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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살인을 멈춘 것은 바로 그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마지막 살인을 한지 25,6년이 되었다는 남자가 살인을 그만 둔 이유였다.
더 잘할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니...
살인자의 기억법은 이런 섬뜩함으로 다가왔다.
김영하라는 작가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아직 읽어 본 책이 한 권도 없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본다면 이 작품은 김영하 작가의 작품답지 않은 작품이라고들 한다.
요즘 나오는 소설책 답지 않는 적은 분량에 죄책감이라고는 모르는 살인자가 살인을 끊은(?)후 25년이 흘러 치매에 걸리면서 자신이 마지막으로 죽였던 여자의 딸을 입양해서 키웠는데, 그 동네에서 다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딸이 사귄다고 말하는 그 남자가 범인일거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은 그 남자를 추적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살인자 치매 노인의 짓이었다.
살인을 멈추고 25년간 보통 사람으로 살았으나 점점 기억을 잃고 과거로 돌아가면서 그는 다시 살인자로 돌아갔다.
살인자가 잊어버린 것은 살인을 멈추게 된 이유였던 것 같다.
자신이 마지막에 살인을 한 여자의 남편과 아이를 함께 죽였는데, 살인범은 그 아이를 자신이 키웠다고 믿고 있었으며 그 동네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의 범인이라고 생가되었던 인물은 경찰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딸이라고 생각했던 여자는 치매노인을 돌봐주러온 간병인이었던 것이다.
"문득, 졌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무엇에 진 걸까. 그걸 모르겠다. 졌다는 느낌만 있다."
범인의 죄상이 모두 밝혀지고 재판이 진행 중일때 이런 생각을 한다.
무엇에 졌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성이 제어할 수 없는 그것에 졌을까.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었던 자신에 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결말이 좀 허무한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단숨에 책에 빠져들게 하는 작가의 능력에 빠져 본 작품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