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41 | 142 | 14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바늘구멍으로 걸어간 낙타
구자명 지음 / 우리글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에세이 한 권을 읽었다.

구자명이란 이름은 낯설었지만 구상 시인의 딸이란 것을 알게 되어 조금 가깝게 느껴졌다.

구상시인의 시비가 대구근교인 칠곡에도 있고 그 분이 대구에서도 활동을 하였던 분으로 알고 있어서 그렇게 느낀 것 같다.

 

작가는 이 책 속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세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 종교에 관한 이야기,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 등

돌아가신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 중에서 아버지에게 마지막까지 사랑하느냐고 묻고 싶었다던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차마 그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물었다면 백번이고 천 번이고 사랑한다는 대답을 들을 줄 알았다고 하면서도…….

어릴 적 아버지에게 볼기짝 맞은 것이 계속 응어리졌었다고 말하는 작가.

나도 아버지 생각이 났다. 우리의 아버지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내 아버지도 자식들에게 자상한분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도 서먹했던 사이가 나이가 들고 결혼해서 떨어져 살다보니 더 멀어진 것 같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되는데, 쉽지가 않다.

 

[현모열전] 이라는 대목이 있다.

우리나라의 과열된 교육현실을 아주 날카롭게 풍자해 놓았다.

맹자어미상을 받은 사람은 기부금을 내어 자식이 학교를 빨리 졸업할 수 있게하고,세도가의 집안과의 결혼을 시켰고,

석봉어미상을 받은 사람은 유복자인 아이가 영재로 키우기 위해 삯바느질을 하다가 교육비가 모자라 술청 접대부가 되어 아이의 교육을 시켰다는 이야기이다.

자식이 일류대학만 가면 뭐든지 다하는 요즘부모들은 뜨끔할 것이다.

 

책에도 여러 가지 맛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느끼게 되었다.

자극적인 양념과 조미료로 버무린 것도 있고, 새콤달콤하면서도 찌릿한 것들도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책장을 넘기는 것이 참 더디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자극적인 맛이 없는 책이었으니까…….

이미 나의 뇌와 눈은 자극적인 양념 맛에 빠져있어서 담백한 맛의 책을 맛보기엔 진한 책맛의 인이 베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순수한 맛은 질리지 않고 오래 갈 수 있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한번 본 소설책은 다시 들춰보고 싶은 생각이 없기 마련이다.

작가는 각종매체의 음란한 글을 보면 몸이 욱신거린다고 한다. 그때 고전을 읽으며 울렁거리는 마음 정리 한다고 하는데,

내게는 이 책이 울렁거리는 마음을 진정시켜 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터무니없는 위인전
야마구치 사토시 지음, 홍영의 옮김 / 다밋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위인전일까?

제목에서 말하고 있듯이 위인들의 터무니없고 괴상한 모습들이 등장한다.

항상 완벽할 것만 같은 천재들의 기괴하고 정말 터무니 없는 모습들 때문에 실소를 하게 만드는 책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느낀 것은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공통점이다.

대부분이 제정신이 아니었다.

열정이 지나치다 못해 광적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일에 미친다는 말이있다. 정말 이들은 자기가 추구하는 그 무엇인가에 미쳐있었다.

이런 광기 어린 집착과 몰입으로 인해 인류의 발전을 앞당기는 무언가를 발명하기도 하고, 발견하기도 하고

위대한 음악을 만들기도 하고, 미술작품들을 탄생시킨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에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할만한 사람은 드물어 보였다.

한 사람 살바도르 달리는 좀 부러웠다.

돈을 쓰레기 취급하며 정말 물쓰듯 쓰고 살았다니 부럽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여러 가지 이해 못할 행동들을 많이 한 사람들이었지만 제일 이해가 안 갔던 사람은 루소였다.

루소는 획기적인 교육론을 제창하면서도 자신의 자녀는 모두 고아원에 보냈다는 대목에서는 정말이지 루소를 이해할 수 가 없었다.

그리고 디오게네스의 유명한 일화인  디오게네스가 알렉산더대왕에게 바랬다는 것이 "태양을 가리고 있으니 비켜 서 달라"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 그가 모든 것을 소유한 왕에게 바란 것이 고작 태양빛을 막지 말아 달라는 그 일화는 많이 알려진 것이지만 또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알렉산더 대왕이 돌아오면서 자신이 알렉산더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었을 것이란 그 말이 이해가 갔다.

정말 이런사람을 부러워해야 할것인데 돈을 물쓰듯 쓰는 달리를 부러워 하고 있으니 나 같은 보통 사람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소유하지 않고도 소유한 사람을 부러워 하게 만드는 그런 삶을 본받고 싶기는 하다.

 

위인들의 짧은 이야기 속에 특별히 마음이 아픈 것은 천상병 시인이었다.

우리 나라 독재시대의 아픔을 겪고 시대의 희생양으로 살아야 했던 그의 삶이 안타까웠고, 그의 맑고 순수했던 시를 다시 한번 더 떠올리게 했다.

 

28명 위인들의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읽고 천재들의 삶이 마냥 부럽지만은 않았다.

타고난 천재성 때문에 그들이 보통 사람들 보다 삶이 더 고달프고 힘들었던 부분이 더 많았으리라.

하지만 그 천재성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많은 것을 누리고 있으니 그들에게 감사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께도 보통사람으로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도 해드리고 싶다.

[천대로 산다는 건 너무 피곤한 것 같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41 | 142 | 14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