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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살해하기 - 당연한 말들 뒤에 숨은 보수주의자의 은밀한 공격
웬디 브라운 지음, 배충효.방진이 옮김 / 내인생의책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결론부터 말하자면 <민주주의 살해하기>는 올 해 지금까지 읽은 책 중 가장 의미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인 판단근거로 깨달은 가장 기본적인 선입견, 즉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스스로가 주체인 세상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고 현실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선입견에 지나지 않음을 우리는 숱하게 목도해 왔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민주주의 정치사회제도가 씨줄과 날줄이 되어 상호 단단하게 결속함으로서 만들어 갈수 있는 사회는 늘 위협받아 왔으며 오히려 유토피아에 더 가까움을 현실은 극명하게 보여줬으며 이는 압축 고도성장으로 대표되는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이를 확인하는 하나의 전형이 되었음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끊임없는 위협과 불편한 책동은 단순히 반대되는 개념인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세력의 그것에 기인한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1990년대 초 소련으로 대표되는 공산주의 체제가 몰락하면서 예견됐던 민주주의 체제의 확산과 인권, 평화, 평등의 사회는 오히려 더 위협받기 시작했다. 무엇에 기인한 것일까?
<민주주의 살해하기>는 그 원인으로 신자유주의를 지목한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모든 평가와 잣대를 효율, 수익률, 성장률, 국가신용도, 분배 및 배분, 흑자/적자 등의 경제적 가치가 지배하게 되면서 인간의 존엄성은 경제적 가치에 따라 우열이 구분되는 도구화, 수단화되었다고 일갈한다.
영업실적이나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비교열위의 있는 사람들은 전혀 대우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는 세상, 그래서 빈부간 격차가 심화되고 이를 너무나도 당연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되어 있는 신자유주의는 민주주의의 숨겨져있던 적이자 살인마임을 저자는 다양한 근거자료와 전문가들과의 열띤 토론을 통한 성과물의 연구 등으로 보편타당한 사유를 거론한다.
이 책은 결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망령은 우리 안에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탈을 뒤집어 쓴 채 도사리고 있음을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그들은 수구세력일수도 있으며 엘리트 기득권층으로서 모든 국민의 인권과 평등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회가 계층화되고 지배 피지배의 구조가 도드라져야 더욱 그 지위를 향유할 수 있음을 갈구하는 이들이다. 결국 모두의 평등과 자유, 연대는 그들에게는 공유해서는 안 될, 적어도 자신의 파이가 줄어들게 되는 위협임을 깨닫고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선동하며 자신의 지위나 전문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분쇄해야 할 대상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신자유주의는 개인의 능력이 제대로 보상받고 최적의 효율을 거둘 수 있는 경제체제라는 허상이 숨기에 알맞은 은신처가 되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논리에 경도되지 말자. 민주주의가 사라지는 순간 신자유주의는 괴물이 되어 우리의 일상을 더욱 궁핍하게 만들어 갈 것이다. 지난해 연말과 올 초에 대한민국 사회가 보여줬던 모습은 에티엔 발리바르가 주장한 논거를 대변한다. ‘민주주의의 특징인 자유와 평등은 소외된 자들의 혁명으로 강제된 것이며 다만 언제나 시민들에 의해 끝없는 재구성의 과정을 거친다’라는 그의 주장은 소수 기득권의 후안무치한 민주주의 가치 훼손의 행위(최순실 사태)에 대해 외면당한 대다수 국민들의 혁명(촛불시위)로 강제된 자유와 평등은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하며 그 배후에는 신자유주의라는 ‘사우론’이 도사리고 있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