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343
이윤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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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발 디딘 어느 장소.
-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 5.10 택배 도착.
- ~0515 독서 완료.

시집을 읽는 타이밍, 특정한&특별한 장소를 줄곧 떠올렸다.(지극히 개인적인)
자그마한 구역의 골목 귀퉁이. '점'으로 표현한 무엇, 서서히 이동한다. 블록마다 사람이 있고, 건물이 있고, 가로수 나무가 있다. 어른어른 영상은 그림자처럼 재빨리 따라붙는다. 캡슐 하나 꿈의 풍경을 훅 빨아들인다. 들이마시는 공기의 미묘한 향기 혹은 기운을 포함한 오로라를 감지한다. 멀뚱멀뚱 바라보다, 하늘의 잠자리에게 슬그머니 '손'을 내민다. 손에서 생겨난 미미한 흐름은 점차 소용돌이로 변화한다. 얼핏 다른 각도에서 보면 그 형상은 진흙인형과도 같다. 거품이 보글거리고, 언제 무너질지 모를 위태위태함을 머금고 있다. 물에 흠뻑 젖은 상태가 아니라 곱게 발라지지 않은 주변의 가루가 공중에 흩날리며 노닌다. 씹지도 않았는데, 사각거리는 맛이 난다. 사소한 알갱이의 힘으로나마 지탱하고 필사적으로 일어서야 한다. 그 영역의 무한지대에서 어디든 기세를 펼칠 수 있다.
주변의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빨아들이고, 관찰자의 분노를 조금씩 잠재우고, '허기'를 아등바등 채우고, 쏟아내고, 울컥거림을 내리누른다.
재생 의지는 곳곳에 흩어져 있다. 그렇기에,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이라도 묵묵히 파고들어 집중하고, 한 가락의 즐거움이라도 건지려 발버둥치고, 내일에의 한 줄기 기대를 포근하게 품으며 까무룩 잠들곤 하는 게 아닐까. 몽롱하게 고운 막에 싸인 입자를 손바닥에 잔뜩 받아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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