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입국 심사 문학과지성 시인선 456
김경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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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시키는 일이다

 

 

낯선 읍내를 찾아간다 청춘이 시키는 일이다

포플러나무가 떠밀고 

시외버스가 시키는 일이다

    

읍내 우체국 옆 철물점의 싸리비와

고무호스를 사고 싶다

청춘의 그 방과 마당을 다시 청소하고 싶다

 

청춘의 마당을 다시 청소한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더 사랑하고 더 듣고, 더 들을 걸.

사랑하지 않고 지나온 시간들이 아프다.

 

열쇠

 

자주 엉뚱한 곳에 꽂혀 있다

 

달력도 친구도 가구도

수평선도 라일락나무도 심장도

뱃고동 소리도 발소리도 저주도

언제나 제 집에 딱 꽂히지 않는다

 

바늘이 무던함을 배워 열쇠가 되었다는데

 

미간을 사용하지 말자

구름을 사용하자

나뭇잎을 사용하자

귓바퀴를 사용하자

 

 

구름을, 나뭇잎을, 귓바퀴를 사용하는 일이 우리 삶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듯.

그럼 나는 그 열쇠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연구해야 하는 듯

바늘과 미간이 열쇠가 되었을 때 상처를 준 이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 듯

나는 엉뚱한 곳에 꽂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은 어찌 할까.

그 의심을 풀 엻쇠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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