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바람 2006-05-23  

생일 축하해요, 친구님!!
생일이니? 5월이네. 오동나무 꽃 피는 계절에 태어났구나. 너와는 생일에 얽힌 기억나는 이야기가 한 소절도 없네. 전혀 없어. 옛날 얘기 하나 해줄게. 나는 있지, 예전에 학교에 가면 네게서 온 편지가 들어 있는 그 우편함에 먼저 들르던 때의 그 아련함이 오래도록 떠오르더라. 그때는 차마 말 못했는데 네가 언젠가 '강아지똥'을 보내왔었지. 나도 어렸을 때 얼굴도 본 적 없는 어느 아이에게 그 책을 보낸 적이 있었거든. 그게 참 좋았어, 좋았지, 좋았단다. 많이 잊고 살지. 그랬던가, 괜히 차가워지기도 하고 그렇더라도, 괜히 무거워지지는 마 서른넷, 아슬하지 않니? 난 요즘 그런데 어쩌면 나는 늘 아슬했던 걸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같이 사는 남정네가 그거 다 받아주느라 늘 분주하지. 견고한 성 같아, 그 사람은. 바람벽 같기도 하고, 어떨 때 보면 나보다 더 대책없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처음처럼 늘 한결같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아니까 어쩔 땐 무섭기도 하다. 딱 술 한 잔만 하면 좋겠는 밤이야. 이번주부터 지원이를 따로 재우기 시작했다. 방 만들어줬거든. 팔 다리 어깨 발꼬락까지 쑤신다. 그래도 '마법침대' 읽으며 잠이 들었네. 아이 키우는 거 너무 힘이 들어, 사실은. 좀 훨훨 날아다녔으면 좋겠다 싶은 철부지 엄마가 나란다. 좀 있음 그 녀석 생일이야. 벌써 다섯 해가 지났다니 정말이지 시간이 화살 같다. 나중에 소영아, 네 서른네번째 생일에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던 거라도 기억났으면 해서 오래 서성이다 간다. 생일 축하해요, 친구님!!
 
 
나무 2006-05-24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동네로 이사 와라. 그럼 내가 주말에라도 지원이랑 놀아줄 텐데...
조카랑도 대책없이 싸우는 인간이지만, 애들이 좋아. 그러니 같이 잘 놀 수 있는데. ^^
어째 이번 생일은 오래 기억될 것 같네.
생일 따위 아예 없어졌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이렇게 친구에게 축하받으니 좋구나.
그 동안 바빠서 사람 사는 것처럼 살지를 못했어. 지금도 마감에 헉헉거리고 있다. 6월말, 7월쯤 되면 정말 나아지겠지. 딱딱해진 내 마음도 좀 말랑말랑해지겠지.
머리랑 마음이 등지고 있는 요즘,
행복해질 거라고 자꾸 주먹을 쥐게 되는 요즘,
다 제각각이지만 닮아 있는 고민을 안고
계속 씩씩하게 가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