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기루 ㅣ 푸른도서관 50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5월
평점 :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딸의 이야기, 2부는 엄마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엄마는 아들에게 온 관심을 쏟는 열성엄마이다. 공부 잘 하는 오빠와 그런 오빠에게 온 관심을 쏟는 엄마 밑에 있는 딸은 그 모습을 보며 매우 짜증나한다. 그리고 어느 날 엄마가 고등학교 때 같은 동아리 친구였다던 아줌마들과 국외여행을 간다는 사실을 듣는다. 딸 다인은 그런 엄마에게 자신은 집에서 유일하게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다며 같이 가자고 조른다. 그리고 다인은 엄마와 엄마의 고등학생 동아리 친구였던 45살 아줌마 부대에 끼여 고비사막으로 여행을 떠난다.
다인은 비행기에서 아줌마부대 한명 한명에게 마음속으로 별명을 짓는다. 논술로 성공한 아줌마에겐 대박논술, 아들이 카이스트에 가서 아줌마들에게 부러움을 받고 있는 아줌마에겐 카이스트 아줌마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별명을 지어준다.
어느새 비행기에 내린 다인은 고비사막으로 가는 길을 가이드해주는 바뜨르라는 청년을 만난다. 훤칠하게 생긴 바뜨르는 다인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를 닮았다. 그리고 다인은 바뜨르와 자신을 온갖 러브스토리에 대입하며 상상한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들도 바뜨르에게 부끄러움 없이 온갖 질문을 퍼부으며, 자신의 나이를 잊고 교생선생님을 만나 볼을 붉히던 여고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다인은 그런 아줌마와 엄마가 부끄럽기만 하고 짜증이 솟구친다. 그렇게 다인은 점점 엄마에 대한 불만이자 아줌마들에 대한 불만이 쌓인다. 그리고 먼 곳에 와서도 오빠를 챙기는 엄마가 참 마음에 안 드는 다인은 불만이 점점 쌓인다. 그런 다인의 뾰로통한 얼굴을 보는 엄마 숙희도 먼 곳까지 데려와줬더니 계속 인상을 쓰고 있는 딸이 참 마음에 안 든다. 그리고 그 고비사막 안에서 다인을 보며 자신의 10대 시절을 생각한다.
자궁암 진단을 받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엄마 때문에 참 많은 상처를 받았던, 그리고 그로 인해 문학과도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자신의 18살 때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엄마를 미워하면서도 사랑을 갈구하며 늘 그리워했던 자신의 과거를 기억해 낸 엄마 숙희는 ‘늘 뾰로통한 얼굴로 자신의 속을 긁어 놓으면서 저는 다 잘하는 줄만 아는’ 딸 다인이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 역시 사랑과 관심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엄마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삶은 일종의 여행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도로가 맞는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움직이지만 그 길이 틀려 돌고 돌아 옳은 길을 찾을 때도 있고 이게 맞는 길인가 싶지만 맞는 길일 때도 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을 줄만 알았던 그 곳에 많은 것이 있을 때도 있다. 이렇게 여행처럼 인생은 참 모르는 것이다. 막막한 두려움을 이기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길이 물론 직선이 아니라 곡선일수도 있고 한참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가야할 길이 확실하다면 그 길에 내가 생각한 시간보다 훨씬 적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