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 - 1840~1975
비에른 베르예 지음, 홍한결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9월
평점 :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수집한 오래된 우표를 추적하여, 그 우표가 발행된 시기와 그 나라의 역사를 알아보는. 이 책은 특히, 이미 사라진 나라들에서 발행된 우표 이야기를 담고 있다.
_
이 책은 “세상속의 자기 위치를 안다는 것, 그것은 제게 늘 삶의 의미와도 같았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저자 비에른 베르예는 여름 휴가 때마다 일주일씩 시간을 내어서 유럽의 해안을 따라 도보 여행을 한다. 걸으면서 느리게 마음속의 지도를 그리면서 지도를 정복해 나가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세계 일주를 하기 힘들다 싶어서 두 가지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하나는 해안에 밀려오는 각종 잡동사니 기념물을 모으는 것 (집이 해변에 위치한 모양). 하나는 우표 수집.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국가와 정권에서 발행된 우표를 하나씩 모으는 것이다.이 세가지 방법으로 저자는 지구와 삶을 정복(?)하고 있다.
_
이 책은 세 번째 시도인 우표 수집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제목에서 알게 되다시피 ,이미 사라진 나라들에서 발행한 우표들을 모았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분쟁지역에 잠시 있었던 나라들, 또 식민지배하에 있던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라 이름도 대부분 생소하다. 작가는 1840년부터 1975년까지의 우표를 중심으로 그 나라들이 나오게 된 배경, 그리고 우표 도안에서 나타나는 각종 이미지, 이미지가 담고 있는 뉘앙스 등을 해석하고 있다. 더불어 그 나라와 관련된 책, 음악, 영화 등과 음식 레시피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읽다보면 머리속으로 머나먼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나라로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_
이 나라들은 이미 사라진 나라들이라 일본 지배하의 식민지의 고통을 겪었던 우리는 마음 아프다는 공감을 하게 된다. 대부분 식민 지배하였던 인도 등 동남아시아, 남태평양 섬나라들, 아프리카. 그리고 크림반도, 폴란드 접경 지역 등 동유럽에 위치했던 나라들이다. 철광, 다이아몬드, 석유 등 지하자원이나 육두구와 정향 같은 향신료 때문에 영국, 프랑스 같은 제국주의 나라와, 독일, 일본, 러시아 등 후발 제국주의에 치여서 힘들어하던 역사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작은 자치국이든 식민지령이든 뭔가 체계가 잡히면 우표를 발행했다는 것을 이번에야 눈여겨보게 되었다.
_
우표 도안에 들어간 이미지들이 그 시대, 그 나라를 대표하는 것이라 흥미로웠다. 식민지령의 경우는 대부분 본국의 우표와 비슷하게, 그러면서도 그 지역을 대표하는 자연을 결합하기도 하고, 은근한 저항의 심볼을 넣기도 한다. 각종 군사 정복과 국가적 영웅을 기념하는 이미지가 많고. 뜬금없이, 필요하지도 않은데, 세계 수집가들을 위해 돈벌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우표도 있었다. 그 중에서 일본의 만행으로 인한 피해 지역, 만주국, 류큐 제도의 이야기는 현 시점에서 더욱 가슴 아프다.
_
이 책은 어떤 면에서는 백과사전적이라 독서에서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는 나로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류인데도 참 재미있게 읽었다. 비극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머리말에서 언급한 “잠자리에서 읽는 동화 모음집 정도로 봐 주기”는 정말 겸손한 표현인 듯. 또한 저자가 우표풀을 맛본다는 것에 한참 웃었다. _
책 속으로..
1. 읽다가 재미있는 표현을 발견했다. 아마도 옮긴이가 한국에서 이해하기 쉽게 바꾼 듯. “사우스셰틀랜드 제도는....땅 면적을 모두 합치면 제주도의 두 배 정도다(P354)”
p398> 이 전쟁은 이 지역에 대한 옛 식민 열강들의 끝없는 관심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그들과 엮여서 득이 되었건, 실이 되었건 아프리카인들이 그들의 속성에 관해 또 한 번의 교훈을 얻었길 바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_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