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343
이윤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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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열 번 백 번 천번으로 통하는 지름길이라고
말씀하신 고등학교 때 선생님 생각이 난다.

현재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과거와 미래와 타협하지 마라.
나와 세상과 타협하지 마라.

네 코스를 뛰면 된다.

오직 현재만이 있을 뿐이다.

불광동 언덕배기에서
2008년 2월 - 이윤학

 한번은 열번 백번 천번으로 통한다는 말이 가슴을 친다. 한번이 중요하다, 그래 어떤 한번이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삶이다다. 

복숭아꽃 핀 언덕


나는 내가 아니었음 싶다.

나는 내가 없는 곳으로 가서

나랑 만나 살고 싶다.

 

복숭아꽃 핀 언덕을 넘어가고 싶다.

복숭아꽃 피는 언덕으로 가고 싶다.

 

 그래 나도 넘어가고 싶다. 한번 넘어간다면 열번도 할 수 있고 백번도 할 수 있는 것이 삶이지 않느냐고 시인은 말한다,


개 같은 삶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하여

 

쇠줄을 끌고나온 개가 곁눈질로 걸어간다.


얼마나 단내 나게 뛰어왔는지


힘이 빠지고 풀이 죽은 개


더러운 꼬랑지로 똥짜바리를 가린 개


벌건 눈으로 도로 쪽을 곁눈질로 걸어간다.


도로 쪽에는 골목길이 나오지 않는다.


쇠줄은 사려지지 않는다.


무심코 지나치는 차가 일으키는


바람에 밀려가듯 개가 걸어간다.


늘어진 젖무덤 불어터진 젖꼭지


쇠줄을 끌고 걸어가는 어미 개


도로 쪽에 붙어 머리를 숙이고


입을 다물고 곁눈질을 멈추지 않는다.


하염없이 꽃가루가 날린다.


개를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하염없다,

우리삶의 남루함을 이렇게 냉정하게 보여주는가.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오른손 검지 손톱 밑 살점이 조금 뜯겼다.

손톱깎이가 살점을 물어뜯은 자리
분홍 피가 스며들었다.

처음엔 찔끔하고
조금 있으니 뜨끔거렸다.

한참 동안,
욱신거렸다.

누군가 뒤늦게 떠난 모양이었다.

벌써
떠난 줄 알았던 누군가
뜯긴 살점을 통해 빠져나간 모양이었다.

아주 작은 위성 안테나가 생긴 모양이었다.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었다.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는 그것을 지니고 있는 삶의 풍경은 쓸쓸하나 스러지지 않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찾는 나의 눈은 또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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