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비탈진 음지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처럼 1960년대 농촌을 떠나 무작정 상경한 복천 영감의 기구한 삶을 통해 복천 영감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 그 시대에 무작정 상경 하였던 도시 빈민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복천 영감은 타는 목마름에도 물 한 바가지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는 서울 살이가 싫었고 그런 서울의 냄새가 서울이 싫었지만, 고향으로 갈 수가 없다. 얼마 없었던 땅은 마누라의 병원비로 모두 팔아버렸고, 집마저 저당잡혀 오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자, 이웃 홍가의 소를 팔아 그날로 아이들을 데리고 고향을 등졌다. 소팔아 온 돈으로 서울역에서 만난 같은 말씨의 여인의 도움으로 이일 저일을 찾아 보지만, 어는 것 하나 쉽지가 않다. 노가다판에도 쉽게 끼일 수가 없었고, 마땅찮은 지게로 지게꾼을 해 보려고도 자기네 구역이라고 하는 패거리들에게 몰매를 맞았다. 그러다가 시작한 땅콩리어카 장사는 벌이가 쏠쏠 했지만 그것마저 잔돈을 바꾸러 간 사이에 들고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모두 실패하고 시작한 일이 칼갈이였다. 돌아다니면서 일하니 자기네 구역이라고 주장할 사람도 없었고, 큰 밑천 들지 않았고 칼가는 일은 낫가는 일에 비하면 그저 먹기라고 생각한 탓에 복천 영감은 그 일이 제격이었다. 목청 또한 육자배기 한 자락 시원하게 불러제꼈던 타고난 목청이었고, 지금은 집을 나가 소식도 없는 큰 아들이 학예회에서 자기 보다 아버지가 더 잘 부른다고 해서 학예회에서 한 자락을 뽐냈었다. 칼갈이를 하며 만난 식모살이 하는 한 고향 말시의 시악씨가 참으로 반가웠는데, 어느 날 그녀도 주인집의 패물을 가지고 도망쳤다는 못된 소리만 주인여자의 입에서 들을 수 있었다. 그나마 딸과 아들이 복천 영감의 삶의 희망이 되어 주었다. 어려운 형편에도 공부를 곧 잘하는 아들과 어린 나이에 공장을 다니면서 집안 일 까지 하는 딸을 보면 복천 영감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았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쩌면 살기 힘든 사람은 더 살기 힘들게 만드는지 모를 일이다. 복천 영감의 삶을 보면서 어쩌면 이렇게 운도 없고 삶이 힘들기만 할까 싶다. 그렇지만 복천 영감은 한 쪽 다리가 잘려서도 희망을 찾는다. 비탈진 음지는 지나온 세월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지금도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도 비탈진 음지를 떠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누군가는 그들에게 따뜻한 양지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