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1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1
한비야 지음, 김무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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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아이들이 모두 다 행복하게 '아이다운' 삶을 누렸으면 한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최소한의 권리도 누리지 못한채 고통받는 아이들이 이제는 사라졌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선 어른들의 도움도 중요하지만, 어렸을 때 부터 남을 돕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게 좋다. 우리 가족, 우리 동네, 우리 나라를 벗어나 우리 지구촌 으로 시야를 넓힌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단지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쌀과 옷을 주는 것에서 벗어나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희망을 심어준다면 굶고 병 들어 죽는 아이들이 점점 줄어들어 나중엔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세계의 원조를 받은 지 50년만에 이제는 수혜국으로 바뀐 우리나라가 보여준 기적이 아프리카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서도 일어나기를 바래본다.

 

우리나라도 불과 몇십년 전만해도 찢어지게 가난했었다. 흰쌀밥을 배터지게 먹는게 소원이었을 만큼 굶는다는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많은 이들이 경험했었다. 지금은 먹을거리가 넘쳐나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골치 아픈 문제가 될 정도가 되니 요즘 아이들은 부모세대의 어려움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집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먹으면 되고, 마트를 가면 맛있는게 넘쳐나니 지구 반대편 아이들이 너무 배고파 독이 있는 풀을 뜯어 먹는다는 이야기를 하면 깜짝 놀랄 것이다. 학교에 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 하며 교실도 책상도 교과서도 없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역시나 놀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상황을 들여다보면 어른인 나도 눈물이 핑 돌만큼 처참한데, 대부분 약한 어린이들이 가장 큰 고통을 당하고 있어서 더 마음이 아프다. 부모는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고 더 잘해주지 못하는 것에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드는데, 그 나라 부모들은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 나오지 않는 젖을 물리고 뼈가 앙상해지는 아이를 보면서 새카맣게 타들어갈 부모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진다.

 

아프가니스탄 산골 마을의 다섯 살짜리 미리암은 독초를 씹으며 허기를 달랜다. 이 독초는 신장과 위장에 치명적이고 눈까지 멀게 하지만 당장의 배고픔을 이기고 생존을 위해 먹고 있다. 뼈와 가죽밖에 남지 않는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굶주림과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험하게 만드는 또 한가지는 바로 전쟁 중에 심어놓은 지뢰였다. 1천만발 이상이 심어져 있어 제거 하는데만 천년이 걸리고 5달러의 지뢰를 제거하는데 1천달러가 필요하다고 하니 입이 떡 벌어진다. 이렇게나 지뢰가 많으니 아이들이 다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충격적인건 나비 모양, 초콜릿, 계란, 아이스크림 모양의 지뢰들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노린 지뢰로밖엔 해석이 안되니 정말 추악하고 더러운 짓이다.

 

아프리카의 말라위,잠비아, 그리고 네팔을 둘러보면서 척박한 자연환경 탓도 크지만, 인간들이 일으킨 전쟁과 무지 때문에 국민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것 같다. 네팔의 반군과 정부군의 대립은 가난한 사람들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고, 아프리카에선 에이즈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더 확산되고 아이들이 감염되고 있었다. 너무 배고파 종자씨 까지 먹어버리고, 영양실조로 1시간에 1200명의 아이들이 굶어죽는 비극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이런 끔찍한 상황을 타개하는 길은 바로 우리들의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다. 꼭 월드비전이 아니라도 다른 많은 경로를 통해 도움을 줄수가 있다. 혹은 한 아이를 후원하면서 그 아이뿐 아니라 가족의 삶도 변화시킬수가 있는데 이런 일에 겨우 한달에 3만원 밖엔 들지 않는다. 커피 몇잔 안 마시고, 영화 몇편 안 보면 한 가족에게 희망을 선사할수 있다는 게 멋지지 않은가. 이런게 바로 돈을 '잘 쓰는' 일 일 것이다. 이런 멋진 일에 많은 사람들의 동참을 호소하는게, 한비야씨가 이 책을 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그녀의 외침에 응답할 사람디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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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맛있게 잘 쉬었습니다 - 일본의 숨겨진 맛과 온천 그리고 사람 이야기
허영만.이호준 지음 / 가디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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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위험 때문에 일본 여행이 꺼려지고 아마 앞으로 갈 일은 없을 듯 싶은데, 그러다보니 일본 여행책을 보면서 자꾸 한숨만 쉬게 된다. 여기도 가 보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할수 없겠구나 싶어서 말이다.(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가고 싶진 않다.) 원전사고가 난 후쿠시마 주변만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고 먼 곳까지 방사능이 검출됐다고 하니 더 걱정이고, 일본 정부는 수습대신 안전하다고만 떠들어대고 있으니 당최 믿을수가 없다. 바다까지 오염되고 있으니 이젠 우리나라도 안전하다고만 할순 없는 지경이니 답답한 마음으로 상황만 지켜보고 있다. 그나저나 아~일본 여행은 이제 그림의 떡이 되어버렸다!

 

허영만, 이호준씨의 일본 온천 여행기는 사고가 나기 전에 취재한 것이니 이분들, 참 좋은 구경 하셨다는 부러움이 든다. 더구나 일반 여행자 신분이 아니라 취재이기 때문에 각 지역의 최고 온천과 료칸, 음식들을 소개받아 맛 보고 즐기다 오셨으니 얼마나 좋았겠는가.《맛있게 잘 쉬었습니다》라는 제목이 적격이다.

 

 

일본엔 다양한 사연과 역사를 가진 온천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곳들을 선정해 소개한다. 다양한 효능과 이야기로 일본인들의 삶에 깊숙이 자리잡은 온천은 건강도 책임지고 지역의 관광명소가 되어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을 재촉하게 만든다. 일본인들은 온천에 가서 자연이 준 풍성한 혜택을 즐기고 오랜만에 여유로운 휴식도 취하고 가족간의 정도 돈독하게 만들며 좋은 시간을 가지고, 료칸에서 쉬며 최고급 서비스와 그 지역의 특산물을 맛보는 걸 최고로 친다고 한다.

 

나는'료칸=여관'이라고 생각해서인지 그 곳에 묵는 걸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는데, 일본인들은 '료칸에 간다'는 걸 자랑으로 여길 정도라 해 놀라웠다. 그도 그럴것이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데다 특급 호텔 부럽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 받는데다 무엇보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비싼 가격때문에 일본인들도 큰 마음먹고 갈 정도로 동경의 대상이라 한다. 온천 덴쿠노모리 같은 경우는 대지 면적이 총 15만평인데, 숙소는 단 세동뿐이라 숙박비는 최고 20만엔 이상이고 1인당 4시간만 이용해도 3만엔이 넘는다고 한다. 정말 어마어마한 가격이다. 물론 이렇게까지 비싸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료칸 가격이 평범한 직장인이 쉽게 지불할 가격은 아닌것만은 사실이다. 그래도 가격대비 이상의 만족을 얻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렇게나 좋아하는게 아닐까?

 

 

탁 트인 시원한 조망이 인상적인 호텔 뉴긴스이의 전망도 훌륭한데, 이런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세상만사 근심이 훌훌 사라져 버릴것만 같다. 실내,실외 등 자연의 풍경을 감상하며 술 한잔 마시고, 그 지역의 특산물들로 가득찬 밥상을 받으면 최고의 기분을 만끽할수 있을테지. 몸의 긴장도 풀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게 진짜 휴가 일테니 말이다.

 

일본인들은 장인정신이 뛰어나서인지 몇대째 가업을 잇는 사람들을 많이 볼수가 있다.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나카야 주점의 가타오카 부부도 마찬가지인데, 자신들이 직접 재배한 쌀로 만든 술을 일본 전역에 선보이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작은 마을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중이다. 우연히 들른 작은 주점에서 만난 인연들이 여행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인 것 같다.

 

 

이렇게 자신의 일에서 열심히 일하고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 가조엔의 오카미인 다지마 에쓰코 였다. 료칸 운영의 전 분야를 책임지는 총지배인 또는 여사장을 '오카미'라고 하는데, 오카미를 보면 료칸의 수준을 알수 있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이고 그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다지마 에쓰코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곧 철거될 고택 6째를 통째로 옮겨와 숙박시설로 이용했는데 무모할수도 있는 그녀의 노력과 고집은 놀라운 성과를 냈다. 1995년 '최우수 료칸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가조엔을 가고시마의 명소로 만들었다. 이제는 지역의 맛을 지키기 위해 힘쓴다고 하니 이런 노력들이 모여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앞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전통이 더 단단하게 계승되는게 아닐까 싶다.

 

이처럼 각 온천의 특색과 역사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일등을 소개하고, 그 지역의 볼거리와 먹을 거리 등을 일러주고 있다. 하지만 감상과 에피소드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터라 좀 지루한것도 사실이다. 온천 주변의 정보들이 너무 많고 단순소개에만 그치고 있는터라 지역소개 팜플렛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허영만씨의 그림이 없었더라면 좀 딱딱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어차피 정보를 많이 알아도 일본 온천 여행을 갈 확률이 적으니 그닥 상관은 없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러다보니 더더욱 안타깝다. 방사능만 아니었더라도..눈물이 앞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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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할아버지네 감나무 마음이 커지는 그림책 15
스토우 아사에 글, 오리모 쿄코 그림, 김난주 옮김 / 을파소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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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할아버지에겐 맛있는 감이 주렁주렁 열리는 감나무가 있었어요. 입에서 살살 녹는 달콤한 감에 푹 빠진 할아버지는 보물과도 같은 감을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동네 아이들이 손가락을 빨며 구경을 해도 본체 만체, 혼자서만 감을 먹어요. 맛있는 음식을 같이 나눠 먹으면 더 맛있다는 걸 허허 할아버지는 모르나 봐요.

 

 

그러던 어느 날, 이웃에 어머 할머니가 이사를 오게 됐어요. 감이 찻 맛있어 보인다는 어머 할머니의 말에 허허 할아버지는 다 먹고 남은 감꼭지를 하나 쑥 내밀어요. 보통은 감 한번 잡숴보세요 라고 할텐데 말이예요. 그런데 어머 할머니는 기분 나쁜 기색도 없이 "어머, 정말 훌륭한 감꼭지네요, 고마워요." 라며 오히려 좋아하네요. 그 모습에 허허 할아버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감꼭지가 뭐 그리 고맙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 해요.

 

 

그런데 다음 날, 어머 할머니네 집이 시끌벅적해 무슨 일인가 싶어 담 너머로 몰래 엿본 할아버지의 눈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어요. 동네 아이들과 팽이 놀이를 하고 있는데, 어머 할머니의 팽이는 허허 할아버지가 준 감꼭지로 만든 것이었거든요. 아이들의 팽이는 금세 멈췄는데, 감꼭지로 만든 팽이는 쌩쌩 잘 돌고 있었어요.

 

 

아이들은 "나도 저런 감꼭지가 있으면 좋겠다"며 부러워 했는데, 이 소리를 들은 허허 할아버지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어요. "아이들에게 내 보물 같은 감꼭지를 마냥 줄수야 없지!" 라며 감나무에 걸린 감을 모조리 따다가 뒷마당 창고에 꽁꽁 숨겼어요.

 

허허 할아버지는 참 욕심쟁이네요. 처음엔 쓸모없는 감꼭지라고 여겨 어머 할머니에게 줬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니 금세 '보물' 같다고 여기잖아요. 자기한텐 필요도 없으면서도 딴 사람들에게 주기는 싫은 욕심쟁이 심보를 가진 할아버지가 참 못되보여요.

 

 

어머 할머니와 아이들이 감꼭지를 받으러 오자, 허허 할아버지는 없다며 대신 감을 딸 때 떨어진 이파리를 하나 내밀었어요. 이것도 쓸모없긴 마찬가지였는데, 놀랍게도 어머 할머니는 정말 고맙다며 잔뜩 안고 돌아가는게 아니겠어요? 이번에도 허허 할아버지는 고개를 갸우뚱 했어요. 이파리가 뭐 그리 고맙다고 저렇게 좋아하는지 도통 알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할머니에겐 좋은 생각이 있었는데, 이파리로 목걸이도 만들고 인형도 만들며 더 많은 아이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거든요. 그 모습을 본 허허 할아버지는 '보물'같은 이파리를 줄 수 없다며 서둘러 치워버렸어요.

 

 

그리고 감 이파리를 가지러 온 어머 할머니와 아이들에게, 이파리가 없다며 대신 이파리들을 떨어낼 때 부러진 잔가지를 줬어요. 이것도 설마 가져가진 않겠지 했는데, 어머 할머니는 연신 고맙다며 잔가지를 한 아름씩 안고 룰루랄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갔어요. 이번엔 잔가지로 또 무슨 재미있는 놀이를 할까요? 다음 날 어머 할머니와 더, 더 많은 아이가 잔가지 끝에 빵을 꽂아 구워 먹고 있네요.

 

 

허허 할아버지는 '보물'같은 잔가지를 줄수 없다며 가지를 자르는데, 너무 열중한 나머지 가장 소중한 감나무까지 잘라버렸어요. 작은 것도 나누려 하지 않은 허허 할아버지의 욕심이 결국 진짜 보물인 감나무를 싹뚝 자르게 만들었네요. 허허 할아버지는 자신이 한 일이 믿기지 않는지 엉엉 울음을 터뜨렸고, 그 모습을 본 어머 할머니는 "감이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씨를 뿌릴 수 있을 텐데." 라며 아쉬워 했어요.

 

가만, 허허 할아버지의 뒷마당 창고엔 감이 꽁꽁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떠오르네요. 혼자만 몰래 먹으려고, 감꼭지를 주지 않으려고 숨겨뒀잖아요. 허허 할아버지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감을 꺼내 마음껏 먹고 씨를 여기저기 뿌려 달라며 도움을 청했어요. 모두모두 허허 할아버지네 달콤한 감을 신 나게 먹고 여기저기 씨를 뿌렸어요. 감나무가 자란다면 더 이상 허허 할아버지는 혼자만 감을 먹지 않겠죠? 나누려 하지 않은 마음 때문에 감나무를 잃어버릴 뻔 했으니, 다시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어머 할머니와 동네 아이들과 나누려 하겠죠? 이 모두가 작은 것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고 나누려 하는 어머 할머니의 지혜 덕분 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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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한 연애 - Spellb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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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로맨틱함이 잘 조합된 사랑스러운 연애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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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게임 - Perfect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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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목적으로 탄생한 프로야구 이지만, 그 시작이 어찌됐든 지금은 전국민이 사랑하는 스포츠가 됐다. 30년 역사를 가진 프로야구사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최동원과 선동열의 맞대결이 생각난다. 최고의 투수 2명이 결국 1승1무1패라는 대결 기록을 남김으로써 전설임을 입증해냈고,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야기라 아직도 사람들의 기억에 또렷이 남게 됐다. 특히 마지막 대결은 15회 연장 무승부로 끝나면서, 다시는 없을 기록을 만들어냈다. 지금 이렇게 던지게 했다간 선수 혹사 비판이 거세질텐데, 그 시대엔 에이스 투수가 연투를 하고 200개 가까운 공을 뿌려댔다. 철저한 선수 보호 시스템도 없었으니 어깨와 몸이 상할수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이 마운드에 있는 순간은 경기가 이기든 지든 끝까지 책임지고 내려오겠다는 마음으로 임한 선수들이 있었다.

 

스포츠 경기에서 라이벌은 흥행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더 많은 관중을 모으고 미디어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프로야구 처럼 정치와도 연결이 되어 있으면 라이벌 구도는 군침도는 소재이다. 스포츠 기자 김서형(최정원)은 야구의 야 자도 모르면서 기자 생활을 하는데, 특종만 물어오면 승진시켜 준다는 말에 최동원(조승우)에게 자극적인 말로 대결을 부추기고, 정치쪽에선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감정을 이용하기 위해 구단에 압력을 넣어 둘을 붙게 만든다. 선후배로 대표팀에서도 친하게 지냈던 최동원과 선동열(양동근) 이었지만 서로를 의식할수밖에 없게 주위에서 만들고, 피할수 없는 상황이고, 투수로서의 자존심 때문에 맞대결을 승락한다. 잠도 편하게 못 잘만큼 긴장과 부담감을 갖고서 말이다.

 

지금 그 경기의 영상 자료를 봐도 떨리고 어떻게 두 선수가 견딜수 있을까 싶을 정도인데, 영화로 보니 다시 긴장되기 시작했다. 세번째 맞대결의 결과를 알면서도 보는 내내 떨렸다. 그리고 그 긴장은 단지 두 사람만의 몫이 아니라 함께 야구를 하는 팀원들도 똑같이 느끼는 거였다. 야구는 투수 혼자 하는게 아니라, 타자들의 방망이와 수비가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동원과 선동열의 최고의 맞대결은 선수와 감독, 그리고 팬들까지 숨죽이고 간절히 바라는 경기였다. 5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얼마나 손에 땀이 나고 집중하고 긴장했을지, 영화속에서 생생히 재현되었다.

 

 

잠자리 안경을 쓴 최동원은 언제나 성실하게 임했다. 동료와 어울리고 술 한잔 기울이고 싶었지만 에이스는 그 시간에 공 하나라도 더 던져야 한다는 감독님의 말을 그대로 실천하며 언제나 묵묵히 연습했다. 팀이 필요로 하면 연투도 마다하지 않고 공을 뿌려댔으니 어깨는 당연히 망가졌고, 진통제로 겨우 아픔을 달래며 마운드에 섰다. 수술자국으로 가득 찬 어깨를 보고있노라면 그만 쉬어도 될텐데 싶을 정도로 안쓰러웠다. 찢이진 상처를 본드로 붙이며, 무쇠팔 무쇠다리 최동원 투수임을 입증해내는 마운드 위의 그를 보고있노라면 스포츠 선수를 뛰어넘는 인간으로서의 존경과 감탄이 생긴다. 그가 왜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인지를 알수 있었다.

 

최동원이 성실한 에이스의 이미지라면 선동열을 술 좋아하고 능구렁이 같은 이미지였다. 그에게 최동원 선배는 존경하는 선배이자 뛰어넘어야 할 산 이기도 했다. 그렇게 열심히 한 결과 MVP도 받고 팀도 우승 시켰지만 그래도 여전히 최동원은 크게만 느껴졌다. 더구나 주위에서 자꾸만 비교하는 기사가 나오니, 한번 더 맞붙어 이기면 더 이상 말이 없겠거니 생각해 세번째 경기를 하기로 한다. 롯데와 해태, 지역감정이 들꿇으며 팬들은 언제나 열정이 지나치다 못해 광분한 모습으로 응원을 펼쳤는데 그 모습이 웃기면서도 많이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지금도 간혹 그라운드에 물건을 던지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 시대엔 그 정도가 많이 심했다. 그런 상황에서 야구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 대단해보일 정도이다.

 

영화는 최고의 천재 투수 두명의 대결에 집중 하는 한편, 해태의 박만수(마동석) 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추가하며 감동을 이끌어낸다.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기 때문에 실력이 없으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한 포지션을 차지하기 위해 주전경쟁이 치열해지고, 최동원과 선동열과 같은 에이스가 아니라면 언제 방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런데 박만수는 이런 주전경쟁조차도 못하는 선수이다. 프로야구 선수이지만 경기엔 단 한차례도 출전하지 못하는 그는 말만 선수 였다. 당연히 1년에 300만원 정도의 돈만 벌고 그 마저도 야구용품을 사야하니 생활고에 시달리는 아내는 야구를 그만두라고 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아들조차 아버지처럼 되지 않을거라는 말을 할 정도로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인정받지 못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경기에 감독은 그에게 기회를 주었고, 그는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내며 가슴뭉클함을 안겨준다. 그리고 롯데의 김용철(조진웅)이 코믹캐릭터를 맡아 웃음도 함께 준다.

 

야구 팬들에게 잊혀지지 않을 명경기를 펼쳐 준 최동원과 선동열.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그 이야기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 재탄생하는 걸 보면서 최동원 투수가 지금 살아있어 영화를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 가슴이 아려왔다. 금테 잠자리 안경을 쓴 조승우씨를 보고있으니 더더욱 그가 보고 싶어지고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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