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페에서 만난 장자
왕방웅 지음, 권용중 옮김 / 성안당 / 2017년 5월
평점 :
올해로 한 직장에서 장기근속한지 20년째가 된다. 이른 아침 7시 회사 앞 카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 들고 사무실로 가 문을 열 때 휑한 사무실(거의 내가 처음으로 출근한다)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며 왜 사는지, 지금 살고 있는게 맞는 건지,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살아가는 건지... 쉽사리 답변을 찾기 어려운 질문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쳐간다. 눈코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어느새 왜 내겐 안식처가 없을까하는 궁금증도 솟아난다.
세상은 인간의 존엄성을 중요하다고 언급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느 하나 존엄성은커녕 인격체로서의 인정마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구조조정의 압박으로 늘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팍팍해진 삶은 그대로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고 삼포, 오포세대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암울하기만 하다.
우리를 다독여 줄, 우리에게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며 남은 생이라도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혜안을 갖게 해 준다면 그야말로 안식처를 얻은 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카페에서 만난 장자>는 지친 현대인에게 위로가 되고 휴식이 될 수 있는 장자의 사상을 설명해주는 책이다. 특히 장자의 가르침 중 핵심인 '내편(內篇)'의 7편, 문학예술 작품의 최고봉으로 칭송받는 '외편(外篇)'의 '추수(秋水)편', '잡편(雜篇)'의 '천하(天下)편'에 대한 해석을 기본으로 하되, 동시대의 가장 큰 사상중 하나인 유교의 공자와 맹자의 사상 및 순자와 한비자의 법가 이론을 덧붙였으며, 역대 학자들의 해석과 이론을 참고하였다고 한다.
‘하지 않음으로서 하지 않음이 없다’는 무위지치(無爲之治)라는 다소 난해한 사상으로 인해 해석에 있어 학자간 이견도 있지만 노장사상은 소위 ‘버림’으로서 욕망을 통제하고 ‘내려 놓음’으로서 온전함을 이룰 수 있다는 지혜를 알려준다. 필자는 유가(유교)의 뒤에 도가(노장사상)가 있어야 하고 도가의 앞에는 분명 유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강건하고 남성적인 유가는 천리와 양심, 이상과 정의를 말하는 유가는 지나친 부담과 과도한 스트레스라는 부작용도 있는데 이러한 ‘그림자’를 도가의 사상으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유가와 도가는 병행해야하며 특히 도가의 지혜를 받아들여야 인생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난해하지만 여러 번 정독하면 어느 순간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오고 공자가 말한 ‘무언가를 이루고 난 후 얻은 삶의 아름다움에 대한 느낌’을 얻게 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그럴 때 비로소 상실감과 좌절을 내려놓고 떨쳐 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장자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 깨달음을 한걸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우면서 왜 고전을 읽어야 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공감하게 한다. 인간에 대한 통찰과 문제 해결방식, 세상의 문제에 대한 접근과 해소는 바로 가장 높은 차원의 ‘인문적 마음’에 있는 것이고 저자가 언급했듯이 유가와 도가가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고양된 인문학적 풍토 속에서 가능할 것임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