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외롭고 높고 쓸쓸한 우리학교 작가탐구클럽
소래섭 지음 / 우리학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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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 초롱> 서시

 

하늘은

울파주가에 우는 병아리를 사랑한다

우물돌 아래 우는 도루래를 사랑한다

그리고 또

버드나무 밑 당나귀 소리를 임내내는 시인詩人을 사랑한다

 

하늘은

풀 그늘 밑에 삿갓 쓰고 사는 버섯을 사랑한다

모래 속에 문 잠그고 사는 조개를 사랑한다.

그리고 또
두툼한 초가 지붕 밑에 호박 꽃 호롱 혀고 사는 시인을 사랑한다.

 

하늘은

공중에 떠도는 흰 구름을 사랑한다

골짜구니로 숨어 흐르는 개울물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아늑하고 고요한 시골 거리에서 쟁글쟁글 햇볕만 바라는 시인을 사랑한다

 

하늘은

이러한 시인이 우리들 속에 있는 것을 더욱 사랑하는데

이러한 시인이 누구인 것을 세상은 몰라도 좋으나

그러나

그 이름이 강소천인 것을 송아지와 꿀벌은 알을 것이다

 

 

울파주: 울바자(갈대 수수깡 따위로 엮어서 울타리에 쓰는 바자)의 방언

도루래 : 땅강아지의 방언

임내 나는 : 흉내내는

 

강소쳔은 백석 시인이 함흥에서 교사로 근무할 때 제자였다고 한다. 제자의 첫 시집에 아름다운 서시를 써 준 스승의 눈이 아름답다. 세상은 몰라도 하늘과 송아지와 꿀벌은 사랑할 것이라는 말.

하늘은 백석 시인도 사랑할 것이다. 하늘이 사랑한 시인이었건만 그는 북한에서 오래도록 시를 쓰지 못하고 살지 않았을까? 시를 쓰지 않아도 시인이었을 그의 삶은 어떤 향기로 남았을지 궁금하다. 아직도 그의 시를 아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의 시가 가진 어떤 넋이 있어  우리의 넋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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