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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할아버지네 감나무 ㅣ 마음이 커지는 그림책 15
스토우 아사에 글, 오리모 쿄코 그림, 김난주 옮김 / 을파소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허허 할아버지에겐 맛있는 감이 주렁주렁 열리는 감나무가 있었어요. 입에서 살살 녹는 달콤한 감에 푹 빠진 할아버지는 보물과도 같은 감을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동네 아이들이 손가락을 빨며 구경을 해도 본체 만체, 혼자서만 감을 먹어요. 맛있는 음식을 같이 나눠 먹으면 더 맛있다는 걸 허허 할아버지는 모르나 봐요.
그러던 어느 날, 이웃에 어머 할머니가 이사를 오게 됐어요. 감이 찻 맛있어 보인다는 어머 할머니의 말에 허허 할아버지는 다 먹고 남은 감꼭지를 하나 쑥 내밀어요. 보통은 감 한번 잡숴보세요 라고 할텐데 말이예요. 그런데 어머 할머니는 기분 나쁜 기색도 없이 "어머, 정말 훌륭한 감꼭지네요, 고마워요." 라며 오히려 좋아하네요. 그 모습에 허허 할아버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감꼭지가 뭐 그리 고맙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 해요.
그런데 다음 날, 어머 할머니네 집이 시끌벅적해 무슨 일인가 싶어 담 너머로 몰래 엿본 할아버지의 눈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어요. 동네 아이들과 팽이 놀이를 하고 있는데, 어머 할머니의 팽이는 허허 할아버지가 준 감꼭지로 만든 것이었거든요. 아이들의 팽이는 금세 멈췄는데, 감꼭지로 만든 팽이는 쌩쌩 잘 돌고 있었어요.
아이들은 "나도 저런 감꼭지가 있으면 좋겠다"며 부러워 했는데, 이 소리를 들은 허허 할아버지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어요. "아이들에게 내 보물 같은 감꼭지를 마냥 줄수야 없지!" 라며 감나무에 걸린 감을 모조리 따다가 뒷마당 창고에 꽁꽁 숨겼어요.
허허 할아버지는 참 욕심쟁이네요. 처음엔 쓸모없는 감꼭지라고 여겨 어머 할머니에게 줬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니 금세 '보물' 같다고 여기잖아요. 자기한텐 필요도 없으면서도 딴 사람들에게 주기는 싫은 욕심쟁이 심보를 가진 할아버지가 참 못되보여요.
어머 할머니와 아이들이 감꼭지를 받으러 오자, 허허 할아버지는 없다며 대신 감을 딸 때 떨어진 이파리를 하나 내밀었어요. 이것도 쓸모없긴 마찬가지였는데, 놀랍게도 어머 할머니는 정말 고맙다며 잔뜩 안고 돌아가는게 아니겠어요? 이번에도 허허 할아버지는 고개를 갸우뚱 했어요. 이파리가 뭐 그리 고맙다고 저렇게 좋아하는지 도통 알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할머니에겐 좋은 생각이 있었는데, 이파리로 목걸이도 만들고 인형도 만들며 더 많은 아이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거든요. 그 모습을 본 허허 할아버지는 '보물'같은 이파리를 줄 수 없다며 서둘러 치워버렸어요.
그리고 감 이파리를 가지러 온 어머 할머니와 아이들에게, 이파리가 없다며 대신 이파리들을 떨어낼 때 부러진 잔가지를 줬어요. 이것도 설마 가져가진 않겠지 했는데, 어머 할머니는 연신 고맙다며 잔가지를 한 아름씩 안고 룰루랄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갔어요. 이번엔 잔가지로 또 무슨 재미있는 놀이를 할까요? 다음 날 어머 할머니와 더, 더 많은 아이가 잔가지 끝에 빵을 꽂아 구워 먹고 있네요.
허허 할아버지는 '보물'같은 잔가지를 줄수 없다며 가지를 자르는데, 너무 열중한 나머지 가장 소중한 감나무까지 잘라버렸어요. 작은 것도 나누려 하지 않은 허허 할아버지의 욕심이 결국 진짜 보물인 감나무를 싹뚝 자르게 만들었네요. 허허 할아버지는 자신이 한 일이 믿기지 않는지 엉엉 울음을 터뜨렸고, 그 모습을 본 어머 할머니는 "감이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씨를 뿌릴 수 있을 텐데." 라며 아쉬워 했어요.
가만, 허허 할아버지의 뒷마당 창고엔 감이 꽁꽁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떠오르네요. 혼자만 몰래 먹으려고, 감꼭지를 주지 않으려고 숨겨뒀잖아요. 허허 할아버지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감을 꺼내 마음껏 먹고 씨를 여기저기 뿌려 달라며 도움을 청했어요. 모두모두 허허 할아버지네 달콤한 감을 신 나게 먹고 여기저기 씨를 뿌렸어요. 감나무가 자란다면 더 이상 허허 할아버지는 혼자만 감을 먹지 않겠죠? 나누려 하지 않은 마음 때문에 감나무를 잃어버릴 뻔 했으니, 다시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어머 할머니와 동네 아이들과 나누려 하겠죠? 이 모두가 작은 것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고 나누려 하는 어머 할머니의 지혜 덕분 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