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젼 - Contagi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조류독감, 사스, 신종플루로 세계가 떠들썩했던 일이 생각난다. 요즘엔 원인미상 폐질환까지 발생해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데, 이처럼 새로운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실체가 밝혀지지 않는 바이러스의 출연이 다른 질병보다 사람들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예방법 이라고 해봐야 기껏 손을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을 할땐 타인에게 옮기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밖엔 없기 때문이다. 무인도에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매일 공공장소를 이용하는 생활을 해야하는데, 어떻게 접촉을 피하며 살수 있겠는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바이러스가 옮을수 있는 상황이라면 집안에 꼼짝없이 갇혀 있는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처럼 보인다. 또 최근에 등장하는 바이러스는 웬만한 백신엔 내성이 있는 슈퍼 바이러스라 원인과 치료방법을 알아내기가 더 어려워졌다. 설사 알아낸다고 해도 이미 많은 피해자를 양산해낸 후이다. 달리 말하면 피해자가 많이 발생해야 백신연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전염성도 강하고 치명적인 바이러스와의 사투는 인류가 가진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되었다.  

홍콩 출장 중 남은 시간을 카지노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진 베스(기네스 펠트로)는 집으로 돌아온 순간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다. 고열과 기침은 독감을 의심하게 했는데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더니 병원에서 손 쓸수도 없이 갑자기 사망하고 만다. 불과 몇 시간전만 하더라도 이야기를 나누웠던 아내가 이젠 싸늘한 시신이 되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은 남편 토마스(맷 데이먼)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어린 아들마저 잃고만다. 아내와 아들이 원인을 알수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게 되자 그는 잠시 격리조치 되었지만 면역판정을 받으며 풀려나게 된다. 이제 토마스에게 남은 가족은 전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 전부이고, 그나마 집에 없었던 딸이 무사한것에 그는 감사함을 느낀다.  

그런데 이 갑작스러운 비극은 토마스만 겪는 일이 아니었다. 베스를 죽인 바이러스는 홍콩을 기점으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사망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자신이 바이러스에 걸린 상태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은 지하철,버스,상가,거리 등을 자유롭게 거닐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접촉되었던 것이다. 이제 세계는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치버 박사(로렌스 피시번)는 에린(케이트 윈슬렛)박사를 현장에 급파해 조사하게 하고, 세계보건기구는 오란테스 박사(마리옹 꼬띠아르)를 최초 감염지인 홍콩으로 보낸다. 에린 박사는 그야말로 몸을 사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도 병에 걸리게 된다. 당연히 백신이 없으니 맨 몸으로 현장을 누빌수 밖에 없었고,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안전하게 집에 있는 사람보다는 병에 걸릴 확률이 클 수밖에 없었다. 에린 박사처럼 희생을 감수하며 일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더 큰 피해는 일어나지 않는게 아닐까 싶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순간에 아파하는 환자를 도와주려 했던 마음씀씀이를 보면서 숙연해 지기까지 한다. 이런 숭고한 희생과 노력이 쌓이고 쌓여 인류는 살아남을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대사건이 벌어지면 정부는 두 가지 선택에서 고민하게 된다. 일찍 발표해 국민들로 하여금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더 이상의 확산을 막느냐, 아니면 최대한으로 늦춰 국민들의 혼란을 막느냐 이다. 전자의 경우엔 과잉대응이라는 측면도 있겠고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국민의 알 권리와 자신을 보호할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이 선택이 나아보인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사람들은 정부의 늦은 발표와 늑장대응에 질타를 보낼 것이고, 극대화된 불안감과 공포는 사회적인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설사 과잉대응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생명이 걸린 일이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부가 역학조사를 벌이며 원인을 찾아내기 전부터 심상치않은 바이러스의 존재를 눈치 챈 사람이 있었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앨런(주드 로)은 홍콩과 도쿄에서 발생한 피해자들의 영상을 보며 이를 기사화 하기를 바랬지만 거절을 당하자 자신의 블로그에 기사를 쓰게 된다. 진실을 원하는 사람들은 앨런의 블로그로 몰려와 정보를 얻었고, 정부의 발표와 대응을 불신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는만큼 앨런의 파급력은 커져만 갔다. 특히 백신을 개발하지 못하는 정부와는 반대로 앨런은 개나리액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자신이 직접 실험을 하며 그 진행과정을 블로그에 게재했고 이 때문에 동네 약국엔 개나리액 품절 현상까지 벌어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개나리액을 구한 사람들의 분노와 폭력을 볼수 있는데, 이는 음식을 구하기 위해 상점을 털고 응급물자를 빼앗는 극한 이기주의로도 표출이 된다.   

하지만 더 슬픈 현실은 부유한 이와 가난한 이들의 차이가 이런 상황에서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오란테스를 납치한 동료들은 백신이 나오면 강대국들에게 우선 배당될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납치 라는 선택을 할수밖에 없었다. 가진게 없는 시골 사람들에게 백신이 오기까지는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몇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에, 백신과 오란테스를 교환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치버 박사의 아내가 괴한들의 침입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정부와 가까운 자는 일반 국민들보다 먼저 백신을 받을테고, 그걸 노린 사람들이 약탈하러 온 것이다. 또 치버 박사는 윗선의 정보를 통해 도시가 통제된다는 걸 알고 아내에게 미리 언질을 한다. 정보를 가진 자와 없는 자, 돈이 있는 자와 없는 자는 바이러스로 인한 혼란속에서 더 두드러져 보이게 된다.  

이제 거리는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수 없고 쓰레기만 넘쳐나고 있다. 토마스는 딸이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며 집안에 있게하고, 딸은 남자친구와 오로지 핸드폰만으로 소식을 주고 받는 이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모두 다 백신이 개발되고 바이러스가 퇴출 돼 전 처럼 거리를 마음껏 걸어다니고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악수를 할수 있는 상황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런 간절한 마음 덕분인지 한 여성연구원이 치료법을 발견해 백신을 만들게 됐고, 백신을 맞을 사람을 추첨하는 방송까지 하게 되며 사태는 조금씩 진정되어 간다. 

하지만 인류는 언제 또 다시 이런 사건을 만나게 될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그 시기는 생각보다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또 다른 토마스 가족, 치버와 에린 박사, 오란테스를 납치한 이들, 우왕좌왕하는 정부와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떠벌리는 앨런 같은 자들이 나올 것이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죽고, 또 누군가는 돈을 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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