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씌어진 시작시인선 131
최승자 지음 / 천년의시작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물 위에 씌어진 3 

 

꿈인지 생시인지 

사람들이 정치를 하며 살고 있다 

경제를 하며 살고 있다 

사회를 하며 살고 있다 

 

꿈인지 생시인지 

나도 베란다에서 

화분에 물을 주고 있다 

 

(내 이름은 짧은 흐느낌에 지나지 않았다 

오 명목이여 명목이여 

물 위에 씌어진 흐린 꿈이여 ) 

 

(죽음은 작은 터널 같은 것 

가는 길은 나중에야 환해진다) 

 

우리 생이 짧은 흐느낌에 지나지 않는데 우리는 무슨 명목을 붙여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도 하지 못하고 사는구나. 시인이 그렇게 말하는구나. 죽음의 작은 터널을 지나야 환해지는 세상을. 

시인에게 아프지 말라고 말하지 못하겠다. 온전히 아프고 나아가기를, 아프고 나아가며 만난 시들을 우리에게 들려주기를 바라는 내 마음이 미욱한 욕심이라고 느낀다.   

 

눈 내리는 날  

  

네가 부처라는 소리도 들었고 

you are Christ라는 글도 읽었고 

누구 누구가 부처이고  

누구 누구가 그리스도이건 간에  

오늘은 소록소록 쌓여가는 눈이 즐겁다 

소보록 소보록 쌓여가는 눈이 고맙다 

단순한 이 한 풍경이 이렇게 즐거울까 

즐거우니 너네들이 부처다 

즐거우니 너네들이 그리스도다 

 

(하늘 나라 물결 소리  

이가 시리다)

 이렇게 편안한 마음을 느끼는 시인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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