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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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마음속의 가시가 하나씩 박혀있다, 이미 빼기 어려울 정도로 깊이 박혀있는 가시도 있고, 빼기를 원하면 뺄 수 있는 가시가 있다. 하지만 가시는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는 것, 뺄 수 있을 때 빼야 가시가 살을 파고들지 않고 흉터를 남기지 않는다.
이 글의 주인공인 해일은 어렸을 때부터 맞벌이로 인해 혼자 있던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해일이 내색치는 않지만 어렸을 때 해일을 외롭게 놔둔 것이 해일의 부모님이 가장 후회하는 일 중에 하나이다. 지금은 그리 넉넉하진 않아도 화목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그의 실체는 천재적인 도둑 소년이다. 누구도 의심하지 못하게 예민한 손놀림으로 몇 초 만에 물건을 훔치고 훔친 물건을 해결하는 수법에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하지만 도둑질은 해일의 아픈 가시 중에 하나로 이미 이성보다 앞서나가는 손을 막을 수 없다. 그리고 이 책의 또 다른 가시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 대찬 열여덟 살 소녀 지란은 이혼가정이라는 가시와, 그에 대한 아버지에 대한 미움에 관한 가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새 아빠에 대한 불편함. 아무리 뉴스에서도 이혼율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자식들에게는 충격 중에도 충격, 상처 중에도 상처이다. 그리고 밝아 보이기만 하는 지란도 그 상처가 조금씩 쌓여 깊게 패인 상처가 만들어진지 오래이다. 그리고 이들 주변에는 만년반장 다영과 반에서 한명쯤 있을만한 유머감각이 뛰어난 진오까지.
 
이 네 사람은 병아리 부화로 인해 친한 사이가 된다. 엉겁결에 한 ‘병아리 부화시키려고요’라고 한 말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해일은 실제로 그 일을 실행한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유정란을 시키고 손수 발품을 팔며 병아리 부화에 대해서 알아가고 얻어가고, 마침내 도착한 유정란을 병아리 부화기에 넣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여섯 개의 알 중 살아남은 두 개의 알에 가족들은 아리, 쓰리라는 이름을 붙인다. 일년에 한 번하는 상담시간에 반에서 담임선생, ‘용창느님’에게 아리 쓰리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이런 해일이 마음에 든 선생님은 아이들 앞에서 아리 쓰리 이야기를 하고 애들은 많은 호기심을 가진다. 하지만 결국은 그냥 병아리였단 사실에 실망한다. 그리고 그 아리 쓰리를 보기 위해 바쁜 일이 있던 다영을 제외하고 진오, 지란과 해일네 집에 간다. 지란은 수트 차림이 멋있는 해일의 형이자 감정 설계사라는 꿈을 꾸는 해철에게 빠진다. 따뜻해 보이는 가족들의 모습에 지란은 부러움에 빠져있을 때 자신의 현실을 깨닫게 해주는 술에 취해 문자가 온 친아빠의 문자를 보고 친아빠에 대한 미움이 더욱 깊어진다.
 
해일과 지란 그들은 자신의 가시를 뺄 수 있을까? 그리고 진오와 다영도 숨겨져 있는 자신들의 가시를 뺄 수 있을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깊어지는 우정 그리고 점점 빠져가는 가시들이 조화되어 점점 감동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해진다. 그리고 모든 일은 숨길 수없는 것 같다, 오히려 숨기려 할수록 드러난다. 그리고 그들도 서로에 대해 드러나는 사실을 알면서 서로를 더욱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가 드러나는 사실을 알면서 상대방을 이해하며 믿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가시고백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마음속에 가시를 빼내지 못하는 이유는 더욱 깊게 들어갈까, 더 큰 상처를 받을까 등의 걱정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가시로 인한 상처가 곪아터지지 않도록 박히면 빨리 뺄 수 있게 세상에 고백하고 세상은 그 고백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곪아터지기 직전인지 아님 곪아터져 이미 참을 수 없을 정도인지 알 수 있게 서로에 대한 관심을 더욱 가졌으면 좋겠다. 세상이 빨리 고백하고 용서할 수 있는, 관심과 더 많은 관심이 어우러진 분위기로 이루어 졌으면 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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