움아, 타는 그리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