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절밥 한 그릇 - 우리 시대 작가 49인이 차린 평온하고 따뜻한 마음의 밥상
성석제 외 지음 / 뜨란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할아버지 할머니를 따라 절에 자주 다녔었다.

학교도 다니기 전이라 절에서 밥을 먹었던 기억은 없고, 법당의 나무로 깍은 작은 불상들이 너무 귀여웠던 생각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나무로 만든 물고기도 있었고, 북도 있었고 아이들이 놀만한 공간은 못되었지만 절은 참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공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것 같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 사월 초파일에 비빔밥 한 그릇을 먹었던 적이 있는 것 같다.

사월 초파일은 절마다 사람들이 워낙에 많아서 제대로 절 구경도 할 수 없고, 나물에 비빈 밥이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허기를 채우기 위해 먹었던 것 같다.

절이란 공간이 최근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인근에도 많이 생겼지만, 절은 의례 산중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등산을 가게 되면 꼭 거기에 있는 절은 반드시 가보게 되고, 불공은 드리지 않지만 절이 주는 편안함에 마음을 씻어오곤 했었다.

요즘은 사는게 바쁘다는 핑계로 등산도 잘 못하게 되니 절 구경은 더욱 힘들어졌다.

 

책을 펴자마자 나오는 글귀가 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삼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이 음식을 받습니다.

공양게라고 하는 이 글귀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밥상을 받으면서 내가 살면서 밥 한그릇 부끄럼없이 먹을 만한 행동을 하고 다니는가

음식을 약으로 삼을 정도로 소중히 여기겠다는 마음이 들어있는 이 글은 요즘처럼 음식이 귀한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가르침을 주는 글이다.

나 역시 밥상을 차려주기도 하고 밥상을 받기도 하면서 이런 생각을 가져 본 적이 없었는데, 밥 상을 앞에 두고 이렇게 경건하고 나를 돌아 볼 줄 아는 사람이 된다면 조금이나마 덜 부끄러운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 인생의 절밥 한 그릇은 2006년 7월 부터 5년 동안 월간 불교문화에 연재된 내 기억속의 절밥을 모아 만든 책이다.

49명의 유명인들의 글이 소박한 절밥처럼 잔잔한 울림을 준다.

갖가지 사연은 다르지만 절이 주는 고요함과 그 곳에서 먹었던 밥 한릇은 모두에게 따뜻한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그 소박하고 따뜻함을 함께 느껴보기 바란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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