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거름 이삭줍기
김종길 지음 / 현대문학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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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김종길
 

경이로울 것이라곤 없는 시대에
나는 요즈음 아침마다
경이와 마주치고 있다.

이른 아침 뜰에 나서면
창밖 화단의 장미 포기엔
하루가 다르게 꽃망울이 영글고,

산책길 길가 소나무엔
새순이 손에 잡힐 듯
쑥쑥 자라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항다반으로 보는
이런 것들에 왜 나의 눈길은 새삼 쏠리는가.
세상에 신기할 것이라곤 별로 없는 나이인데도. 

 

여기는 지금 초여름. / 그 흔해빠진 아카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 찔레며 조팝나무며 이팝나무, / 그리고 이웃집 담장 안의 불두화까지, // 모두들 녹음을 배경하여 / 흰 꽃을 소담하게 피웠다가 / 더러는 벌써 지기 시작하네. // 흰 꽃은 늙은이들, / 또는 죽은 이들에 어울리는 꽃. / 올해는 나 혼자 이곳에 남아 // 그 꽃을 / 보네."('흰 꽃')
 

 

"어느덧 팔순이라는데 마음은 / 아직도 바닷가에서 노는 / 어린아이 같다. // 해가 저무는 줄도 모르고 / 조개껍질이나 줍고 / 게 새끼랑 어울리다 보면, // 갑자기 거센 파도가 덮쳐와 / 이 한 몸 나뭇잎인 양 / 쓸어갈 날 있으련만, //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고 / 놀이에만 몰두하는 / 어린아이."('팔순이 되는 해에' 중)
 

팔순이 넘은 시인이 아직도 자신을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라고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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