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유작 1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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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위대하지 않다>에서 종교가 가진 배타적 폐쇄성과 폭력성, 호전적 선교활동으로 인한 타 종교와의 마찰을 비판하면서 신 자체를 문제의 핵심으로 간파했던 크리스토퍼 히친스, 그가 지난 2011년 암으로 사망전 미국 역사와 국제정세등과 관련한 비평을 정리하여 <논쟁>이라는 책으로 국내에 발간하였다. 현재 2권도 번역중인 이 책은 노엄 촘스키 못지 않게 세계의 지성으로서 그 역량과 평판을 인정받아 온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작정하고 역사적 인물과 국제사회의 여러 사건들 등 정치, 역사, 사회,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는 사항에 대해 전복하고 되짚어 보면서 과감한 논쟁을 제의한다.

 

이러한 그의 논쟁의 제기는 좌파에서 우파로 전향했던 넓은 이념적 스펙트럼의 영향 하에 좀더 입체적인 시각에서 분석하고 곱씹어 보는 과정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변절의 개념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좌우 양 이념적 토양에 대해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실들이나 사고에 대한 재검토와 사유의 장으로 이끌어 내는 그의 논쟁은 시한부 인생에 있는 자신이 후세에 남길 수 있는 고귀한 유산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1순전히 미국적인에서 소개되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제퍼슨, 벤저민 플랭클린의 드러나지 않거나 알려지지 않았던 모습들과 노예해방의 영웅 링컨, 미국의 정신적 지주인 작가 마크트웨인의 일화 등을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미국의 역사를 바라보고 접근할 것을 설명한다.

미국사에 대한 조예가 깊지 못하면 다소 답답할 수 있는 내용들이나 역자의 매끄럽고 명료한 번역과 저자 특유의 다양한 비유를 통한 표현력이 이를 상쇄함에 충분하다.

 

특히 비운에 간 미국의 정신이자 지금도 추앙받고 있는 F케네디 대통령에 대한 저자의 불편한 시각과 케네디 지지자들에 대한 강한 비난은 상당한 무게감을 갖게 한다. 가문의 정치적 얼굴마담으로 키워지기 위해 만들어진 경력(2차 세계대전 참전기록 등)과 대통령직 수행과정에서 흐루시쵸프와의 협상에서 밀린 원인으로 부각된 건강상 문제점이 결국 케네디로 하여금 베트남전에 매달리게 함으로서 미국의 운명을 요동치게 했다는 주장은 반박보다는 토론을 통해 그 결론을 찾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케네디 추종자들이 만들어 낸 감상적 의지=이미지로서의 케네디는 히친스에게는 말도 안되는 신격화였나 보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실격당한 선수나 마찬가지였다고 판단하던 케네디가, 약물에 의지하고 마피아 보스의 애인과 염문을 뿌리는 것이 저자에게 온당케 보이기나 했을리는 만무하다.

 

수많은 논쟁을 낳았던 소설 롤리타에 대한 서평은 다소 딱딱했던 미국사 인물에 대한 논쟁의 장을 견뎌온 독자들에게 전혀 다른 장르를 접하는 것처럼 경직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그의 비평... 세습체제에 복무하기 위해 철저하게 쇄뇌된 북한 주민들의 강박관념은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변화를 꿈꾸지 못하는 민족주의적 함정에 빠져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600여 페이지의 분량에 기가 질리는가? 1부를 뒤에 배정하고 2부부터 시작해 보면 어느새 1부까지 순식간에 독파하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훌륭한 저널리스트이자 진보성향의 지식인이었던 히친스의 논쟁은 2권에서 마무리 되겠지만 믿어 의심치 않는 사실을 의심하고 꾸준히 문제제기 해 왔던 그의 업적은 중요한 유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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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5-14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