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맛있게 잘 쉬었습니다 - 일본의 숨겨진 맛과 온천 그리고 사람 이야기
허영만.이호준 지음 / 가디언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방사능 위험 때문에 일본 여행이 꺼려지고 아마 앞으로 갈 일은 없을 듯 싶은데, 그러다보니 일본 여행책을 보면서 자꾸 한숨만 쉬게 된다. 여기도 가 보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할수 없겠구나 싶어서 말이다.(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가고 싶진 않다.) 원전사고가 난 후쿠시마 주변만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고 먼 곳까지 방사능이 검출됐다고 하니 더 걱정이고, 일본 정부는 수습대신 안전하다고만 떠들어대고 있으니 당최 믿을수가 없다. 바다까지 오염되고 있으니 이젠 우리나라도 안전하다고만 할순 없는 지경이니 답답한 마음으로 상황만 지켜보고 있다. 그나저나 아~일본 여행은 이제 그림의 떡이 되어버렸다!

 

허영만, 이호준씨의 일본 온천 여행기는 사고가 나기 전에 취재한 것이니 이분들, 참 좋은 구경 하셨다는 부러움이 든다. 더구나 일반 여행자 신분이 아니라 취재이기 때문에 각 지역의 최고 온천과 료칸, 음식들을 소개받아 맛 보고 즐기다 오셨으니 얼마나 좋았겠는가.《맛있게 잘 쉬었습니다》라는 제목이 적격이다.

 

 

일본엔 다양한 사연과 역사를 가진 온천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곳들을 선정해 소개한다. 다양한 효능과 이야기로 일본인들의 삶에 깊숙이 자리잡은 온천은 건강도 책임지고 지역의 관광명소가 되어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을 재촉하게 만든다. 일본인들은 온천에 가서 자연이 준 풍성한 혜택을 즐기고 오랜만에 여유로운 휴식도 취하고 가족간의 정도 돈독하게 만들며 좋은 시간을 가지고, 료칸에서 쉬며 최고급 서비스와 그 지역의 특산물을 맛보는 걸 최고로 친다고 한다.

 

나는'료칸=여관'이라고 생각해서인지 그 곳에 묵는 걸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는데, 일본인들은 '료칸에 간다'는 걸 자랑으로 여길 정도라 해 놀라웠다. 그도 그럴것이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데다 특급 호텔 부럽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 받는데다 무엇보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비싼 가격때문에 일본인들도 큰 마음먹고 갈 정도로 동경의 대상이라 한다. 온천 덴쿠노모리 같은 경우는 대지 면적이 총 15만평인데, 숙소는 단 세동뿐이라 숙박비는 최고 20만엔 이상이고 1인당 4시간만 이용해도 3만엔이 넘는다고 한다. 정말 어마어마한 가격이다. 물론 이렇게까지 비싸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료칸 가격이 평범한 직장인이 쉽게 지불할 가격은 아닌것만은 사실이다. 그래도 가격대비 이상의 만족을 얻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렇게나 좋아하는게 아닐까?

 

 

탁 트인 시원한 조망이 인상적인 호텔 뉴긴스이의 전망도 훌륭한데, 이런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세상만사 근심이 훌훌 사라져 버릴것만 같다. 실내,실외 등 자연의 풍경을 감상하며 술 한잔 마시고, 그 지역의 특산물들로 가득찬 밥상을 받으면 최고의 기분을 만끽할수 있을테지. 몸의 긴장도 풀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게 진짜 휴가 일테니 말이다.

 

일본인들은 장인정신이 뛰어나서인지 몇대째 가업을 잇는 사람들을 많이 볼수가 있다.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나카야 주점의 가타오카 부부도 마찬가지인데, 자신들이 직접 재배한 쌀로 만든 술을 일본 전역에 선보이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작은 마을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중이다. 우연히 들른 작은 주점에서 만난 인연들이 여행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인 것 같다.

 

 

이렇게 자신의 일에서 열심히 일하고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 가조엔의 오카미인 다지마 에쓰코 였다. 료칸 운영의 전 분야를 책임지는 총지배인 또는 여사장을 '오카미'라고 하는데, 오카미를 보면 료칸의 수준을 알수 있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이고 그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다지마 에쓰코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곧 철거될 고택 6째를 통째로 옮겨와 숙박시설로 이용했는데 무모할수도 있는 그녀의 노력과 고집은 놀라운 성과를 냈다. 1995년 '최우수 료칸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가조엔을 가고시마의 명소로 만들었다. 이제는 지역의 맛을 지키기 위해 힘쓴다고 하니 이런 노력들이 모여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앞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전통이 더 단단하게 계승되는게 아닐까 싶다.

 

이처럼 각 온천의 특색과 역사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일등을 소개하고, 그 지역의 볼거리와 먹을 거리 등을 일러주고 있다. 하지만 감상과 에피소드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터라 좀 지루한것도 사실이다. 온천 주변의 정보들이 너무 많고 단순소개에만 그치고 있는터라 지역소개 팜플렛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허영만씨의 그림이 없었더라면 좀 딱딱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어차피 정보를 많이 알아도 일본 온천 여행을 갈 확률이 적으니 그닥 상관은 없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러다보니 더더욱 안타깝다. 방사능만 아니었더라도..눈물이 앞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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