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말 혹은 침묵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민음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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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 읽기 중.
이 소설 “그들의 말 혹은 침묵”은 아니 에르노 소설 중 초기 작품에 든다. 1977년 작. ‘사회적- 자전적 이야기’답게 아니 자신의 이야기인 듯 (아마도 일부는) 읽혀진다.

중학교 졸업시험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지역 신문에 날 정도로) 안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여름방학, 성인으로의 통과의례를 치른다. 사춘기 소녀 (소년도 물론) 가 가지고 있는 미지의 영역, 성에 대한. 여름방학이지만 부유한 친구들과는 달리 갈 곳이 없는 안은, 지역 방학캠프의 지도 강사로 온 대학생 마티외를 사귀게 되고 고대하던 성 경험을 하게 되는데..

표면적인 스토리는 이러하지만, 안의 여러 의미의 성장 과정이 적나라하게 표현된 작품이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때 읽기가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문장이 두서없고, 툭툭 던져진 단어들. 비속어들. 이게 뭐야 했고 (이전에 읽은 책들과 다르다) 계속 읽어야하나 했는데..그래서 거의 대부분 옮긴이의 말은 책을 다 읽고 나서 마지막으로 들쳐보는데, 이 책은 읽다가 먼저 읽어봤다. ‘이 번역 왜 이래?’라는 평이 나와야 비로서 성공한 번역이 되는(p202) 것이라는 옮긴이의 말에 용기를 가지고 다시 마저 읽었다. 독특하다. 다른 작품과 다르게 말이 많다..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읽다보면, 늘, 프랑스 사회 곳곳에서 작동하는 구조적 차별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을까..) 교육받지 못한 부모의 언어 (일상 대화 뿐 아니라 읽는 신문, 책에서도 차이가 난다)와 학교 교육, 독서를 통해 성장하는 자신 (이방인을 읽고, 그런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하는)과의 거리를 발견하고, 그 거리는 성장하면서 점점 더 벌어진다. 그 거리에 괴로워하던 작가는, 당시는 침묵함으로써 자신의 뜻을 표시했지만, 점차 자신의 언어로 부모 세대, 자신이 자라온 계급을 표현하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그래서 이 소설의 제목이 너무나 절묘하다. 이러한 사회 고발적(?) 의식은 밀어놓더라도, 한 소녀의 성장 과정을 내밀하게 표현한 작품이고, 재미있는 구석도 많다 (읽다보면 쿡쿡 웃게 된다- 발칙한 발상에).




삶을 변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삶을 변화시켜야 해요. 그런데 저 여자는 거기서 뭐하고 있는거야?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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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1
아니 에르노 지음, 김선희 옮김 / 열림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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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 읽기 중.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는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를 방문하면서 기록한 일기. (소설로 분류된다니!!)

젊었을때 더할 수없이 활동적이고 부지런했던 어머니의 쇠락을 지켜보는 작가의 죄책감, 안타까움이 담겨있다.
책 제목은, 어머니가 이모에게 쓰다 만 편지에 씌여진 글귀라고. (어머니가 글로 쓴 마지막 문장이다.)
엄마의 감성도 대단했네.
작가는 어머니의 치매가 심해지자 1984년 요양원에 맡기고, 1주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방문 횟수가 거듭될 수록 어머니의 치매는 점점 심해지고….2년여 후 어머니의 사망까지 삶의 모든 것이 글쓰기의 재료가 되는 작가답게, 일기처럼 기록을 남긴다.

어머니는 너무도 쇠약해졌고 그럴수록 동물적인 본능이 강하게 드러난다. p120
살아 있다는 건 어루만지는 손길을 받는다는 것, 즉 접촉을 한다는 것이다. p121
어머니의 수많은 사연들, 즉 어머니의 과거 속에 내가 존재해 있었고, 그 때문에 더욱 이 글쓰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나는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삶을 위한 작업인지 죽음을 위한 작업인지 분별할 수가 없다. p139
나는 어머니와 화해하려고 이 모든 시간을 보냈지만 충분히 화해하지 못했다. 어제가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날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p146
오늘의 태양은 어머니를 위해 비추지 않았다. 어머니는 생명력, 오직 그뿐이렀고 강렬함 자체였다.p147
나는 어머니가 다시 어린 여자아이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성장하지는 않았다. 난 처음으로 ‘시간이 넘쳐 흐른다’라는 엘뤼아르의 시구절을 이해하게 되었다. p152

번역자마다 글의 뉘앙스가 다르다. 이 책은 건조한 편. 어쩌면 작가 자신이 스스로 노력하여 거리를 두며 글을 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은 치매라고 한다. 어찌보면 환자는 오히려 행복한 편, 본인의 상태를 모르니까. 돌봐야하는 보호자가 더 힘든 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치매 환자의 70%가 여성이라고 한다. 왜일까? 일생에 걸쳐 많은 것을 참으며 인내했던 결과가 아닌지? (우리나라에만 있는 화병도 여성에게 주로 발병한다.)
이런 류의 글을 접할 때마다 다짐하곤 한다. 나 또한 안 걸릴 거라고 확신할 수 없으니. 어느정도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 내가 갈 요양원을 선택하고, 돈을 모아놓을 것. 남편, 자식들에게 단호하게 인지시킬 것. 절대로!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어쩌면 스위스 행을 선택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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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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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내가 쓴 글이 출간될 때쯤이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글을 쓰고 싶어했다. (p9) 라고 시작하는 소설?

와….첫 페이지부터 너무나 강력하다.

동거를 원하는 연인을 18년간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찾은 자유가 중요해서 동거를 거절했는데, 연인에게 새로운 연인, 동거녀가 생긴다. 그렇다고 나와의 관계가 끊긴 건 아니고. 그 이후, 나는 연인의 새로운 연인에 대한 집착이 생긴다. 그녀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싶다.
나의 24시간이 미지의 그녀에 의해 좌우되고, 질투에 의해 바닥까지 끌어내려진 나는 낱낱이 나의 감정을 해부하고 그와의 관계를 끊음으로 그 집착에서 벗어난다.

작가의 내밀한 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글쓰기.

참 재미있게 읽었다. 독자의 못말리는 관음증을 충족시키고, 가끔 나에게도 저런 면이 있지 않았을까 하며 돌아보게 하고.
아니 에르노가 어디까지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나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작가의 다른 책들처럼, 소설 속 주인공은 작가와 달리 볼 수가 없으니.

아니 에르노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누구나 가지고 있으나 차마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는 속내를 글쓰기로 승화시켜 문학적으로 보여주는 능력에 있다고 본다. '질투라는 뜨거운 감정과 그것을 관찰하고 해부하고 분석하는 작가의 차가운 이성이 빚어내는 묘한 대조(p76 옮긴이의 말)'를 읽어내는 묘미가 크다.

글쓰기는 더이상 내 현실이 아닌 것, 즉 길거리에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를 엄습하던 감각을 간직하는 방식, 그러나 이제는 '사로잡힘'이자, 제한되고 종결된 시간으로 변해버린 그것을 간직하는 방식이었다.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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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김계영 외 옮김 / 레모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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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대출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아니 에르노 파는 중.
아니 에르노의 자서전적인 소설을 계속 읽고 있다. “얼어붙은 여자”는 아버지, 어머니에 이어 자신의 이야기가 그대로 투영된 소설이다. 소설?? 태어나서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성장과 고통을 그린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소설에서 명시적으로 이혼했다고 표현되어 있지는 않지만, 아니 에르노가 두 아이를 낳은 후, 이혼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가게 운영에 적극적인 어머니, 조용하며 가정적이던 아버지의 늦둥이 외동딸로 태어난 나는 (그냥 나, 아마도 아니 에르노) 자라면서 성차별을 전혀 받지 않는다. 부모님은 열심히 공부해서, 딸이 계층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를 원한다. 주변의 가족, 친지처럼 노동자로 살지 않고, 머리를 쓰는 직업- 지성인, 갖기를 원한다. 딸은 성적이 좋았고, 대학에 가기까지 무난하게 진학을 하나, 나이들어가면서.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의 벽에 부딪힌다. 가정형편과 여성이라는 기본 조건에서 나는, 무난하게 교직을 원한다. 그런데, 부르조아 출신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 독박 육아로 나의 선생님이 되고자하는 길은 어려움에 처한다. 시어머니도 대학에서 남편을 만나 자신의 꿈을 접었다. 어릴 때 단 한번도 주부의 길, 반짝거리는 집안을 유지하기위해 해야했던 노동을 몰랐던 나는 갑자기 가야하는 ‘여자의 길’이 난처하다. 이에 반해 남편은 아이가 있어도 생활의 변화가 없다. 어려움 끝에 교사 임용시험에 통과하고 선생님이 되지만, 여전하다. 내가 버는 페이의 대부분은 나를 대신해서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에게 간다….나는 ‘얼어붙은 여자’가 되어 집안 한 구석에 서 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남편은 더이상 방관자가 되지 못한다.

흔히 그동안 보아왔던 여자의 삶이 펼쳐진다. 주변이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 내 친구들을 비롯해 많은 여성들이 직업을 갖고 소수는 그 직종의 최고 단계까지 올라갔지만, 그간의 삶은 그야말로 험로였다. 건강을 잃을 뻔 했고, 가족이 해체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나는 그들만큼 부지런하지 못해서 그냥 가정에 안주했고 이 나이 되다 보니 타이틀이 있고 없고 차이가 나지 똑같이 늙었..
프랑스에서조차, 사회적으로 활동하는 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똑같이 힘들구나 싶어 마음이 아팠다. 다시 태어난다면..진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아니, 어떤 성으로 태어나도 결혼 같은 거 안하고 내 몸 내가 건사하면서 하고 싶은거 하고 살고 싶다. 이래서 내 또래 엄마들이, 딸에게 기성세대와는 다른 삶을 살았으면 하고 은근 기대 (방관으로 보이는) 를 하는 지도.
아니 에르노의 삶에 나를 투영하며 읽었다. 매 순간 공감하며. 그런데, 왜? 둘째를 낳았을까? 이미 결혼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는데. 복수라는 표현이 있던데..가장 이해가 안가는 부분.

—내가 알아차리지도 못한 체, 나의 수련 기간은 끝났다. 그 후로는 익숙해진다 집 안에서는, 커피 그라인더, 냄비 같은 것들이 내는 수많은 자잘한 소리, 집 밖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 선생님, 카샤렐이나 로디에 브랜드 옷을 입은 중견 간부의 아내, 얼어붙은 여자.(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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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리커버 에디션) - 최상의 리듬을 찾는 내 안의 새로운 변화 그림의 힘 시리즈 1
김선현 지음 / 8.0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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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가 거꾸로 된 듯 한데, 그림의힘2를 먼저 읽고, 먼저 나온 그림의 힘에서는 어떤 그림이 실렸나, 어떤 해석이 연결되나 궁금해서 도서관에서 대출해보았다. 역시, 멋진 그림이 가져다주는 치료의 힘이 느껴진다. 내가 그림에서 받은 느낌과 다른 해석도 있고, 그래서 오히려 신선했고, 일반적으로 (내 생각에) 통용되는 해석이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에 따라서는 다르게 여겨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 그림이 행복한 핑크 색상의 역할을 예시하는 그림으로 나왔다. 이런 접근은 처음 접했다. 돈 문제로 골치를 앓는 사람도 이 그림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없이 가벼운 삼각관계가 화폭에 담겨있고, 당사자만(남편)모르는 흔한 불륜이 던져주는 코믹함이 보는 관객에게는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띄게 하긴 한다..ㅎㅎㅎ

에드바르크 뭉크의 그림은 대부분 어둡고 슬프다. 뭉크의 ‘태양’은 같은 화가의 그림이 맞나 싶을 만큼 편안하고 화사한데, 이 그림을 저자는 미워하는 사람이 있을 때 찾아보라고 권한다. 나는 그 그림을 보고, 노르웨이의 파스텔톤의 자연 묘사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뭉크라고 항상 우울하고 힘들지만은 않았구나 그게 인생이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뭉크는 가족들을 일찍 잃는 외롭고 힘든 삶에도 장수했다.

피터르 브뤼헐의 ‘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걷어내고 싶을 때 좋은 그림이라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마음을 일깨워준다고 한다. 바다에 빠진 이카루스의 다리가 허우적대는 반면, 일상성이 돋보이는 풍경, 평범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그렇게 해석될 수 있겠다.

이 책은 한번에 쭉 읽어버리기엔 아쉽다. 가끔씩 꺼내서 들여다보면 좋을텐데..하지만, 짧게나마 멋진 그림들을 볼 시간을 가져서 행복했다. 꼭 딱 맞는 치료법이 아니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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